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혼란스러움.
현대차그룹의 A/S부품사업부문의 가치는 보유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이익률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사업이다. (그냥 현대차/기아차/모비스 인적분할로 지주회사 만드는게 가장 깔끔하지만 그거 안한다니까) 현대글로비스가 A/S부품사업부문을 가져가면서 9.27조원의 가치평가를 한다고 한다. 사실 모비스가 아닌 다른 기업이 그 사업을 가져갔을 때, 모비스 수준의 이익률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엄청 저평가된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일단 오너가 입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 지분을 팔아서 마련한 자금으로 지배회사인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사야하니까 현대모비스 악재를, 그리고 글로비스에 호재를 만들어서 현대모비스 가격은 낮게, 현대글로비스 가격은 높게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왜냐하면, A/S부품사업부문의 분할합병시 가치평가는 고정되어 있지만, 기아차(를 비롯해서 계열사)와 오너가 사이에 주식양수도 계약의 가치평가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니까. 물론 오너가는 헐값에 사고 싶겠지만, 그러면 기아차나 현대제철 주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테니 시가 수준에 사야하는데, 그러려면 당연히 사야할 대상의 물건값은 싸게, 팔아야 할 대상의 물건값은 비싸게 만들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팔아야할 현대글로비스의 값은 비싸게, 사야할 현대모비스의 값은 싸게 만든다는 것은 현대모비스의 분할대상사업부문을 내재가치보다 싼 가격에 글로비스에 넘겨서 현대모비스에 악재를 만드는 것이긴 한데, 거래가 완료된 다음에는 그게 썩 바람직한 전략이 아닐 수 있다.
(물론 중간에 주총에서 저지될 가능성도 낮지 않아보인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설정한 주식매수청구권대금 규모가 퍽 넉넉해보이지 않는다) 만약에 거래가 계획대로 완료가 된다면, 현대차 오너가가 들고 있는 지분은 현대모비스 지분이 거의 전부다. 현대차나 기아차 같은 핵심계열사 지분이야 조금 들고 있겠지만 그건 사실 큰 의미가 없으니까. 다른 보유 주식 다 정리하고 모비스 주식으로 올인하는거다. 근데 계획대로라면, 현대모비스는 알짜 사업 부문은 자회사에게 털리고, 계열사 지배회사 지위만 남은 상태가 아닌가?
물론 재벌이니까. 그룹의 경영권을 공고하게 하고, 순환출자를 해소한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그런 수준에서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안그럴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내 손으로 내가 가져갈 물건은 조져두고, 남에게 줄 물건은 다듬어 둔다는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지 않나?
그럼 결국 내가 가져갈 물건은 조지는 것처럼 보이지만(다시 원상복귀 해놓을 수 있는 수준에서), 남에게 줄 물건은 다듬어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다시 조져둘 수 있는 수준에서) 거래를 완료해두고, 그 소유권이 확정된 이후에 다시 내가 가진 물건은 다듬고, 남의 물건은 조지는 수순일 것 같은데...
그럼 결국 A/S부품사업부문을 가져가서 캐쉬카우가 생긴 글로비스로부터 현대모비스가 어떤 방식으로든 현금을 삥뜯어야(?)한다. 사실 어차피 이놈도, 저놈도 내가 시키는대로 하는 놈들이니까. 방법이야 많을 것 같다. 연구개발비를 왕창 뜯거나 하면 되니까.
그러면 젠장, 당장 남에게 팔아야 할 물건이라서 예쁘게 다듬어놓고 있는 놈을 사야하는건가, 아님 최종적으로 본인이 가질 물건이라서 못생기게 만들어두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예쁘게 다듬을 수 밖에 없는 놈을 사야하나....
정석대로 했으면, 좋은 회사가 열심히 영업해서 현금 잘 벌어들이고, 그 결과 기업가치가 증가해서 편안하게 해피엔딩이었을 것을 꼭 복잡하게 일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