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누구에게나 그들만의 샤스 스플린(Chasse-Spleen)이 있다

in #wine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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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관련된 포스팅을 하려다가 제목부터 삼천포로 빠져버렸네요
쓸 데 없이 거창하게 시작한 이 글을 겨우 마무리 지을지 아니면 Ctrl + A , Delete 키를 누를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Chasse-Spleen(슬픔이여 안녕)

"시간의 학대를 받는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하여 끊임없이 취하라" - 보들레르

시인 보들레르가 사랑한 와인(이라고 홍보하는) 샤스-스플린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5대 샤또와 견줄만하다는 작가의 드립력 에피소드 내용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는 와인인데요, "슬픔을 떨쳐버리다"라는 매력적인 네이밍 센스도 그 인기에 한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소개하려던 와인은 샤스 스플린은 아니구요...
보들레르의 슬픔가운데 샤스스플린이 있었다면
우리에게도 인생의 한순간을 함께해준 특별한 와인(혹은 다른 술)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Muga Reserva Rioja 2008, 2011 and 2013

누군가 제게
지금까지 먹어본 와인들 중 최고로 치는 몇 개를 꼽아보라면
구하기 힘든 와인, 비싼 와인보다도
인생 굵직한 순간에 함께 했던 이 와인이 먼저 떠오릅니다.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던 결혼준비 과정의 갈등이 극에 달하기 전날 폭풍전야, 서로를 격려하며 단둘이 함께한 저녁식사 때,
결국 어찌어찌 성공적으로 결혼식을 치루고 가족이라는 관계로 맞이한 신혼집의 식탁에 앉아 처음 건배를 했던,
힘들게 결정하고 준비한 아내의 이직이 마침내 성공한 몇일 전에 축하하며
함께한 Muga 2008 , 2011 그리고 2013

이 와인의 가격이나 배경을 넘어 이 와인에 애착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힘든 시절을 이겨낸 여정의 마일스톤처럼 그 축하와 위로의 자리에 항상 함께 했던 녀석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때마다 Muga도 아내와 저도 조금씩 다른 빈티지로서의 맛과 색을 내고 있었지만요.
저희에게는 보들레르의 샤스 스플린과 같은 와인인 셈이죠.

이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정작 와인을 구매할 때 일말의 참고 요소가 되지 않는 감상이었구요
당시 와인에 대한 느낌을 기록해 놓았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무가 리제르바 리오하 2011

정~말 오랜만에 집에서 무작정 와인을 1병 뜯었다. 개인적으로 1병은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분량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리오하 지역의 와인이 땡기는 저녁이라 무작정 코르크를 뽑았다.
"들이대지는 않을께... 다만 내가 템프라니요(주품종)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느긋하게 즐겨봐" 라고 말하는 듯한 시원한 산미, 그리고 농익은 자두가 박힌 버터쿠키를 먹는 듯한, 리마리오처럼 느끼하진 않아도 특유의 검은 과일의 컬러를 고소한 감미로 잡아낸 듯한 조화는 그간 '리오하, 템프라니요 좋지 근데 너를 반병이상 마시기엔 미안하지만 조금 버거워' 하던 값싼 템프라니요에 대한 나의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직설적인 화법에 비해) 다소 완곡한 매력이 있다.
(물론 혹자에게는 이 와인 역시 값싼 그룹에 속할 수도 있겠지마는...)

P.S : 이거 먹고 있으면 목살,삼겹살,막창 생각 납니다. 막 고기구워먹고 싶은 맛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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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일단 와인 따면 1인 1병을 하게 되더라고요. 값싼 와인이 가장 좋은 ㅋㅋㅋ 와인 좋아하지만 아는건 1도 없어서 그냥 그날의 직원이 추천해주는 데일리와인으로 덥썩 가져오지요. 고기구워 먹고 싶은 맛의 와인은 무엇일까 핸폰 메모장에 이름 적어봅니다. ㅎㅎ

맞아요. 반명만 먹긴 애매하고 1병은 좀 부담스러운데 결국 고민하다가 1병 먹게 되더라구요.

아직 와인의 내공이 부족하여.. ㅠㅠ....
비싼 와인을 마셔봐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ㅠㅠ... 흑흑

사실 저도 비싼 와인은 잘 몰라서...

Good Rioja Reserva

Yeah, especially I love this unfiltered texture with smooth acidity blended with butter-like sweetness ^^

저는 와인에 취미를 가지고 싶지만, 제 멍청한 혀가 따라와주지 못하는군요. 많이 마셔보면 안다는데, 또 술이 약하지요... 이번 생에 와인은 틀린 것 같습니다.

어차피 와인도 수많은 기호식품 중 하나인걸요?
그냥 입에 맞고 땡기는거 마시는게 장땡 같아요...
저렇게 감상평을 써놓긴 하지만 사실 저도 열에 여덟 아홉은 그냥 아무생각 없이 "아 맛있다 끝!" 이렇게 마시는것 같아요

위로가 되네요. ㅎㅎ

아.. 순간적으로 신의 물방울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네요..
와인은 잘 모르지만 그 세계의 방대함은 조금 알 듯 합니다..
아직은 소주의 유혹을 못 이기는 1인이.. ^^;;

사실 절반이상이 추억버프가 있는 와인이라 뭔가 설명이 장황했네요. 하지만 아무래도 찾는 빈도수로 치자면 저도 와인보다는 소주,맥주이긴 합니다

아 와인!
알아보고 싶은 종목 중에 하나입니다~ ㅎㅎ

저도 더 알고 싶은 술인데... 깊게 들어가보기엔 지식과 자본의 한계가... 지금은 그냥 나한테 맛있는 가성비 좋은 와인이면 OK라는 심정으로 편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저도 와인을 좋아하서 자주 먹는 편인데 형편상 저렴한(1~2만원대 ><) 와인들로 마시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ㅎ
추천해주신 와인 외워뒀다가 할인하면 사서 먹어봐야겠어요 ㅎㅎ
스페인와인 같아보이는데 원산지는 어딘가요?

스페인 리오하 지역의 와인이에요 품종은 템프라니요 베이스의 블랜딩이구요.
와인 좋아하시나보네요. 반갑습니다~

와인 저도 참 좋아하는 데 해박하심당

좋아하는 쪽 와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1도 몰라요. 가격나가는 밭이나 등급와인은 거의 먹어보질 못해서 모르구요^^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짱짱 레포트가 나왔어요^^
https://steemit.com/kr/@gudrn6677/3zzexa-and

저도 그런 와인이 있어요. 가격과 맛을 떠나 소중한 추억들을 함께한 술. :) 마트에서 보면 반갑더라구요. 어이 친구, 잘 있었나! ㅋㅋㅋㅋ

슬픔이여 안녕

네이밍 센스, 정말 죽이는데요. :)

뭔가 한잔 크으~ 하면
갑자기 눈부신 조명이 비추며 지난 어느날을 회상하게 하는 술이 있죠!

(그나저나 샤스 스플린은 저 네이밍 하나로 저 와이너리에게 부와 명예를 ㅎㅎㅎ)

큰 일 있을 때 마다 마신 추억의 와인이라니!! 좋은데요?
장기 보관 가능한 아이라면 결혼하신 해의 와인을 사서 한번 묵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신의 물방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글귀를 보며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는데, 목살, 삼겹살, 막창이 생각난다니.............

그래도 기회 되면 스모크 치즈랑 터키 햄으로 시도 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