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부터 금강 자전거길을 달릴 생각이었는데, 새벽부터 비가 엄청 쏟아졌다.
빗속 라이딩은 춥고 위험해 안할 생각이다.
체크아웃 전에는 비가 그치길 바라며 오전에 밥부터 먹었다.
아침부터 얼큰한 육계장을 먹었다.
'홍익'이라는 식당인데 여기도 전날 저녁을 먹은 집처럼 24시간 영업이다.
대전은 불야성이다.
비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치진 않았다.
그래도 체크아웃은 해야해서, 가방에만 커버를 씌우고 나와 금강자전거길의 시작점인 대청댐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가방에 커버를 씌운 브롬톤, 마치 아이언맨이나 울트라맨처럼 지구를 지킬 거 같은 모습니다.ㅋ
버스 승차 후 안전히 좌석에 자리잡은 브롬톤.
버스로 신탄진까지 가서 거기부터는 대청댐까지 그냥 자전거로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자전거 의류 매장에 들려 남편 자전거 바지를 새로 샀다.
그전 자전거 바지는 자꾸 땀이 차서 불편하단다.
의류 매장 아주머니는 우리 얘기를 들을 때마다 놀라신다.
"종주 중인데, 집에서 나선지 2주 됐어요."
"우와~"
"지난 달에는 산티아고 가서 한달간 걸었어요."
"우와~"
"제주에 살아서 자전거 종주는 제주부터 시작했어요."
"우와~"
연신 놀라시더니 나중에 배웅까지 나오셔서 우리의 작은 자전거를 보시곤 또한번 "우와~"하고 놀라신다.
우리 자전거는 정말로 화제를 끌고 다닌다.
금강 자전거길의 시작점인 대청댐 인증센터.
4대강 자전거길이라는 비석이 여기에도 있다.
비가 갰다.
비온 후라 대청댐의 모습도 차분한 게 운치 있다.
대청댐에서 시작하면 금강 자전거길은 거의 내리막이다.
한참을 내려오다 중간에 쉼터가 있어 쉬고 있는데, 지나가던 자전거 족이 멈춰선다.
우리와 같은 자전거인 브롬톤을 탄 외국인이다.
우리보다 그가 더 반가워한다.
완전히 쾌활한 덴마크인 크라우스.
브롬톤을 타고 우리나라 국토종주 중이란다.
내 모자를 보고 산티아고를 다녀왔는지 묻는다.
자기는 산티아고에도 네번이나 갔다왔다면서 포루투갈의 포루토에서 시작하는 산티아고 길이 좋다고 추천해주었다.
우리도 그쪽으로 다시 한번 걷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자세히 들어보았다.
나의 아무말 영어가 또 터졌다.
클라우스도 쉬운 영어로 수다가 터졌다.
지금 클라우스는 아침에 김치만두를 먹었다며 자랑 중이다.ㅋ
우리 브롬톤이 너무 귀엽다고 이렇게 자기 브롬톤을 가운데 두고 사진을 찍었다.
클라우스는 6단기어에 체인링도 40짜리로 작아서 어떤 언덕도 잘 올라간단다.
우리가 2단 기어에 핸들의 손잡이도 기본 셋팅 그대로라며 놀랍다고 호들갑이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위해서는 좀더 편안하고 기능성이 있는 손잡이로 바꿔야 한다며 자기 손잡이를 보여주었다.
좋아 보이긴 했지만, 우린 최소한의 옵션으로 종주 중이니까...
여전히 브롬톤이어서 그리고 2단 기어여서 우리 자전거는 화제거리이다.
클라우스의 어마어마한 짐을 실은 자전거이다.
텐트에 버너, 옷가지를 앞뒤 짐에 싣고, 배낭까지 어깨에 메고 다닌다.
잠은 하루종일 달리다가 6시쯤부터 적당한 정자를 찾아서 잔다고 한다.
모기 때문에 고생은 하지만 한국의 정자가 너무 좋다고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
한국의 정자는 곳곳에 있고, 바닥이 평평해 텐트 치기도 좋고, 정자 근처에는 화장실도 있어서 씻을 수도 있고 핸드폰 충전도 할 수 있다고...ㅋ
짐이 너무 많아서 종주 중에 바퀴가 터진 적도 있단다.
페북 친구를 맺었는데, 그날 저녁 페북에 우리 사진과 글을 남겼다.
덴마크어라 정확히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브롬톤 친구가 2단기어로 종주를 한다고 리스펙트한다고 뭐 그런 얘기인 듯하다.
한국의 자전거 길이 너무 인상적이라 나중에 친구들과 다시 올 생각이란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중인데, 한국에 브롬톤 매장이 없어서 자전거가 고장나면 서울로 다시 가야하는지 고민이라길래 대구 매장을 지도에서 어렵게 찾아주었다.
전라도와 제주도까지 다 갈 거라는데, 멋진 여행이 됐으면 좋겠다.
국토 종주 중 이렇게 외국인 친구를 사귀게 될 줄이야..ㅋ
다음은 합강공원 인증센터이다.
여기는 오천 자전거길과 금강 자전거길의 분계점이다.
전날까지 달리던 오천 자전거길에서 이 인증센터에는 오지 않았었다.
금강 자전거길을 달리면서 인증도장을 찍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오천 자전거길 인증은 마무리가 되고, 우리는 계속 금강 자전거길을 종주하기 위해 달렸다.
