[에세이] 20대에게, 20대가 - Q. 20대를 어떻게 걸어 오셨고, 걷고 계신가요?

in #zzan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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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게, 20대가
Sagoda Q. 20대를 어떻게 걸어 오셨고, 걷고 계신가요?


교복을 입은 날부터 입지 않아도 혼나지 않게 된 날까지, 내내 20대를 꿈꿨습니다. 제게 20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어른이자, 가치관이 굳건한 선배며, 멋진 커리어 우먼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로망은 스무 살이 된 해부터 와장창 무너졌습니다. 흠, 얘기가 조금 길어질 것 같은데…….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시리라 믿고 써볼게요. 저는요.


1월 1일, 동갑내기들은 주민증을 들고 밤거리를 활보했을 날에 나는 홀로 방에 있었다. 합격증을 들고 있었으나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싶었다. 어쩌다 듣게 된 부모님의 대화가 머리를 맴돌았다. 집을 팔아야 하겠지. 다행히 도민을 위한 장학금을 발견해서, 집문서를 건드리지 않고도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보증금이 없어 고시원에 살아야 했다. 서울의 중심가임에도 한 달에 28만 원이라는 말에 선뜻 방을 계약했다. 후에 알게 된 건, 한국인이 나뿐이었음이다.


대학은 내가 꿈꿨던 교육의 장이 아닌 듯했다. 졸업 요건을 위해 억지로 교양을 듣는 게 말이 되는 거야. 학교에 전화를 걸어 자퇴 절차를 물었다. 친구들이 소매를 잡았다. 2학년부터는 전공 수업이 더 많대. 턱걸이로 다음 학기의 장학금까지 확보되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딱 1년만 지내보고 그래도 아니라면 자퇴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하루에 한 끼는 라면으로 배를 채웠다. 당연히 몸이 약해졌다. 그래서 20대 초 내 별명은 ‘행복한 좀비’였다. 애가 곧 쓰러질 듯 비실비실한데, 표정은 또 밝다고.


아냐, 그런데 그건 너희들 앞에서만 그런 건데. 사실 나는 밤마다 울었거든. 꿈을 이루겠다며 자신 있게 올라왔는데 너무 잘난 애들이 많았다. 분명 나는 독수리인 줄 알았는데 그건 표선면 촌구석에서만 해당되는 말이었다. 서울에서는 날파리에 가까운 듯한 기분. 스무 살의 나는 여유롭게 대학가 잔디 위에서 맥주를 마시리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불안감에 잠식되어 눈물을 흘리는 어른이었으니. 그 모습이 괜스레 슬프고 또 처량해서 울었다. 끝나지 않는 반복의 굴레 같았다.


20대에는 놀아야지, 그때 아니면 시간 없다? 그렇구나, 수긍하면 다음 날엔 또 다른 선배가 입을 열었다. 놀면 미래가 없어. 양극화된 조언들 사이에서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담임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와서 답을 말해주듯 알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선생님, 20대는 어떻게 살아야 해요? 어떤 말이 진짜 답이에요? 20대라는 나의 시험지에도 해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저 진짜 잘 걸을 수 있는데. 이제는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20대에 들어서니 뭐든 홀로 감내해야 할 것 같은 강박감이 들었다. 사대보험을 받지 않고 알바를 했는데 사장이 잠수를 탔다. 연회장 알바에서는 성희롱을 당했고, 출구조사 알바 때는 욕을 들었다. 아득바득 사회를 독학했다. 다행인 것은 좋은 사람도 참 많이 만났다는 것. 울고 있노라면 토닥여주는 이가 있었다. 그렇게 좋은 사람과 안 좋은 사람을 만나고, 기쁨과 좌절을 겪으며 슬슬 알게 됐다. 20대를 어른이라 일컫는 이유는, 답안지가 없어서구나. 그러니 내가 마음 편히 걷고 싶은 길을 가면 되겠구나. 다른 이는 갸웃할지라도.


