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덱스수도원 방문의 단점이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 거라면, 장점은 시내로 돌아오는 동안 술에서 깰 수 있다는 거다. 혼자 아무 말 없이 앉아 도수가 낮지 않은 맥주를 세 잔이나 들이켰더니 취기가 올라온다. 맛있는 맥주로 인해 잔뜩 좋아진 기분은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안정시킨다.
다시 S8을 타고 향한 곳은 마리엔플라츠.
헹겔 매장에 들러 칼 구경을 잠시 하고 나왔는데 뭔가 크고 고풍스럽고 웅장하고 무서운(?) 건물이 앞에 보인다. 다들 사진을 찍고 있는 걸 보니 엄청 유명한 건물인 것 같은데, 술집 정보 밖에 찾아보지 않은 난 당연히 뭔지 알 길이 없다.
알고 보니 신시청사. 뮌헨 여행 중 몇 번이고 마주칠 수밖에 없는 랜드마크인데, 이 정도도 모르고 온 걸 보면 정말 얼마나 준비 없는 여행인지 알겠지. ㅋㅋ
신시청사를 보니 이제 진짜 독일에 온 기분이 나는데, 날은 쌀쌀하고 여행 전 걸렸던 감기는 다시 도지는 것 같고, 한국시간으로 자정이 넘어가니 졸음이 몰려와서 쓰러질 것만 같다. 이러다 큰일날 것 같아서 일단 숙소로 들어가기로 한다.
다시 뮌헨중앙역으로 돌아왔는데 퇴근길의 사람들이 역 지하 마트에서 뭔가를 잔뜩 사간다. 덩달아 들어가서 맥주와 물, 과자 등을 샀다. 뿌듯했던 건 뭔지도 모르고 산 과자가 나중에 보니 블로거들이 추천하는 맛있는 과자였고, 부끄러웠던 건 보이는 맥주 아무 거나 집어 들었는데 숙소에 들어와서 보니 하나는 무알콜맥주였단 사실. 감기기운과 술기운이 이렇게 위험하다(?).
마트에서 나오는데 또 사람들이 몰려서 뭔가를 사고 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또 따라 들어갔다. 오호 프레츨이 종류별로 있다. 근데 독일어로만 써있어서 뭐가 뭔지를 하나도 모르겠다. 사람도 많은데 이거저거 물어보면 폐가 될까봐 딱 하나 있던 프레츨을 가리키며 하나 달라고 주문했다. 맛있는 거니까 하나 남은 거겠지.
숙소에 들어가서 한 입 베어보니 오 당첨!! 안에 치즈가 가득하다. 진심 맛있어서 감동 받았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니 친구가 알아본다. 그 집 원래 맛있다고.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또 나만 빼고 다 알아. 나 진짜 너무 아무 정보 없이 왔나봐.
프레츨과 함께 맥주 몇 모금 마시다가 그대로 잠들었다. 맙소사. 만약 일행이 있었더라면 내게 화가 많이 났겠지. 나도 내 자신에게 화가 나는데. 그래서 여행은 혼자 다녀야 한다.
...
눈을 뜨니 새벽 4시. 막막하다.
일행이 있었으면 4시에 깼어도 아침까지 아무 것도 못 할 텐데, 다행히 난 혼자다. 맥주를 딴다. 마신다. 새벽 4시부터 맥주라니, 진정한 맥주 여행이다. 캔맥주나 마시고 있는 게 한심스럽지만.
감기기운은 따라다니고 숙소는 약간 추운데 계속 차가운 맥주만 마시니 힘들다. 평소 여행 가면 현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국 음식을 절대 챙기지 않는데 컵라면 하나 먹으면 진짜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난 컵라면이 없고, 컵라면 파는 곳까지 찾아갈 정도는 아니고, 그냥 아쉬워만 한다. 다음부턴 컵라면 하나쯤은 반드시 챙기는 걸로.
조식으로 또 차가운 소시지와 치즈를 먹고 감기기운을 단 채 셋째 날 일정을 시작한다. 구글시트에 정리해 간 일정표를 열었더니 나름 뭔가 빽빽하게 써있다.
호프브로이하우스 - 헤페바이스블랙/화이트, 바이스부르스트
뢰벤브로이 - 굴라쉬
비르츠하우스 아잉거 - 야훈데르트, Schweinsbraten
아우구스티너
......
...그래, 종일 맥주만 마시는 일정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여행지 정보
● Marienplatz, Marienplatz, Munich, Germany
● München Hbf, Munich, Germany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tsguide 입니다. 여행을 혼자가야하는 건 공감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