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스
미래 예측의 마지막 단계는 기술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엄정하게 테스트하는 것이다. 앞에서 봤듯, 시나리오는 전략을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시나리오는 완전한 이야기를 말하는 데 필요한 세부사항을 채워주는 구실을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것에 열광한 나머지 정말로 중요한 질문이나 세부 사항을 간과하곤 한다.
엄정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도마뱀 뇌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도록 내버려 두게 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만 해도 그런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났던가. 십수 년마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발표되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열령한 흥분과 기대에 휩싸이고, 그 열기는 우리가 왜 날개 달린 자동차를 바라고 요구하는가 하는 논의를 덮어버린다. 사람들은 꿈에 부풀어 더 훌륭한 시제품을 만드는 발명가를 찾아 다녔으며, '올해'야말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 가득한 뉴스 기사를 양산했다. 그리하여 남는 것은 또다시 실망 섞인 한숨뿐이었다. 트렌드와 시나리오, 그 결과로 도출된 전략을 엄정하게 시험해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 잘못된 억측을 했던 블랙베리와 DEC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두 회사는 자신들의 성공한 제품이 새로운 트렌드 때문에 무너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그 결과 미래의 경쟁력을 잃을 전략을 세웠다. 블랙베리와 DEC 경영진은 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 그렇게 하지 못했기에 변두리에서 주류로 이동하고 있는 중요하고 결정적인 트렌드를 포착하는 데 실패했다. 이들의 전략은 현재의 성공을 기반으로 하는 데 그쳤을 뿐, 비범한 용의자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기존의 믿음에 도전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다.트렌드를 식별하고, 증명하고 ETA를 계산하고, 시나리오는 쓴 뒤 대응 전략을 세우고 나면 반드시 그 전략이 적절한지 확인하는 마지막 단계를 거쳐야 한다. 차후의 행동이 끼칠 영향을 철저히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대중에게 인공지능을 선보인 또 다른 두 회사는 이 교훈을 배웠다. 하나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을 통해 마케팅에도 성공한 구글의 알파고와 의도한 바는 아니어도 인종차별주의자와 외국인 혐오자 그리고 종교적 편견을 지닌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MS의 '테이'가 있었다.
에뮤라는 앱은 2014년에 베타테스트를 했는데, 평범한 문자메시지와 비슷한 모바일 메시지 플랫폼으로 인공지능 엔진을 갖추고 있었다. 공공 창립자인 거미 하프스타인슨과 데이브 펠드먼은 과거에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시리라는 작은 앱에서 인공지능과 모바일, 사용자 인터페이스 설계 등을 맡아 상당한 성과를 냈던 경험이 있었다.(SIRI) 그들은 컴퓨터와 컴퓨터 사용자에 관한 전문가였다.
하프스타인슨과 펠드먼은 변두리에서 막 모습을 드러낸 트렌드를 일찌감치 발견했다. 그것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필요한 봇(여러 과업을 스스로 수행하는 소프트웨어)이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전자기기를 일종의 관문으로 활용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봇은 평소에 우리가 스스로 하던 일(예를 들어 회의 시간을 잡거나, 식당을 예약하거나 하는)을 완벽하게 수행해 우리를 보조할 것이다. 어쩌면 친구처럼 우리와 대화를 나눌지도 모른다.
우리가 쓰는 휴대전화와 컴퓨터, 태블릿, 운동기록기, 스마트 안경 등은 모두 언제 어디서나 연결돼 있는 유비쿼터스 기능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으며, 이는 일상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주었다. 우리가 날마다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 캘린더와 문서 공유, 심지어 멀티플레이 게임 따위로 우리를 사무실과 가족, 친구와 연결해주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그런 상호작용을 하려면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사무실과 일정표, 인관관계를 휴대용으로 만들었을 뿐, 정보를 처리한다는 지겹고 소모적인 업무에서는 해방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이제 수백 개의 소소한 디지털 거래를 해야 하고, 그 때문에 여유가 생기기는 커녕 오히려 더 바쁜 삶을 살게됐다.
에뮤가 출시될 당시 사람들은 약속을 잡고 싶으면 여전히 캘린터의 날짜를 보고 적당한 시간을 궁리해야 했다. 에뮤의 기능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했다. 이 스마트 봇은 친구나 동료들과 주고받는 문자 대화에 개입해 사용자가 누르는 자판을 통해 스스로 정보를 수집했다. 그 결과 이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더욱 쉽게 관리할 수 있었다.에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나는 에뮤를 사용해 동생에게 저녁 식사를 같이하자고 문자를 보냈다.
나: 이번 주에 저녁이나 같이 할까?- 에뮤는 자동적으로 우리 캘린더를 검색해 둘 가 약속이 없는 날짜를 고른다. 창에 작은 캘린더가 뜨고 추천 날짜 몇 개가 표시된다. 동생이 그중 하나를 골라 내게 답장을 보낸다.
