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같이 떠나는 배낭여행] 미친여행 CHAP4_10 이탈리아 - 인터넷에서 현실까지 2 | 한류에 중독된 이탈리아 여자아이

in #tripsteem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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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했다. 동네는 작고 아담했다.
그리고 보통의 한국 사람들이 꿈에 그리던 마당 딸린 이층집이다.
집으로 들어가니 어머니께서 나를 맞아 주셨다.

아무래도 사라의 키는 어머니에게서 온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직 투포환 선수셔서 그런지 여전히 몸이 좋으시다.
우리 모두 포옹으로 (우드득) 첫 만남을 시작했다.





사라의 어머님





일단 점심을 먹기로 한다.
나를 데리려 오고가고 하는 동안 벌써 우리들이 응당 아는 점심시간은 넘겨버렸다.
다들 엄청 배고파 보인다. 빨리 먹어야겠다.
나에게는 진짜 현지인 가정의 맛을 보는 순간이다! 야호!





처음 나온 베이컨. 이게 요리인 줄 알았더니..





먼저 베이컨과 과자가 나왔다.
이탈리아 현지 가정식이라고 신나서 와구와구 집어먹고 있었다.
(그래봐야 과자 베이컨이면 손맛이란게 없을텐데)




그런데 어머님께서 큰 그릇 하나를 들고 오신다.

“자~ 두 번째 요리입니다!”

두... 두 번째 요리? 그런게 있나?
그래서 그런가? 어쩐지 베이컨에 빵을 요리라고 하긴 좀 그랬지..
근데... 그것도 참 맛있었는데...
그리고 배 좀 찬 거 같은데... 하아 그래도 먹어야지.







이번 요리는 옛날에 스파게티란 이름으로 많이 먹었을 법한 토마토 치즈 파스타다.
배는 부르지만 그래도 예의상 맛은 봐야 하니 조금 퍼 먹었다.

그 때 난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파스타 면발이 혀에 닿는 순간 몸이 둥둥 뜨는 느낌이 난 것이다.
감동을 주는 맛에 저절로 포크가 다시 가는 내음을 느끼니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비행기를 타고 갈 때 느끼는 그 떨림이다.
정말 맛있는 걸 먹으면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진다는 게 진짜인가보다.
예전에 군대 선임이 간부가 끓여준 라면 맛을 물어보니
은하수를 떠먹는 맛이라고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었지.
혹시 유명한 작품들은 맛있는 걸 먹다가 접신해서 그린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무튼, 배부른데도 난 계속 음식을 삼켰고,
위는 처리량을 넘어섰다고 아우성을 친다.



“후식으로는 파이!”





거대한 후식파이





... 혼자 1/4를 먹고 움직일 엄두가 안나 그냥 널브러져 있었다.
맛을 평하자면 우리나라 제과점 체인 디저트 카페의 그 비싼 케익은 보기만 좋지, 다 가짜다.

과자를 깔고, 계란 흰자로 보이는 것과 시금치의 조합.
언뜻 들어서는 상상도 안 가고 맛도 엄청 없어 보이지만, 보기와는 정말 다르다!

역시 천국을 날아다니는 맛을 보장한다!
마치 우리가 당근케익을 바라보는 시선이랄까?
듣기만 하면 맛없어 보이지만 먹기 시작하면 끝없이 뱃속으로 들어가는 그 마성의 맛.

‘이번 만큼은’, 조금만‘이라 말해놓고는, 레귤러 피자 반 정도 양을 먹어버린 나다.
덕분에 위에 과부하가 걸려 그날 밤 고생 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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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는 친구를 불러온다고 잠깐 자기 방에 대기하고 있으라 한다.
방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한다.

먼저 책상 라디오 옆에 무언가가 잔뜩 쌓여 있었다.
CD다.
무언가 낯이 익다.
가까이 보니 비스트다.

K-POP에는 하등의 관심과 애정이 없지만, 타국에서 우리나라 앨범을 보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한 장 더 들어 보았다. 동방신기다. 허허... 이것보게?
그 뒤로는 JYJ, 그 밑엔 소녀시대, 바닥에는 다시 동방신기다. 허허허...












책꽂이에는 만화책이 가득하다.
하나 꺼내 보았다.

이건 딱 봐도 일본 그림체다.
전형적인 일본 순정만화 그림체다.