그래, 20대는 답안이 없다. 어른이니까, 이것도 저것도 답이 될 수 있는 거였어. 누군가에겐 실패라 여기는 일이 내게는 성공일 수도 있고, 당연히 그 반대일 수도 있는 것. 그러니 우리 각자의 20대를 잘 걷다가, 50대쯤 다시 만나 나눠볼까요. 저는 이랬는데, 여러분은요? 여러분의 길은 어땠어요?


sagoda Q.

20대를 지났다고 하더라도, 20대를 걷는 중이라 하더라도
또래와 후배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20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무엇인가요?

(+) 자신의 20대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어떻게 보내시고 계신지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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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냥 20대 때 꼭 한번 1~2년 정도는 해외에 나가보라고 하고싶네요..
제가 못해봐서그런가 되게 많이 아쉬움이 남습니다.

요아님역시 글을 보면 참 읽을 맛 나게 적어주시는 것 같아요

저도 단발적으로 해외에 나가본 적은 있어도, 한달 이상 체류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꼭 20대에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읽을 맛 나게 쓰는 글! 앞으로도 열심히 움직이겠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ogz님!

+) @ogz님은 20대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해요 =)

저의 20대는... 돈 벌고싶어서 발악한 20대 였던 것 같네요. ㅋㅋㅋㅋ

뜻깊은 조언도 많았으나, 스티미언분들의 다양한 얘기를 듣고 싶어 질문을 수정합니다.

Q. 20대를 어떻게 걸어 오셨고, 걷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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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대때.... 잘 놀고 시험 기간에는 공부하고, 그외엔 게임 술자리.. 음.... 주로 많이 놀았던 기억들이 대부분이군요.

뭐 지금은 워낙 취업난이 심하다고 하니 저도 지금시대의 20대가 된다면 그때 처럼 놀지는 않았겠지만... 으흠... 으흠....

취업을 하고 노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학때도 충분히 놀고.. 성인인만큼 초중고등학교 때 처럼 노는 거랑은 좀 달라야 하잖아요? ㅎㅎ

다양한 경험을 쌓는걸 추천드려봅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대기업 들어 가고, 공무원되는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말이죠.

정답이 없기에 강요는 못하겠습니다. ㅎㅎ 화이팅입니다.!

공부를 잘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잘 노는 거라 생각해요. 많은 경험들이 모두 자산이 되니까요! 취업난은 정말 심하지만 그래도 한번에 취뽀하는 선배들을 마주하면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해요 =)

@happy.sago님께서는 어떤 20대를 지내셨거나,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십대들이 불쌍해요.
둘 중 하나거든요. 취업을 위해 죽어라 노력하거나 알바로 적당히 생활하며 그날을 버티거나. 취업했어도 쫒기고요.
왜 이리 세상이 빡빡해지는지 모르겠네요.어른들 책임이겠지요.
어떤 생활을 하든 자신을 긍정적으로 믿으면 좋겠어요. 정말 정말 귀한 존재거든요.

도잠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는지요!

일본에서만 그칠 줄 알았던 프리터족을 이제는 한국에서도 만연하게 볼 수 있는 것만 같아요. 실제 주변에도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지내며 여행이라거나 글을 쓰는 이들도 많거든요.

세상에 @dozam님같은 어른분들만 계시다면 세상이 훨씬 나아졌을 것 같아요.
긍정적으로 믿으며 정진하겠습니다 =) 정말 정말 귀한 존재임을 매일 각인하며!

편안한 시월 되시길 바라요. 매번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dozam님의 20대는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

제가 20대이면서 후회하지 않는 하나는, 남들보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 졌다는 점입니다. 때론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조차 저는 도움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감정을 숨기거나
표현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 분들도 좀 있는 것을 아는데 본인의 감정의 결을
세세히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한다는 게 참 어려운데, 존경스럽습니다.
무시하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며 알아차리는 과정 만으로도 뜻깊다는 생각이 들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대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은.. 음...
무엇을 하던지 무조건 시도를 하십쇼.. 할까 말까 고민되시나요? 그럼 그냥 하십쇼. 적어도 나중에 후회는 안합니다.
실패를 한것은 후회하지 않습니다만, 시도를 안한것은 평생후회합니다.

