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판 뒷판 곡선잡기

in #violinmaking7 years ago

아무래도 완벽하지않는 영어보단 한글로만 쓰는게 낫겠다 싶어 앞으론 한글로만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자 그럼 지난 포스팅에 이어 다음 단계는 앞판과 뒷판의 세밀한 곡선을 마무리 짓는것인데요, 이게 현악기 제작에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이면서도 가장 재밌는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지난번 단계에서 테두리선을 삽입 했으니 이제 아주 작은 손가락대패라 불리는 대패로 곡선을 조금씩 잡아나가면 되는데요 , 테두리선의 부분은 지난번에도 말씀드린것 처럼 마치 원래 거기 있던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잘 붙어요.

먼저 아래의 사진이 제가 장만한 손가락대패들 입니다. 이름하여 손가락대패 삼형제!! 평평한 대팻날 하나와 굴곡진 대팻날 두개 입니다.

B984C9C7-1B1C-4BD4-AE7A-A76185167D07.jpeg

아주 귀엽게 생겼죠??! 자 그럼 이 대패들로 바깥면 굴곡을 점점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평평한 대팻날의 대패로 약간은 거칠게 전체적인 모형을 잡아주도록 합니다.

55563231-8B76-40E4-8C21-5458DA09D1E1.jpeg

현악기의 곡선을 보시면 볼록한 곡선과 오목한 곡선이 있는데 볼록한 곡선은 끝까지 평평한 대패로 하면 되겠지만 오목곡선은 처음부터 둥근대패로 해줘야겠죠? 지난번에 언급한대로 현악기에 수많은 모델들이 있는데 각 모델마다 들어가고 나온 부분들의 특징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대패질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가며 대패질을 해야 합니다.

앞판과 뒷판의 전체적인 곡선 중에서도 최고점이 있을텐데요 보통 브릿지가 올라가는 부분 정도가 최고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판의 경우 최고점으로부터 위에서 1/3지점까지 아주 평평하게 거의 직선을 이루게 되다가 급격하게 내려가는 느낌이 있는 반면 뒷판의 경우는 전체적으로 아주 완만하면서도 끊임없이 경사가 이루어 집니다.

이런 느낌적인 느낌을 표현하기에 아무래도 영어실력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단걸 깨닳았습니다... ㅠㅠ

아무튼 평평한 대패로 대강 모형을 잡았다면 이제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가야겠지요??

6280BFB7-792E-4A19-BCF1-AA8929F3D127.jpeg

이렇게 조금씩조금씩 모난부분을 대패질 하다보면 전체적으로 면이 말끔해 질텐데요,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판의 가장자리에서 반대편 어느지점이던 두 임의의 점을 지정하고 선을 긋는다 생각했을 때 마치 하나의 곡선이 되어야지 , 팔 굽히듯 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부분이 있어선 안된다고 하셔요. 그래서 한 부분을 수정하면 다른부분이 약간 각질수도 있기 때문에 아주 어려우면서도 재밌는 부분인것 같아요.

이렇게 모든 선들을 생각해보며 대패질 하다보면 어느새 면이 상당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56012685-6F78-48C2-A576-15CDCA48DBC2.jpeg

여기까지 세밀한 곡선이라고 열심히 대패질을 해 왔는데요 이게 끝이 아니예요.... 아무래도 대팻날이 칼의 일부분이다 보니 아주 미세하게나마 울퉁불퉁 하겠지요. 그래서 납작한 칼날로 면도하듯이 면을 긁어주면 미세하게 튀어나온 부분들이 아주 매끈하게 없어지게 됩니다.

C10ED758-5A13-444D-A1FD-11536CC9EC8C.jpeg

이렇게 거의 가루처럼 긁다보면 다 된것 같은데 싶어서 놔 뒀다가 다시보면 또 보완해야할 부분이 보이고 다시 작업 하다보면 또 몇시간 훌쩍 가고.... 처음 이 작업을 시작했을 때 몇날 며칠을 해도 성에 차지도 않고 끝났다 라는 느낌도 들지 않았습니다. 해서 선생님께 이야기 했더니 처음하는 제가 벌써 그 짧은 시간에 이 과정을 끝낼 수 없는게 당연할 뿐더러 세상의 모든 현악기는 미완성 작품이라네요. 모든 제작자가 이 곡선을 만들면서 마무리는 스스로와 타협을 해서 남게 된 작품들 이라며 20년을 넘게 하신 선생님도 여태 완벽하게 다 끝났다 라는 느낌을 받은적이 없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최선을 다해 좌우 밸런스도 맞추고 모든 임의의 선들도 하나의 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선생님께 첨삭받은 결과 3개월만에 드디어 바깥면 곡선을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D8956D7A-6FD4-4571-A0D3-A28E225FBB76.jpeg

이렇게 가장 힘들었던 작업을 끝내고 나니 한편으론 내가 이 직업에 재능이 없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다른 한편으론 후련하면서도 다음번엔 더 완벽하고 마음에 들게 끝내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ㅎㅎ

이 작업이 저를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게 하는 계기가 되는데 조만간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서 한동안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다음 단계인 내부곡선 잡기로 다음 글에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한글로만 쓰다보니 역시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어졌는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ort:  

자신과의 싸움과 같은 작업이네요. 곡선이 쉽지 않은 작업이면서 만들어지면 기분 좋을 것 같아요. ^^
현악기 만드는 작업은 처음 봐서 흥미롭습니다. 팔로우. 보팅 하고 갑니다.

멋진 일을 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