고개를 들어 다시 방을 쳐다보면 직접 그린 것으로 보이는 그림들이 벽면에 빼곡하게 붙어 있다.
연예인 사진 따라 그린 것 반, 만화 보고 그린 것 반으로 보인다.
그런데, 연예인은 누굴 보고 그리는 지 도통 모르겠다.
뭐, 내가 워낙 TV에 관심과 애정이 없는 까닭이긴 하지만.








사라가 친구를 데리고 들어왔다.
이름은 프란체스카, 알바니아에서 왔다.
역시 친구는 끼리끼리 다니는 것 같다.
사라 만큼은 아니지만, 이 친구도 키가 장난아니게 크다.
178cm란다. 이 친구정도여도 내 머리 하나 위로 크다.
도대체 이 친구들은 뭘 먹고 자라는건지 신기하다.

라틴족들은 잘생기긴 했어도 키는 별로 안 크다는데,
이 친구들은 북유럽서 와놓고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건가,
내 상식선상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몸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 친구들 둘 다 우리로 치면 고3이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이라고 해도 충분히 수긍이 가는데 말이다!
(늙었다는 게 아니고 풍기는 이미지가 그렇다는 것이다. 너무 꾸며서 그렇다.)




두 친구들이 모이면 언제나 나오는 이야기는 K-POP이다.
옛날 5명이었던 동방신기 시절에 나온 호화 한정판 앨범을 꺼내들고는 나한테 이것저것 설명해준다.
오히려 한국인인 나는 사라가 앨범 속 얼굴을 하나하나 짚어갈 때마다 ‘누구지?’ 하면서 벙쪄있었다.

창민 페이지가 되자 이 애들, 극으로 간다.

“꺄~ 창민이다!”

“오빠! 사. 랑. 해. 요!”
(한글로 외친다...! 매우 어색하다)

가요 프로서나 보는 그 목소리를 여기서, 그것도 한글로 듣게 될 줄이야. 근데 TVXQ? 뭐지 그건?

“왜 이 애들이 TVXQ야?”

“중국에서는 Tong Vfang Xian Qi야. 난 그래도 한국 활동명 알고 있다?”

“뭔데?”

“동. 방. 신. 기.”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빨리 동방신기 CD 어디로 치워야 말이 통하겠다.

덮어놓고 딴 말 하려는데 사정권에 슈퍼주니어 앨범까지 있다.
바로 덥석 짚더니 이야기가 또 줄줄 나온다.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디스를 걸어서 끝내야겠다.

“너 혹시 이 친구들 탄생 비화는 알아?”

“뭔데?”

“SM에서 원래 연습생을 잔뜩 뽑아놨지.
그 중에 탑 5를 추려서 만든 게 동방신기야.
그런데 나머지 애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야.
동방신기 5명은 진짜 완전체를 뽑아놓은 것이고,
나머지는 뭔가 하나씩 부족한 점이 있는 친구라서 말이지.
그 근데 부족한 점 빼면 뛰어난 애들이라 방출하기도 아깝고.
그래서 고심 끝에 아예 죄다 모아서 그룹 하나로 TV나 서게 해주자 해서 만든 게 슈퍼주니어야.
근데 대박이 났지. 그래서 소문에 별명이 재활용 그룹이야.”

군대에서 주워들은 비화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고 난 이 친구들과 순식간에 적이 될 뻔했다.

“우리 오빠들한테 부족하다니!”

“너한텐 부족할지 몰라도 나에겐 오빠들이야 오빠~” (쪽)

...질린다...









30분동안 K-POP 일장 연설을 듣고 정신이 혼미해 질 즈음, 간신히 화제를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 친구들이 다음 지상 과제는 어학연수다.
조금 이해는 가지 않지만, 한국으로 어학 코스를 온 다음 아예 한국 대학으로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예전부터 내가 도착하면 어학연수에 대하여 이것저것 물어보겠다니깐
질문거리 쌓아놓고 기다리겠다고 해서 아마도 이 시간을 위해 벼르고 벼렸을 터인데,
그래도 인간이란 동물은 본능대로 행동하는 것이 더 빠른가보다.

오빠들에게 빠져 정작 필요한 걸 말할 시간을 날렸다.

일단, 고등학교 졸업을 1년 앞둔 시점.
가장 중요한 건, 예산이다.
외국인 등록증이 나와 돈 버는 것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시간을 끌 수 있는 돈은 필요하다.

“지금 한 얼마 정도 모아놨지?”

