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입고 다이빙을 by 키만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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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입고 번지 점프를
인 생 예 습 버 킷 리 스 트 (2)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 호수가 있다는데, 우리 거기 가볼래?"

호수 색깔이 꼭 수영장 같아서 '블루 풀(blue pool)'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블루 풀의 유명세엔 블루 컬러 호수 빛깔도 한 몫했지만,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 다이빙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여행자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수영복을 입고 그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붕-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 잠시 후 풍덩-하고 경쾌한 물소리가 들렸다. 높이만큼 깊이 가라앉은 사람의 머리가 한참 후에 물 위로 쑤욱 올라오면 지켜보던 구경꾼들의 박수가 터졌다. 그 박수소리는 꼭 유럽의 저가 항공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하면 터지는 "생존 축하!"의 박수 소리 같이 들렸다.


관광객들 다리에서 불법 다이빙을 하다가 사망!이라는 기사가 나와도 이상할 것 없는 다리에서 사람들이 뛰어내리자 이상하게 내 심장은 벌렁벌렁 뛰었다.


내 번지 점프의 한을 푸는 곳이 여기인가?
뭐에 홀린 듯 나는 비키니를 입고 다리 앞에 섰다.


번지점프3.jpg


나를 쳐다보는 전 세계인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외쳤다. "아앜..." 다리가 차마 한 번에 떨어지지 않았다. 다시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외쳤고, 손이 미끄러져 놓쳐버린 날계란처럼 볼품없이 바닥에 퍽 떨어졌다. 블루 풀엔 배치기 소리가 우렁차게 채워졌다. 얼마나 세게 배치기를 했냐면 물 위로 두둥실 떠오른 나는 비키니가 반쯤 벗겨질 정도였고, 온몸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블루 풀의 수온은 발가락만 담가도 정신이 바짝 차려 질정도로 차가웠는데, 배치기의 아픔은 차가운 물 온도보다 더 아찔했다.


배치기의 충격이 너무 셌던 것일까. 나는 또 한 번 뛰어내리지 말았어야 했다. 연이은 강한 충격으로 고막이 부어올라 삼일을 끙끙대며 앓아누웠다. 캠핑이고 뭐고 차 뒷자리에 실려 다녔다. 용기 있어 보이고 싶다가 세상 소리와 작별할 뻔했다.


한컷_번지점프_1.jpg

어릴 적 주말 예능엔 연예인들이 번지 점프대 위에서 벌벌 떨던 모습이 생각난다. 누군가는 멋지게 뛰어내렸고, 다른 이는 울면서 포기했다. 어린 나는 생각했다. '과연 나라면, 저 상황에 뛰어내릴 수 있을까? 나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일까? 아직 번지 점프대 앞에는 서 본 적이 없지만, 비키니를 입고 다이빙을 했던 그날을 미루어보건대 추측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안한데, 나는 번지점프는 못 할 것 같아.
용기는 다른 곳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고막은 딱 한 개씩 밖에 없거든


한컷_번지점프_2.jpg


내가 용기 있는 사람일까?라는 답에 위험한 일이 아닌 스스로 대답할 수 있다면 사건 사고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는 지구 평화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버킷리스트를 채워나가는데 왜 나는 <내 인생에서 절대 하지 않을 것들> 목록이 채워지는 걸까.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아?


여행지 정보
● Blue Pools Walk Haast Pass-Makarora Road, Mt Aspiring National Park, 뉴질랜드



비키니 입고 다이빙을 by 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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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영상은 브런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배치기는 너무 부끄러워서 두번째 다이빙입니다 ㅋㅋ)

와;;; 실제로 보니 꽤 높네요
왠만한 사람들 뛰어내리기 힘들듯;;;;;

제 인생 최고 높이의 다이빙이었어요. 뛰어내리고 한참 뒤에 풍덩 빠지더라구요 ㅋㅋ 아직도 저 영상보면 아찔해집니다 by 키만

아~~ 아름다운블루에서 배치기.ㅋㅋㅋㅋㅋㅋ

박수대신 '아아.....' 탄식으로 가득찼던 블루풀~~ ㅋㅋby 키만

탄식만 ㅋㅋㅋㅋ

다이빙은 아니지만 번지점프를 해본 경험이 있어 그 무서움 공감합니다 ㅋㅋ

번지점프를 하셨다니 용자 인정입니다. 전 저기서 뛰어내리고부터 번지 점프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어요 ㅋㅋ by 키만

