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 젖은 맥주를 먹어보지 않은 자와 겸상하지 않는다
아침 6시쯤 눈을 떴다. 원래 부지런한 여행자가 아닌데 꼬박 24시간을 깨어있다가 자정쯤 잠들었더니 자연스레 눈이 떠진다. 역시 한국 시간이 나와 잘 안 맞았던 것 같기도 하다.
sns 중독자답게 이것저것 훑어보다가 7시가 좀 넘어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참 많네. 식당이 거의 차있다. 구석에 자리 잡고 음식을 뜬다. 파리에서의 조식이 굉장히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전날 여섯 끼를 먹는 과식을 했음에도 이것저것 많이 주워 담았다.

아... 이내 그 곳은 파리였다는 걸 깨닫는다. 크루아상과 우유만 먹어도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이 곳의 소시지와 햄, 치즈는 어딘가 조금씩 아쉽다. 그래도 뭐, 내가 그토록 원하던 뮌헨이니까 그걸로 됐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호텔 앞에서 바람을 쐰다.
여행 중 제일 좋은 건 다들 종종거리며 출근할 때 그 모습을 지켜보며 유유자적 오늘은 뭘 하고 놀까 생각하는 일이다.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느낌.
뮌헨에서 가장 분주한 뮌헨중앙역 앞에 숙소를 잡은 건 그래서 여러 모로 좋았다.
첫 번째 일정은 안덱스수도원 방문.
뮌헨 시내에서 대략 50분쯤 이동해야 한다. 기차와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하면 최대 2시간까지 소요될 수 있다. 한 나절을 꼬박 잡아먹는 일정이라 어떤 이들에게는 추천을 받지 못하는 곳이지만 맥주 여행자에게는 필수 코스다.
가는 방법은 대략 두 가지,
Tutzing역에 가서 958번 버스를 타거나 Herrsching역에서 951번을 탄다. 난 소심하니까 최대한 가까이까지 열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Herrsching까지 가는 S8은 자주 오질 않는다. 게다가 951번도 한 시간에 두 대 밖에 없다. 시간을 잘 맞춰야 하는데 난 숙소에서 꾸물대느라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혼자라 원망할 사람도 없고 맥주 마시는 일 말고는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까.
kloster andechs


10시쯤 숙소에서 나왔는데 거의 12시에 임박해서 안덱스수도원에 도착했다. 수도원을 가볍게 한 바퀴 돌고 바로 식당으로 입장. 와 아직 대낮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을 줄이야. 역시 독일이다.
학세를 엄청 먹고 싶은데 다 먹을 자신이 없어서 물어봤다. 그거 통으로만 파는 건가요? 그렇단다. 그럼 혹시 반을 잘라서 반은 포장하고 반만 여기서 먹을 수 있나요? 흔쾌히 그러란다. 이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왠지 지쳐서, 야채나 감자를 추가로 주문하는 걸 완전 까먹었다. 진짜 이것만 먹을 거냐고 묻는데도 고개만 끄덕이고.

맥주는 먼저 Spezial hell을 주문했다. 가장 대표적인 맥주는 마셔봐야지.
그리고 이걸 다 마시기 전에 추가 주문을 해왔다. 자리를 맡고 직접 주문하러 가야 하는 시스템이기에 혼자인 난 사람이 더 많아지기 전에 주문을 끝내놓고 싶었다. 바이스 Weissbier hell와 도펠복 둥켈 Doppelbock dunkel 추가.

혼자 온 외국인 여자애가 맥주 세 잔을 놓고 마시니 옆 테이블에 앉은 아저씨들이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본다. 하하하하하하 부끄럽지만, 뭐 어때.

바이스는 첫입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응, 바로 이 맛을 느끼려고 내가 열시간 넘게 비행기 타고 온 거다. 원래 독일 밀맥주를 가장 좋아하긴 했지만 지금껏 마셨던 맥주를 다 무효로 만드는 그런 맛이었다.
도펠복 둥켈엔 눈이 휘둥그레졌다. 또 색다르게 맛있다. 너무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졌으나 독일까지 와서 술주정을 할 수는 없으니 대신 음악을 찾아들었다. 국카스텐이 부른 한잔의 추억. 마시자 한잔의 추억 마시자 한잔의 술 마시자 마시자 마셔버리자~
독일이 참 좋다. 아니 독일맥주 참 좋다. 굳이 독일까지 오길 잘했다. 열차를 타고 굳이 이 외곽까지 나오길 잘했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죽기 전에 안덱스수도원 맥주 한번 마셔봐야 한다. 난 왜 독일에서 태어나지 못했을까. 독일에 살고 싶다. 국적까지 바꾸고 싶은 맥주맛이라니. 취한다.
여행지 정보
● Kloster Andechs, Bergstraße, Andechs, Germany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tsguide입니다. 학센과 독일 본연의 맛을 지니고 있는 맥주의 맛은 완벽할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마신 맥주는 취소라는 맛이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안가네요~ 독일의 진정한 맥주 맛을 찾아 떠난 맥주여행기 잘보았습니다~^^
눈물이 핑 도는 맛입니다. 눈물 젖은 맥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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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 맛이 엄청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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