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도시

in #urban6 years ago (edited)

어제 오늘 공기가 참 맑다. 요즘에는 좀 늦게 자게 되는데... 어김없이 새벽 5시 전후로 눈이 떠진다. 4시 반까지도 어두컴컴한 방안이 다섯시를 넘어서 찬 빛으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새벽 느낌.
방의 모서리들이 윤곽을 드러내고 책장의 스탠드, 화분들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는 조용한 빛의 움직임.

어제 오늘 해돋이를 보려고 창을 열고 동쪽을 봤지만, 구름이 잔뜩껴서 세상은 밝아오지만 해는 볼 수 없었다. 매일 해가 뜬다고 매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구나... 내가 일어나서 자청해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새삼.. 특별해진다. 해돋이를 맞이했던 며칠 전 그 이틀도, 구름 낀 어제 오늘의 새벽 정취도... 그리고 내가 보고, 만나고, 거닐게 되는 현재의 모든 것들과.
수 많은 시간 중에 이 때에만, 서로의 때가 맞닿는 찬라에 만날 수 있는 오늘이구나. 이 순간, 이 찬라, 현재 이 인연들이 너무 소중해진다. 그리고 신비롭기만 하다. 어떤 보이지 않는 운행과 질서를 느낀다.

내가 이 곳에 온지 삼개월이 지나 사개월이 되어간다. 작년 이 맘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 곳에서.
높은 산으로 둘러쌓여 든든하고 아늑한 숲을 거닐 듯... 하늘 아래 평안한 이 곳 이 아파트의 정원을 한걸음 한걸음 거닐며 힘을 받고 있다. 온전한 땅의 기운을 지긋이 내리 받으며 와 있는 지금이 참 신기하고 신비롭다. 지금 이 순간에만 허락된 시간과 인연이란 생각이 드니 더할나위 없이 이 시간에 집중하게 되고 애정이 생긴다.
오늘 이 순간 나를 맞는 내 볼의 이 바람, 6월의 풀내음, 자전거를 끌고 가다 눈이 마주친 아이, 언제나 두 팔벌려 반겨주는 대왕참나무 숲, 구름사이 파란 오늘의 하늘... 아름다운 동산의 둥근 라인과 소나무, 차소리와 기차소리 마저 아름답고 반갑고 소중해진다.

텅빈 도로
조용한 세상
인적없이 불꺼진 백화점
찬 기온의 공기
텅빈 도시에 위엄을 드러내는 산과 하늘... 그 사이로 새벽을 가로지르는 새 한마리.
믿음직스런 친구에게 마음을 열어보이듯 새벽의 마음과 만나 가까워 진 듯 하다.

오늘의 초대가 나를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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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상쾌한 글이네요.
늘 마주치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순간의 인연으로 만들어 지는지 새삼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오늘 삶에 초대받은 것이 새삼 감동으로 다가 오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sunny2378님의 댓글을 보니 격려와 감동의 물결이 :)

새벽 기운과 사색 듬뿍이네요~
나도 나의 오늘을 감싸 안으며 시작해야겠어요.
반가워요.

반갑습니다~ 저도 오나무님의 글 잘 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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