동생: 그래, 토요일 어때?- 우리가 이미 '저녁'이라는 단어를 언급했기에 에뮤는 언급된 날짜와 시간에 우리의 예상 위치를 추적해 가까운 식당 여러 곳을 추천하고, 각 식당의 엘프(여러 도시의 식당, 백화점, 병원 등에 대한 평판을 크라우드소싱을 이용해 모으는 서비스) 리뷰와 오픈테이블의 예약 시간표를 보여준다. 앱 하나가 이 모든 일을 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식당을 찾아볼 필요도 없고, 예약이 가능한지 전화로 물어볼 필요도 없다. 나는 동생에게 다시 답장을 보낸다.
나: 카페 듀폰은 어때?- 그렇게 나는 클릭 한 번으로 저녁 7시에 식당을 예약할 수 있었다.
우리는 도합 3개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똑똑한 봇 덕분에 적당한 시간과 날짜를 고를 수 있었고, 식당을 찾으려고 끝없이 문자를 주고받을 필요도 없었다. 에뮤는 우리 대신 그 모든 일을 해주는 스마트 봇이었다. 영화를 볼 때도 아주 유용했다. 두 사람이 같이 시간을 낼 수 있는 날짜와 알맞은 극장을 자동으로 찾아주고, 예고편을 보여주고, 표까지 한번에 예매하게 해주었다. 마르코 폴로 기능을 사용하면 친구가 어디에 있는지 지도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에뮤의 창립자들은 자신들의 전략을 들고 시장으로 곧장 달려가지 않았다. 그들은 끊임없이 계획에 몰두하고 테스트에 매달렸다. 우리가 지난 10년간 세상에 나온 기술적 혁신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 새로운 첨단기술은 몹시 특이하고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개발자들이 에뮤를 출시하기 전에 수천 개의 테스트 메시지로 훈련하고, 해석과 분석 기능을 조정하고 개선한 이유다. 이처럼 엄격하고 철저하게 실시한 테스트 덕분에 개발자는 사용자(개발자와 한 줌의 베타테스터가 아니라)와 앱의 상호 교류에 대한 예측을 점검하고 시정할 수 있었다. 그들은 에뮤가 미묘한 뉘앙스를 구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뮤는 사용자에게 도움을 제시사기 전에 대화 전체의 내용을 고려했고, 그 덕분에 각 단어의 맥락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에뮤의 개발팀은 단순히 트렌드를 식별하고 전략( 이 경우에는 모바일 앱)을 개발한 게 아니라 그들의 가정을 엄정하게 시험했다. 지금 와 돌이켜보면 에뮤가 어떻게 미래 예측의 마지막 단계에서 던져야 하는 어려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었는지 알 듯하다. 저자는 이것을 F.U.T.U.R.E 테스트라고 부른다. 이 테스트의 질문에 대한 답을 보면 에뮤의 미래 시나리오와 대응 전략이 신뢰성에서 40~80% 구역에 해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F=Foundation(기반)조직 내 핵심 주주가 당신을 지지하고 있는가?그들이 트렌드와 시나리오 그리고 당신이 매긴 신뢰 점수를 수용하는가?당신의 전략이 트렌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가?핵심 주주가 조직에서 멀어진 뒤에도 당신의 트렌드 전략은 꾸준히 기능하고 진화하는가?전략을 지속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시간과 자금 그리고 의욕이 있는가?
에뮤는 기술 발전으로 발생한 현실 세계의 문제점을 봇이 해결할 수 있다는 비전을 지닌 두 개발자가 공유하는 작은 회사였다. 그들의 전략은 인공지능 봇이라는 트렌드와 궤를 함께했는데, 변두리에서 떠오르는 연구를 증폭시킬 수 있는 매우 훌륭한 방법이었다. 에뮤의 창립자들은 유니콘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들이 조달한 투자금은 겨우 150만 달러였다. 이는 그들이 에뮤의 형태와 구성에 관해 다른 견해를 가질지도 모를 투자가들에게 별로 신세를 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소액 투자는 초기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주요 개념과 테스트가 가능한 베타 버전을 입증할 시간적 여유를 마련해주었다.
U=Unique(독창성)당신이 계획한 행동이 독특한 가치가 있으며, 고객도 그것을 명확히 알고 있는가(여기서 '고객'은 매우 광범위하게 정의할 수 있다. 개인 소비자일 수도 있고, 특정 고객층일 수도 있으며, 동업자나 협력 기관, 아니면 주민 일 수도 있다.)?당신의 전략은 모방하기 어려운가?경쟁자가 늘어날 결우 당신이 그들과 다르다는 점을 어떻게 숙지시킬 것인가?
2014년 에뮤는 시장에 나와 있던 그 어떤 앱과도 달랐다. 그것은 인공지능 엔진을 지닌 모바ㅣㄹ 앱으로 사용자 대신 알아서 과업을 수행했다. 에뮤와 유사한 애플리케이션이 있긴 했지ㅏㄴ(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은 회의에 초대하는 이메일을 받으면 자동으로 캘린더에 일정을 추가했다.) 하나의 문자메시지 앱이 많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독특했다. 사용자가 에뮤의 가치를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예를 들어보자. 내 동생은 IT 기술자가 아니라 오페라 가수다. 원래 에뮤는 이메일과 전화 통화를 줄이기 위해 개발됐지만, 우리가 저녁 약속을 잡은 뒤에 동생은 내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이 새로운 앱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몇 번이나 내게 그것을 알게 해줘 고맙다고 했다. 또한 친구들에게도 빨리 내려받아 사용해보라고 성화를 부렸다. 잠재 파트너가 에뮤의 가치와 능력을 알아차리기까지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지역 사업체와 공공시설 그리고 콘서트를 비롯한 수많은 이벤트가 에뮤 플랫폼과 결함할 수 있었다.
