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더하기
모든 생산 흐름은 기본적인 특징 하나를 가지고 있다. 바로 재료들이 공정을 거치면서 더 많은 가치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삶은 달걀은 날달걀보다 더 가치 있고, 완벽하게 구성된 아침식사는 각 구성 부분보다 더 가치 있으며, 최종적으로 고객 앞에 마련된 아침식사는 그보다 더 가치가 있다.
아침 식사가 차려진 테이블은 고객이 '앤드루의 맛있는 아침식사'라는 간판을 보고 주차장 안으로 들어올 때 기대하는 가치를 담고 있다. 마찬가지로 완성된 컴파일러는 의미 분석, 코드 추출, 실행 시간 등과 같은 구성요소보다 더 가치 있고, 인텔에게 입사를 제의하고픈 대학 졸업생은 처음에 캠퍼스에서 만나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은 대학생보다 더 가치 있다.
기본적으로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가능한 한 '최저 가치 the lowest value' 단계에서 생산 과정의 문제를 감지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한 달걀을 고객에게 제공되었을 때가 아니라 납품받을 때 알아내어 반품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입사 희망자가 본사를 방문하기 전인 캠퍼스 면접 때 부적격자를 미리 탈락시켜야 한다. 그래야 본사 방문 경비를 절약할 수 있고 지원자와 면접관 모두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또한 완성된 컴파일러를 검사하여 문제를 발견하기보다 컴파일러를 구성하는 각 단위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성능 문제를 미리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범죄자를 체포하여 교도소에 수감하는 것을 일종의 생산 과정이라고 가정하고 형사 처벌 시스템을 살펴보자.
생산 과정은 범죄 행위가 경찰에게 접수되고 경찰이 이에 대응하면서 시작된다.
많은 경우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나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두 번째 단계인 면밀한 수사가 진행된다. 하지만 이때 증거 부족이나 고소 취하 등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있다. 만약 다음 단계로 사건을 진행시킬 수 있다면 용의자가 체포될 것이다.
경찰은 기소를 위해서 목격자를 찾아내려 한다. 물론 기소하더라도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를 위해서 목격자를 찾아내려 한다.
물론 기소하더라도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가 기각되는 경우도 있다. 기소가 진행되다면 그다음 단계는 재판이다. 그런데 용의자가 무죄로 판명 나는 경우도 있고 소송이 기각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유죄가 확정되면 판결 선고와 항소 및 상고로 이어진다. 어떨 때는 유죄로 판명된 자에게 집행유예와 보호감찰의 형이 주어지고, 또 어떨 때는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지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모두 통과하면 최종 단계는 죄수를 교도소에 수감하는 것이다.
만약 각 단계로 진행되는 비율과 관련 비용을 논리적으로 추측한다면 놀라운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한 사람의 범죄자를 체포하여 교도소로 보내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을 산출하면 100만 달러가 족히 넘는다. 그 이유는 체포된 용의자들 중 실제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자의 비율이 아주 적기 때문이다.
교도소가 죄수로 넘쳐나고 감방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당수의 범죄자들이 징역을 짧게 살거나 징역형을 받지 않고 집행유예와 같은 형을 받는다.
이것은 생산의 기본 원리를 위반하는 엄청나게 값비싼 트레이드 오프다. 이때의 제한단계는 '유죄판결을 받는 단계'다 감방 하나를 만드는 데 8만 달러가 들고, 죄수 한 명을 1년 동안 수감하는 데 드는 비용은 1~2만 달러 정도다. 이 비용은 범죄자를 교도소까지 보내는 데 드는 100만 달러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다. 감방을 만드는데 드는 8만 달러가 부족해서 1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부담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형사 처벌 시스템에 투자한 돈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전체 과정을 제한하는 단계를 '비어 있는 감방의 수'라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앤드루 S. 그루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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