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_image

만두 없어! 3달뒤에 받으러 오던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만두집은 주말 아침 뭔가 만두가 땡길 때 추리닝에 슬리퍼를 신고 쫄래쫄래 나가서 사오곤 했던 도보 30초 거리에 있는 평범한 집앞 만두집 이었습니다... 만...

전지적 참견시점이라는 프로에서 이영자가 이집 만두를 언급하고 난 뒤에 믿을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원래도 직원분들께서 수작업으로 소량 만들어 파시고 오후쯤되면 그날 준비물량이 다팔려 일찍 문닫고 가시던 꽤나 쿨한 만두집이긴 했습니다만...

방송에 나간 뒤 몇주는 안그래도 좁은 골목에 차들이 꽉차서
"순순히 만두를 넘겨주신다면 유혈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라며 몰려온 방문객들의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몇달 지나니 예전처럼 도로 전체가 점거되거나 하던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조금은 정상적인 운영으로 복귀한 듯 보여 지난 9월 20일 만두를 구매하러 갔더니... 만두 대신 아래 종이 쪼가리를 하나 받게 됩니다.

그나마 가장 빨리 받을 수 있는 날이 12월 4일...
직장 입사동기들과 함께 추석 맞이 만두 모임을 하려던 계획은 만두와 함께 송년회를 하는 것으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달력에 만두 수령일을 적어놓고 몇달을 잊고 사는 사이, 계절도 바뀌고 날씨도 제법 만두먹기 좋은 날씨가 되었네요

그렇게 12월 4일 오늘이 되어

오랜만에 가게를 찾아가 얼굴 잊어버릴뻔한 사장님 내외와 직원분들을 뵙고 황금열쇠와도 같은 만두 예약증을 꺼내 전달하였습니다.
이참에 예약을 걸고 가야겠다 싶어 10인분을 예약하려니 가장 빠른 예약 가능 날짜가 2019년 3월 20일...
예전에 주문하면 막 내년에 받고 그러는거 아니야? 라던 농담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오늘 내가 예약한 하나의 만두는
이듬해 꽃피는 봄이 오면 만나겠지요

정작 만두 맛이 어떠냐는 글에 앞서 서론이 길었네요.
그깟 만두가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주변에 만두집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다들 호들갑인지...
라고 저도 생각했습니다.

예알못인 제가 바라보는 엔디 워홀의 캠밸 수프를 보는 것 같았다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가게를 방문해보시면 그리고 일단 한번 드셔보시면 납득할 수 밖에 없는 퀄리티와 맛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20181204_095521~2.jpg

가게 가면 사장님 내외 + 직원 2명이서
한분은 만두피만 죽어라 펴고 계시고 한분은 만두 속을 넣고 봉합하고 계시고 사모님께서는 만두를 찌고 만두 속을 조합한다고 해야하나.(요리 용어를 모르겠네요)암튼 그일에 바쁘셔서 정작 사장님 말고는 손님 응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분주합니다.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가내 수공업으로 이루어지는 집이다보니 하루에 만드는 만두 양을 정해두셨고 그날 만두 다 만들면(그리고 이는 100% 완판으로 이어집니다.)그날 장사 접고 퇴근들을 하십니다.

만두의 맛은...

일단 간장이 필요 없습니다. 드셔보시면 여기서 뭔가 인위적인 간을 하지 않아도 그대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만두 알의 크기도 끊어먹지 않아도 될 적당한 크기로 한입에 알맞게 들어갑니다. 한입에 넣고 씹기 시작하면...
식감이 살아있는 신선한 야채(김치)와 당면 그리고 그 하얀 뭐시기를 두부라고 해야하나? 그 조화가 탱글탱글한 만두피 안에서 하나가 되는 만두의 원래 창조 계획이라고 해야하나...
한알씩 한알씩 '어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하면서 먹기 시작하면 어느새 2~3인분이 순삭되어 있는 미스테리를 목격하게 됩니다.

아... 40분 뒤에 먹기로 했는데... 현기증 나네요.

Tip.

1인분이 만두 7개 > 6개로 5500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예전부터 드시던 분들은 참고하세요
만두 주문은 금일(12/4) 기준 가장 빠른 예약날짜가 내년 3월 20일이라고 가게에 큼지막하게 적어놓으셨습니다.
예약은 10인분 단위로 받습니다. 드셔보시면 알겠지만 배고픈 성인 남자라면 혼자서 2인분정도는 충분히 먹을 수 있습니다. 1인분이 실제로 0.7인분정도라고 보시면 될것 같네요
김치만두 주문 폭주와 별개로 떡만두국은 아직도 현장에서 하루 XX그릇 한정으로 판매하고 계십니다. 어차피 그만두가 들어가는 만두국이기 때문에 당일 방문하셔서 허탕치시는 분들 께서는 이 만두국으로 아쉬움을 달래시는 것 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약은 계좌이체로 받으십니다.

P.S : 서너달을 기다려 가면서 까지 먹을만큼 엄청난 만두집은 아닙니다.
그러니 다른 만두집에서 만두 사 드세요. 다른 사람이 물어보면 소문이 과장되었다고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세요. 그렇게 엄청난 만두집 아니에요, 이제 그만 예약하세요. ~~(저도 좀 사 먹게요.)~~

20180727_124430~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