“10000 유로는 모아 놨어. 카페 계속 알바 뛰고 뭐 했는데...”

아따 이것들... 하나 물어보면 대답과 함께 쓸모없는 잡설이 너무 많이 딸려온다.
다음에는 쓸데없는 말 나오면 바로 끊어야겠다.
난 너네들의 예산이 궁금하지, 10000유로 어떻게 벌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단 말이다.

“먼저 일단 어학코스 등록금부터 살펴봐야겠지? 검색해서 몇 군데 찍어보면 찾을 수 있어.”

생각보다 어학코스 가격은 비싸지 않았다.
대략 150~200만원 대에서 끊긴다.
기숙사비도 찾아본다. 3달에 55만원이다.
생활비를 대충 산출하면 어학코스 등록금에, 3달 55만원으로 방값,
3달에 최대 260만원 정도 들어간다.

1년에 1000만원 정도 되니깐, 지금 가진 돈에 비행기 삯만 보태서 오면 싸게 오겠다.




1년 버틸 돈은 일단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이제 생활 물가나 알려주면 되겠지?
교통비, 식비, 공과금 비용에서 일단 이 친구들의 탄성을 이끌어냈다.

“뭐? 한 번 타는데 900원이라고?”

“한 번 타는 건 아니고.”

“에이. 그럼 뭐, 15분에 900원?”

“아, 우리나라는 시간제가 아니고 거리제야.
기본 10km에 900원인데,
우리는 환승이란 게 있어서 갈아타는게 5번 이상 되지 않으면 기본료는 나가지 않아.”

“어? 진짜? 장난 아니게 싸네?”

“그렇지 나라에서 일정부분 보조해주는 게 있어서.”

“여기 토리노는 1.2유로에 90분을 탈 수 있지.
우리 반값이다! 아 또 중요한 거. 밥값은 얼마나 해?”

“밖에서 먹으면 보통 6000~8000원 선에서 해결할 수 있어.
비싼데 가면 15000원도 있고.
그런데 학교에서는 비싸야 3000원이야.
돈 아끼려면 학교에 계속 붙어있는 게 좋을거야.”

3000원이란 말이 나오자마자 두 친구들 난리가 났다.
이렇게 한국 물가에 판타지가 생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언제나 카드는 뒷면이 존재하지.

“또 중요한 거. 옷은 어떡하지?”

“한국은 옷값이 엄청 비싸.
유럽에서 깜짝 놀란 것이, 마음만 먹으면 후드, 바지 죄다 10유로 20유로 안 쪽으로 끊기더라.
그런데 네가 한국에서 옷 다운 옷을 사려면 적어도 60유로부터 시작이야.”

옷 가격에서 급 절망모드다.

“아무래도 여기에서 다 사가야겠다.”

“빵, 우유도 비싸. 여기 두배야.”

“으악... 그건 좀 큰데?”

“한국에서는 옷, 빵, 우유 빼고는 뭘 사도 쌀거야. 아, 고기도 비싸다.”

“에?”

“유럽은 마트가 엄청 싸.
고기랑 야채랑 가격이 비슷해서 야채를 먹으면 손해 보는 느낌이라니깐?
근데 신기한게 왜 식당 가면 가격이 그렇게 뛰는지 모르겠어.”

“맞아. 집에서 하는거랑 밖에 나가는 게 차이가 너무 커.”

“한국에서는 네가 학교에서 먹지 않는다고 해도
네가 재료 사서 요리해 먹는 것보다 밖에서 그냥 사 먹는 게 쌀 때가 있어.
물론, 네가 매일 분식집만 가고 버틸 수 있다면 말이지.”

이 말에 또 흥분해서 서로 이탈리아어로 뭐라뭐라 떠든다.
뭐라고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친구들 머릿속에는 한국에 대한 대단한 판타지가 숨쉬고 있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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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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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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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문을 선물해주신 @mimitravel 님 감사합니다!!


여행지 정보
● Savigliano, 쿠네오 이탈리아



[남들과 같이 떠나는 배낭여행] 미친여행 CHAP4_10 이탈리아 - 인터넷에서 현실까지 2 | 한류에 중독된 이탈리아 여자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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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trips.teem입니다. 엄청난 후식파이 사이즈에 놀랐습니다.~~ (근데 한번 먹어 보고 싶네요~) 앞으로도 좋은 여행 경험 많이 소개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