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삼겹살데이를 핑계 삼아 친한 사람들과 모여 피맥파티를 열었다. 그 날의 맥주는 호가든이었다. 전 국민이 카스 아니면 호가든만 마시던 때였다.
맙소사, 호가든이라니. 난 호가든이 싫다.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세제맛만 느껴져서 도저히 삼킬 수가 없다. 호가든 밖에 없는 피맥파티에서 내내 외로웠고(응?) 벨기에가 미웠다. 호가든이 벨기에 맥주의 전부라고 알았기에 벨기에를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호가든이 아닌 내 입맛에 맞는 맥주를 찾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지인 추천 맥주는 물론 일본 맥주도 마셔보고, 창고형 맥줏집이 유행할 땐 냉장고 안의 맥주를 닥치는 대로 마셨다. 그렇게 만난 맥주가 바이엔슈테판. 아, 난 독일 스타일의 밀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이후 우연히 서울역 앞 하이로비어(현재는 광화문으로 옮김)에 방문했다. 벨기에 맥줏집이라기에 호가든이나 갖다 놨겠지 생각했었는데, 주인은 호가든 따위는 쳐주지도 않는 어마어마한 맥덕이었다.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맥주의 맛을 보았고, 바로 벨기에맥주와 사랑에 빠졌다.
그 순간 결심했다. 언젠가 꼭 독일과 벨기에에 머물며 맥주만 마시고 오겠다고.
그로부터 6년 후,
2017년은 내게 참 힘든 한 해였다. 집에서 두 시간도 더 걸리는 지역으로 급작스레 파견을 나가고, 본사에 복귀해서는 퇴사한 동료의 재무 업무를 떠안았다. 한 달에 두 주는 무조건 11시 퇴근, 목요일마다 밤샘 작업.
이대로라면 몸이 지치거나 마음이 지쳐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무조건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좁디좁은 이코노미석에 구겨져 앉아 10시간을 앉아있더라도 회사보단 편할 것 같았다. 어디론가 떠나야만 했다.
처음 떠올린 곳은 벨기에. 오로지 맥주만을 위한 여행지였다. 아니면 독일. 여기도 당연히 맥주 때문이었다. 어차피 일주일 휴가 밖에 얻지 못할 테니 짧고 굵게 놀 테마가 필요했다.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현지에서 만나보고 싶다.
결국 최종 선택지는 독일로 정했다. 독일맥주만 마실 줄 알았지 독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전혀 없던 상태라 처음엔 제일 익숙한 지명인 베를린으로 갈까 했는데, 주위 분들이 입을 모아 뮌헨을 추천했다. 맥주 여행이라면 무조건 뮌헨으로 가야 한단다. 귀가 얇은 난 바로 도시 수정. 물론 "베를린에서 뭐 먹으면 안 된대. 독일 수도.."라는 농담 때문에 마음을 바꾼 건 절대 아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여행 준비.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 거다. 휴가를 쓴다고 온전히 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빠지는 만큼 앞뒤로 꽉꽉 채워서 일해야 한다. 내가 없는 일주일 동안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떠나기 바로 전날까지 야근했다. 자정 퇴근, 집에 와서 짐 싸고 새벽에 잠깐 자고 아침에 출발.
현지에서 마시는 독일맥주는 환상적이었다. 준비가 턱없이 부족했던 터라 여정 자체는 너무도 단조롭고 어설펐을지라도 말이다. 마냥 행복했다.
행복했지만(...) 무리한 여행 덕에 몸은 더 만신창이가 됐다. 아쉬움을 잔뜩 남기고 온 독일은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 바뀌지 않은 현실에 그리움까지 더해지니 오히려 이제 진짜 죽을 것 같다.
결국 나의 선택은 퇴사. 그리고 다시 제대로 떠나보기.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맥주 여행. 죽기 전 독일과 벨기에로 맥주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정말 죽을 것 같은 시점에야 용기가 났다.
지금부터 쓰는 이 글은 두 번에 걸친 유럽(독일-체코/독일-벨기에) 맥주여행 이야기다. 그리고 이 여행기 속의 내가 다시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세 번째 유럽맥주여행을 떠나는 게 소원이다.
다음 번 여행 목적지는 어디냐고?
당연히 독일이다.
독일맥주에 미친 자의 여행기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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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tsguide입니다. @hyon님의 첫글등록을 축하합니다~ 앞으로의 독일 맥주여행기 기대가 됩니다~
#트립스팀 여행가이드를 참고해주세요~^^
https://steemit.com/tripsteem/@trips.teem/5gasuc-1
감사합니다. 확인 했습니다. :)
와우~프롤로그만 보는데도 정말 몰입해서 봤습니다. 팔로우합니다~ 앞으로의 여행기 정말 기대됩니다~ ^^
맞팔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을 정말 예쁘게 찍으시네요
맥주와 돼지고기, 소시지의 나라인가요?
잘 읽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하겠습니다.
보팅하고 갑니다.
맥주와 고기만 먹다가 나중에 좀 토할 것 같았습니다 ㅋㅋ
아직 너무 초보라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친하게 지내요(응?) ㅋㅋ
술은 잘 모르지만 첫번째로 접한게 맥주여서 어쩌다가 친구들과 한잔할일 생기면 맥주를 마신답니다.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