스카이다이빙과 번지점프!! 정말 해보고싶었어요!! 저는 호주 바이런베이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했었는데.. 무섭긴 했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에요!! 근데 그때는 뒤에서 같이 뛰어내리시는 분의 의지로 뛰어내렸기에.... 진정한 도전은 번지점프가 아닌가 싶어요ㅎㅎㅎ

스카이다이빙이 뭐랄까... 거리 체감이 덜 느껴지고 유메야님말처럼 강사님의 의지로 뛰는거니까 조금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번지 말고 스카이다이빙은 꼭 한번 해보고싶어요. 번지는 정말 공포 그자체인듯...덜덜 (물론 다이빙도 만만찮습니다 ㅜㅜ) by 키만

배치기가 부릅니다

눈물 샤워!

헐!!!!! 용감합니다!! 용기로 가득 차신거 아녀요???

전.. 상상도 못합니다..... -_-;; 예전에 인제에 스카이 점프??? 하는거 있는데 거기 아저씨 때릴뻔 했다는... ....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저도 제가 무슨 정신으로 두번씩이나 뛴 건지 모르겠어요 ㅋㅋ 밑에 펼쳐진 호수 색깔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예뻐서 정신이 나갔나봐요. by키만

비키니 사진 기대하고 왔는데...파무룩...

어쩜 저랑 같으실까...반무룩 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아니 반님은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못뛸거 같아요
일단 수영을 못한다는 핑계를. . .
아니면 고소공포증 있다는 핑계를. . .
아니면 아이가 있다는 . . .

아주 좋은 핑계가 3가지씩이나! 저는 수영도 하고, 높은 곳을 좋아하고, 아이도 없어서 뛰어내렸는데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는데 오래걸렸어요 ㅋㅋ 스카이님은 뛰지마세요! by 키만

우와 ~ 수영도 잘하고 싶고 높은곳에서도 잘 돌아댕기고 싶은데~
부럽습니다.
초인같아요 ㅋㅋ

초인이라뇨! 절레절레. 사실 저... 수영 못했는데 여행시작하면 수영을 배웠답니다!!!! 나중에 수영관련 버킷리스트 글에 후일담 풀겠습니다 ㅎㅎ by 키만

물색깔이 너무 예쁜데요^^

가기 전에는 얼마나 예쁘길래 블루 풀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정말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풀같았어요! by 키만

와. 엄청 무서웠을텐데 뛰셨네요. 대단하십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번지점프도 충분히 하실 거 같습니다. 물에 부딪히는 고통이 없기 때문에 번지점프가 더 나을지도.. ㅎㅎ

정말 배치기의 고통은 정말 .....아흑..... 최근 나혼자 산다에서 쌈디가 번지점프하는 걸 봤는데, 옛날에는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했는데 다이빙의 공포를 느낀 후에는 못하겠더라구요. 역시 뭘 모를 때가 가장 용감한가봅니다 ㅎㅎ by 키만

와 그래도 하신게 대단하시네요 ㅎㅎ

제가 갑자기 뛸래!!! 하면서 배치기를 시전하니까 고소공포증있는 효밥이도 덩달아 뛰었어요. ㅋㅋㅋ 저 곳에 가면 약간 홀린듯 뛰게 되더라구요. by 키만

안녕하세요. @trips.teem입니다. 이벤트에 참여해주셔 감사합니다. 버킷리스트를 채워가시는 모습이 너무 멋있습니다. (실수로 버킷리스크 라고 적다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네요. 어떻게 보면 버킷리스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여행기 올려주세요~

