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신촌 그리고 Feel 에서의 만남(1)

in #shinchon19877 years ago

1987년도 대학 신입생이 되었습니다.

우연히도 태어난곳만 빼고 초등학교 부터 대학교를 전부 마포에서 다녔네요.

1987년도 신촌은 그야말로 수업을 거의 못했을 정도였습니다.

매일 학생운동에 전경들과 매캐한 최루가스의 여운으로 수업도 휴강이 되기 일쑤였고 사실 대학생이 되었다는 해방감(?)때문에

공부를 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저녁이면 학교주변 술집에서 친구들 선배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없는 자유를 누렸던

시기였던것 같습니다.

우연히 이대후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지금은없어진 세브란스 영안실 건너편으로 건너가는 육교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육교를 지나면 바로 나오는 빨간벽돌 건물 지하에는 자그마한 간판이 하나 달려 있었죠.

'Feel'..... 그냥 영어로 된 자그마한 간판 하나..

궁금증에 하루는 지하로 내려가보았습니다. 지하 특유의 쾌쾌한 냄새..

각 좌석에는 자그마한 벽돌로 된 칸막이가 있었고 그 공간의 중앙에는 특이하게도 Bar를 향해있는 아주 작은 반원의 노래 부르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가 한대 있었구요.

웬지 느낌이 저에게는 아주 아늑하고 포근했습니다. 고급스럽다거나 화려함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런 공간이었죠.

그 당시 Bar가 크게 있었다는 것도 참 희한했구요.

늦은 오후에 갔더니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참...한 가지..서빙을 보던 여자가 그렇게 이뻤습니다^^ 마치 청순가련의 표본이라고 할까요?

나중에 알았지만 사람들은 그 여자를 '올리브' 라고 불렀습니다.

Bar에 앉고 싶었지만 웬지 혼자서 앉기도 뻘쭘해서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커피 한 잔을 시키고 쭈욱 둘러보았더니 여기저기 널려있는 악보들과 노래책들... 그리고 기타 두세대..

그렇게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주인으로 보이는 수염이 덥수룩한 안경쓴 아저씨 한분이 들어오시더군요.

저를 보자마자...대뜸.. '어...?!! 아~~ 아니구나.....근데...누구였지??'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냥 근처학교 학생이라고 하자..'아...내가 아는사람이랑 헷갈렸네...쏘리~!!!' 그러더니..볼일을 보더군요.

나중에 알았지만 사람들은 그 남자를 '신감독님' 이라고 불렀습니다.

참 재미있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다가 조금 더 있고싶은 생각에 친구들을 삐삐를 쳐서 불러냈습니다.

친구들 두명이 오고 맥주를 마시고있으면서 시간을 보내니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더군요.

저와 비슷해보이는 또래들도 있고 대부분은 저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이던 그런 남자들...그리고 여자 몇이 들어와서

부산하게 떠들고 웃고 그러고 있었습니다.

제법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시간이 지나자 남자들중에 한명이 무대로 올라가더군요.

무대라고 하기는 좀 작지만 반원의 그 공간 바로 앞에는 역시 반원 모양의 나무로 된 Bar가 있었습니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시작하는데.....바로 충격이었습니다.

기타연주도 그렇고 노래도 역시...너무너무 잘 하더군요.

처음 들어보는 곡들도 있었고(아마 자작곡 같았습니다) 그렇게 몇곡을 넋을잃고 보다가 나머지 남자들 세명이 합류하여

같이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데...정말이지...저한테는 처음 느껴보는 '황홀'이었습니다.

잠깐 자기들 소개를 하는데..팀 이름이 '몰라쓰' 라고 합니다.. ㅎㅎ 몰라쓰...

그 멤버중 한명이 지금 가요계의 건반세션중 최고로 뽑히는 박용준 이라는 친구입니다.

'더 클래식' 의 김광진씨와 듀엣으로 활동을 했었죠. 이 친구가 몰라쓰 멤버중에서는 막내였습니다.

그렇게 몰라쓰와 몇명의 남자들의 노래와 연주...(대부분이 정말이지 수준급이더군요)

그 중에는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씨도 있었고 후에 광석이형과 공연을 같이하던 하동진 이라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자중 노래를 무지무지 잘하던 분....바로 이 누나가 지금의 이은미 였습니다^^

아무튼 전 그렇게 그 날의 Feel 에서의 충격적인 황홀한 경험을 하고 Feel 로 매일 출근을 하다시피 하게 됐습니다.

2편은 다음에 쓰겠습니다. 오랫만에 추억도 떠오르고 재미있는데 여러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읽다보시면 많은 가수들의 이름들이 나오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있을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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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산 증인이시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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