그리고 술은 적게, 잠도 적게 가지세요. 그 시간동안 경험하지 못한것을 경험하세요.

실패보다 후회되는 건 시도라는 말! 저 역시도 할까말까 망설일 때면 곧잘 하고는 합니다.
또한, @new-jersey님의 20대는 어떠셨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해요.

저는 20대에게 다른나라 언어를
하나 배워보라고 전하고 싶어요.
언어를 하나 어느정도 공부해 놓으면
부가적으로 얻는것이 많이 있는 거 같아요.

저는 우선 영어부터 해야 하는데 ... 꼭 올해가 가기 전 새로운 언어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뜻깊은 조언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suddenly12님!

+) @suddenly12님은 20대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

곧 사십대가되는 마이상에게

이십대로 돌아가면 무엇을하겠냐고

묻는다면..

24시간중 18시간을 공부만 할것입니다..

20대의 준비없이 40대의행복한미래는없습니다.

그만큼 어떠한 학문을 갈고 닦으며 정진하는 자세가 필요한 법이겠지요 =)

24시간 중 18시간을 공부하기에는 정말 잠과 식사를 제외한 모든 시간이지만, 그만큼 꿈을 위해 노력해보겠습니다. 마이상님도 힘내세요! =)

  • @maikuraki님의 20대는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하고 싶은 거 해보세요. 남이 하라는 거 하지 말고.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banjjakism님께서는 어떤 20대를 보내셨는지 궁금해요!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셨는지에 관하여 =)

못 해서 하는 말입니다 ㅎㅎㅎㅎ

스스로 뭘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실패해도 좋으니 도전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네요.
대학을 진학할때 요즘 친구들은 자신이 원해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남들이 추천하는 길로 시작을 했고, 맞지 않는 공부를 하는 것이 너무 재미도 없고 힘들었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스스로 무언갈 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되는 것 같아요.

인생을 길게 보고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여러가지 좋은 경험들을 많이 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가슴아픈 연애도 해보고, 죽을만큼 열심히 공부도 해 보고, 여행도 떠나보고, 알바도 하고 그러면서 인생을 배워 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의 불공평함도 배우고, 그런 가운데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젊으니까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하길 추천하고 싶네요.

안녕하세요, @jinwoooo 님! 정성스레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맞지 않는 공부를 하는 건 정말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에 그저 문과에 코딩을 배우면 취업에 도움 되겠지 - 라는 마음으로 신청했건만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어렵사리 수료를 했네요. 그렇게 무사히 수료했다 하더라도 막상 생각나는 건 없습니다. 자연스레 학문에 대한 열정이 감퇴되기도 했죠. 진우님의 말씀처럼, 스스로 무언갈 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가슴 아픈 연애, 죽을만큼 열심히 몰두해보는 시간, 여행과 아르바이트 모두 직접 부딪히며 깨닫고 익히는 일련의 과정이네요. 모두가 젊으니까요. 항상 유연한 마음과 자세로 부딪혀야 겠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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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든 20대에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보라고 하고 싶군요.
나중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은 굳이 그 시간에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20대만 누릴 수 있는 특권같은 일을 찾아서 해 보면 나중에 후회를 덜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남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통해서 더 풍요로운 경험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운동을 병행하더라도 기초 체력이 점점 낮아지는게 느껴집니다 ㅠ_ㅠ
어릴 땐 돈이 없지만 체력이 많고, 나이가 들면 경제적 여유를 얻을지라도 체력이 부족해 떠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죠.
열심히 돌아다니고, 배워보겠습니다.

@realmankwon.scot님의 풍요로운 미래 역시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