버킷리스크라니.....!!! ㅋㅋㅋㅋ 마음에 쏙 듭니다! 트립스팀 다 좋은데 이미지 업로드가 잘 되지 않아서, 다른 사이트에서 업로드 후 링크를 복사해왔어요.ㅠㅠ 나중에 서비스 업그레이드할 때 이미지 문제 잘 고쳐주세요 ~~ 트립스팀 흥하자! by 키만

에스컬레이터 육교도 너무 무서워요
ㅋㅋㅋㅋ 대단하십니다
저 이민가방 캐리어에는 들어갈꺼같아요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하십니까?ㅋㅋㅋㅋㅋ그렇다면 멕시코 함께 가시죠! by 키만

ㅋㅋㅋㅋ 비키니란 말에 다른건 안 보이는 1인입니다 ㅎㅎㅎ

정말 오랜만에 들린것 같네요~

다이빙 영상 잘 보았어요~

2번이나 뛰시다니 정말 너무 너무 멋지신대요~

저라면 10분 20분 30분 계속 망설일지도 모르겠네요...

으하하! 많은 분들이 비키니라는 단어에 속아서 와주셨네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핫바디 비키니가 없어서 죄송합니다만 다리 위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제가 있으니 퉁쳐(?) 주세요 ㅋㅋ by키만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ㅎㅎㅎㅎ 배치기는....많이 아프셨겠어요 잘못 뛰어내리면 큰일나겠군요 ㅠㅠ

잘못 뛰어내리면 장기 파열도 된다고 해요. 용감하면 무식하다고....하하하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외국인 친구들은 다이빙을 많이해봐서 그런지 정말 10점 만점의 10점 자세로 쏙쏙~ 들어가던데 ㅜㅜ 부러웠습니다~ by 키만

그러니까요 장기파열 혹은 사망 할수도 있다고 ㅠㅠ 다행입니다 그래도 ㅎㅎㅎ저도 제자리 다이빙 했는데 배치기를 해서 ㅋㅋㅋ 장기 파열 되는줄 알았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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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에서 장기파열 그리고 사망이야기까지 ㅋㅋ 다이빙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우리 앞으로 다이빙은 자제하도록 해요....ㅋㅋㅋㅋ by 키만

정말 아름다운데.. 그럼에도..
전 고소공포증에.. 맥주병이라..
상상도 할 수 없는 다이빙. 이네요 ㅠㅠ

풍덩 빠지고 싶은 풍경이라서 저도 뛰어들었던 것 같아요. 같이 간 친구는 수영을 못해서 다이빙을 못하고 돌아갔는데 정말 아쉬워하더라구요 ㅜㅜ 여행에서 수영만 해도 즐길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황마담님도 여행을 좋아하시 수영 꼭 배워보셔요 :) by 키만

안녕하세요~~ 너무 부러운 삶이라 첫 가입인사부터 쭉 읽고 있어요 ㅎㅎ 제가 예전에 리스팀한것도 두분 포스팅이였네요 ㅎㅎㅎㅎ 그땐 왜 몰랐지 ㅠㅠ 앞으로 자주 소통해요 :)

와! 승무원 이야기를 올려주시는 크루비님이시네요:) kr-marketing 웹툰도 리스팀해주시고 가입인사부터 쭉 읽어주시다니 정말 감동입니다. 저도 팔로잉할테네 앞으로 피드에서 자주 만나요 >< by 키만

Hi @two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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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nly a few people are following you, try to convince more people with good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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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배치기... 수영장에서 그냥 배치기도 아픈데 여기서는 살아돌아오신것만해도 다행인거 같아요~ 용기에 박수 보내드립니다~

제가 바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돌아온 다이버입니다 ㅋㅋㅋ 높은 곳 다이빙은 정말 초보자는 하면 안될 것 같아요. 전 아직도 저 영상이 보면 배랑 여기저기가 아픈 것 같답니다 ㅎㅎ by 키만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누구나가 그런 높은 곳에서 점프를 하려면 대단한 용가가 필요하다.
죽느냐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겁이 나기때문이다.

스스로 뛰어내려야하기때문에 더 큰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만약 다시 돌아가서 하라고 하면... 자신이 없습니다 크흑 ㅜㅠ by 키만

공감해요.
누구나가 마찬가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