다음 인증센터는 세종보이다.
여기 인증센터 사진은 안 찍고 유인 인증센터 아가씨가 준 초코렛 사진만 있다.
오천 자전거길 완주 스티커를 받으러 갔더니 제주도에서 온 사람이 우리가 두번째란다.
그것도 첫번째 사람은 종주 중이 아니고 근처 친척집 왔다가 찍고 갔단다.
우리가 브롬톤으로 국토 종주하는 것도 화제지만 제주에서 왔다고 하면 또 놀라는 이유가 있었네.
제주에서 육지까지 종주하러는 잘 안 오나보다.
제주에는 육지에서 많이들 자전거 종주하러 오던데...
아무튼 우리 종주 수첩이 새로 발간된 건데 인증센터 직원도 한번도 본적이 없다면서 신기하다고 우리 인증 수첩을 사진도 찍었다. 별일이다. ㅋㅋ
그러면서 줄게 이것밖에 없다면서 제주 올레 초코렛을 준 것이다.ㅋㅋ
이날은 공주에 가서 잘 계획이었다.
강을 건너는 다리 옆구리(?)에 자전거길을 만들어 놓은 재밌는 다리가 있어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사진으로 잘 표현이 안 되지만 우리 머리 위로 차가 지나 다닌다.
공주 시내에 숙소를 잡았는데, 이름이 '금강관광호텔'이다.
이름이 옛스럽다. 이름은 호텔이라지만 모텔급 시설이다.ㅋ
하지만 조식을 준다는 광고에 혹해서 체크인.
씻고 저녁 먹으러 간 집은 순두부 찌개집이다.
옛백제의 땅 공주에 와서 순두부찌개와 콩비지찌개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대전 생막걸리'를 먹었다.
이집은 콩물도 서비스로 잔뜩 준다.
콩물이 아주 고소하고 맛있었다.
이집 여름에 콩국수 팔면 대박날 듯하다.
콩물과 막걸리가 구분이 안 되는 건 함정.
이날은 65킬로를 달렸다.
이 글은 2017년 브롬톤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했던 여행기입니다.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만나는것 정말 행복하죠
네, 그래서 낯설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즐거운 듯합니다.^^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역시 친구를 만나는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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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우리나라 국토 종주를 하고 있어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금강따라 공주 신관동까지 가셨군요.^^
제가 아는 지역 이름 나오니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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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쪽을 잘 아시나봐요.
거기 경치가 아주 좋더라구요.
네 '처가'가 공주라서 알게됐습니다.
공주도 금강을 기준으로 강북 강남이란 명칭을 쓰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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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활하고 멋진 친구네요^^
자전거로 다양한 나라를 다니는 친구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여러 나라를 다닌다고 페북에 계속 올라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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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영어로 외국인 친구까지 만드셨다니 수준급이십니다^^
전 영어를 잘 못해서 엉뚱한 소통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아마도 외국인 친구가 적당히 이해하고 쉽게 대화를 이끌어가서 가능했던 거 같습니다.^^
와우~ 유쾌한 친구를 만나셨군요~ ㅎㅎ
이게 바로 여행의 참 맛~
그리고 여행의 또다른 참 맛~
막걸리~
외국인치고도 많이 업된 감정 상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긴 했어요.ㅋ
저도 약간 들뜬 감정의 소유자거든요.ㅋ
지방은 어딜 가나 막걸리가 맛있더라구요.
작은 브롬톤에 저렇게 많은 짐을 실을 수있나요? 놀랍네요.
조금 무리가 되긴 하는 거 같더라구요.
저 외국인 친구까지 타면 아주 가관이더라구요.^^
멋집니다. 그리고
부럽군요^^
멋지다고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인생의 멋은 @hansangyou님도 잘 아시잖아요.
멋지네요^^ 체력이 된다면 저도 여행을 떠나고 싶네요~ 자전거 여행이라니~ 정말 대단하세요^^
체력은 자전거 여행 도중에도 향상된답니다.^^
우아 외국인 친구분 에너지가 엄청난 분이네요. ㅋㅋㅋ 정자에서 텐트치고 주무시다니 ㅋㅋㅋ 완전 야생이네요. 공통된 자전거로 유대감 상승이군요~~
"I love 정자."라는 말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ㅎㅎ 엄청 쾌활하신 분이군요. 텐트까지 메고 다니는 자전거 여행이라니, 상상도 못 해봤어요!
어제 피자를 너무 많이 먹고 자서 오늘 아침은 안먹으려 했는데, 제가 왜 아침부터 스팀잇을 켠걸까요? 순두부찌개에 생막걸리라니... ㅠㅠㅠㅠㅠㅠ 거기다 신김치까지 있으면..
국토 종주 중 좋았던 것 중의 하나가 지방에 유명한 음식과 지역 막걸리를 먹은 것이었습니다.
외국 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지요.ㅋ
ㅜㅜ 저도 그런 여행 참 좋아했는데, 고기 알레르기 생기면서 소고기 다시다를 못먹게 되니 맛집 찾아다니기 힘들어졌어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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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OPAZ 생태계 참여 감사합니다 😊
장거리 자전거는 접이식이 좋군요
유쾌한 분을 만나신 것 같아요!
접이식이 아무래도 이동이 간편하니까, 혹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어도 자전거를 싣고 갈 수 있어서 대처가 가능하더라구요.
보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