T=Track(추적)현재 조직의 구조상 또는 계획에 따르면 당신은 중요한 기준점을 세우고 트렌드를 추적해 결과를 측정할 수 있는가?확장과 장기적 발전 주기 양쪽에 걸쳐 고객의 획득과 유지에 대한 신뢰성 있는 분석에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 할 수 있는가?에뮤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고객의 일정과 위치, 연락처, 취향, 선호)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스타트업 기업은 고객이 앱과 교류하는 방식뿐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어떤 시간에, 어떤 계좌로, 누구와 함께 교류하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을 얻게 됐다. 고객의 획득과 유지에 도움이 되는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발굴되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다.
U=Urgent(긴급성)당신의 트렌드 전략은 직원과 대상 고객에게 긴급한 문제를 해결해주는가? 시장에 지속적인 수요가 존재할까? 고객 기반에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가? 시장이 진화하고 새로운 경쟁자가 도래한 뒤에도 고객은 당신의 프로젝트를 소중하고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여길까?
에뮤는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많은 얼리어댑터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적절한 시기에 등장했다. 오늘날 우리의 전자기기에는 소소하고 일상적이고 잡다한 일들이 쉴새 없이 쌓여가지만, 에뮤를 사용하면서 약산 숨통이 트였다. 에뮤는 빠르게 필수적인 앱이 됐고, 많은 사용자가 순식간에 에뮤 전도사로 변모해 주변 사람에게 이 편리한 앱을 설치하고 이메일과 문제메시지의 홍수에서 해방되려고 독려했다.
R=Recalibrate(조정)전략은 진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간과 돈을 어떻게 배분해 트렌드의 변화와 의미를 추적할 것인가? 고객의 개인적 또는 사업적 기술이 업그레이드됨에 따라 당신의 프로젝트도 함께 발전할 수 있을까?당신의 트렌드 전략이 대상 고객과 함께 진화하는가?합리적 발전 주기를 지속할 수 있는 현실적인 예산을 갖추고 있는가?당신과 당신 팀은 트렌드 전략을 2~3개월마다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조정할 시간을 갖는가?트렌드 전략이 시행된 후에도 계속해서 이를 개선할 동기와 의욕이 있는가?봇 트렌드가 진화한다면 에뮤의 인공지능 엔진도 함께 발전할 것이다. 필연적으로 인공지능도 진화할 것이며 경쟁사도 시장에 속속들이 진출할 것이다.에뮤는 사용자를 대체하진 않지만 더 똑똑하고 편리한 방식으로 일상의 잡다한 일들을 처리함으로써 그들을 도울 수 있다. 에뮤의 팀은 적은 팀원과 합리적인 비용 그리고 적절한 투자를 통해 베타테스트 이후에도 꾸준히 전략을 가다듬고 조정해나갔다.
E=Extensible(확장성)공학에서 '확장성'이란 미래의 변화나 잠재적인 성장을 염두에 둔 설계 원칙을 뜻한다. 당신이 트렌드 전략은 확장성이 있는가?미래에 발생하는 변화에 쉽게 대응할 수 있는가? 아니면 제3자의 소프트웨어 도구, 서비스, 기기, 콘텐츠 혹은 당신이나 당신의 팀이 통제할 수 없는 코드에 의존하고 있는가?당신의 트렌드 전략은 기기와 소프트웨어, 네트워크의 업그레이드와 독립적으로 운용되는가?소비자의 기호와 입맛이 바뀌면 원래의 아이디어를 손상시키지 않고도 프로젝트를 수정할 수 있는가?에뮤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확장성을 지니고 있었다. 하나의 기기에 의존하지도 않고 다양한 종류의 기기와 운영 시스템에 맞춰 적용할 수 있었으며 필요하다면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수정할 수도 있었다. 에뮤의 두 창립자는 진짜 트렌드를 발견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했으면, 그 전략은 F.U.T.U.R.E. 테스트를 간단히 통과했다. 지금쯤 당신은 이런 궁금증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나는 에뮤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지?
그것은 에뮤가 공식적으로 출시된 지 100일이 되자마자, 구글이 조용히 접근해 회사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2014년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들을 감안할 때 구글의 관심사를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회의와 저녁 식사, 영화 약속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려면 필연적으로 그들의 대화를 주시해야 한다. 에뮤는 대화 내용을 분석하고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추론한다. 따라서 광고가 끼어들 수 있는 기회가 발생하는 것이다.
- 반짝하는 것과 롱런하는 것, 에이미 웹 -
Posted from my blog with SteemPress : http://www.letitbe.biz/wp/archives/2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