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에게 북핵문제에 대한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강경파인 볼턴을 해임하고 그의 리비아식 해법이 잘못되었다고 발표했다. 북미회담의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평양에서 실무회담을 했다는 보도와 함께 아니라는 보도도 있었다.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 일은 없다. 북미간 뭔가는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북미회담의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이 UN에 간것도 트럼프와 북미회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UN에 간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북핵문제에 대한 진전이나 성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적이 있다. 그 이후에 크게 두가지 사건이 생겼다. 첫째는 볼턴이 해임된 것이고 둘째는 미국에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발생한 것이다.
볼턴 해임은 본인에게는 불명예일지 모르겠으나, 남북미 전체를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북미간 회담도 과거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물론 미국의 정책이라는 것이 안보보좌관 한사람 바뀌었다고 크게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 최근 보도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북미협상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민주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이유로 트럼프에 대한 탄핵절차에 들어갔다. 과거 러시아 스캔들은 이럴 저럭 넘어갔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그냥 넘어가기 쉽지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과 그 아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하는 전화 녹취록이 공개되었다.
미국에서 이정도 되면 거의 심각한 수준의 문제라고 하겠다. 공화당에서도 트럼프를 지켜주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다음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되기 어려운 상황이 될지 모른다. 이제까지의 전통을 깨고 미국 공화당은 트럼프 대신 다른 인물을 대선후보로 내세울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곤경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뭔가 획기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문제가 있더라도 획기적인 성과나 사건이 있으면 문제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제일먼저 들 수 있는 것이 이란과의 전쟁이다. 이미 이란과 전쟁을 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은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리더십과 권위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공화당은 따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초당적인 지지가 없으면 전쟁은 수행하기 어렵다.
두번째로 트럼프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북핵문제다. 그러나 문제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민주당이 유엔제재 해제와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북한이 내일 모레 권좌에서 내려올지도 모르는 트럼프와 중요한 결정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가 볼턴을 해임하는 등의 제스츄어를 취해도 북미회담의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 물론 북한이 급한 상황에 몰려있는 미국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조금 다른 전망이 가능하다. 유엔제재 해제와 같이 미국 민주당의 지지가 필요한 조치를 제외한 다른 방안을 강구한다면 북한도 협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종전선언이다. 영변핵시설을 포기하는 대신 종전선언과 함께 남북간 제한적인 경제교류를 인정하는 것이다. 종전선언은 이미 부시 대통령 당시부터 논의되어 오던 것이다. 종전선언을 단순하게 선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한반도는 더 이상 정전상태가 아니다.
정전상태에서 작동하던 각종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엔사와 중립국 감시위원회같은 것이 될 것이다. 우선 유엔사의 정전관리 임무가 변경되어야 한다. 즉 MDL과 DMZ를 관리하는 임무가 해제되어야 한다. 그와 함께 중립국 감시위원회도 해체되어야 한다. 한국과 북한의 군사경계선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군이 유엔사가 담당하던 정전임무를 인수받아 종전상황에서의 국경선 방어같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유엔에서 직접 남북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PKO같은 기구가 파견되어 중립국 감시위원회가 하던 임무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의 완전한 중지를 댓가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그정도에 만족할 것 같지는 않다.
이와함께 남북한 경제협력은 민족내부간 거래로 유엔제재의 대상이 아니라는 선언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아마 그정도라면 미국 민주당도 크게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도 재선이 시급한 트럼프를 몰아붙여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성과라고 생각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것은 북미회담에서 북한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최대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북한도 지금의 상황에서 트럼프가 자신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된 대외협상이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라는 것이 아무리 어려워도 그 가운데에서 뭔가 이루려는 속성이 있는 것이고 보면 이 정도라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나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협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수중에 달려 있다. 북한이 하겠다면 하는 것이고 아니면 못한다. 최근 북한은 미국에게 남북관계에 간섭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여러번 했다. 아마도 이번 협상의 최대관건은 남북관계가 될지도 모르겠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비슷한 처지이다. 미국은 트럼프의 리더십 리스크로 한국은 대통령 측근의 리스크로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이런 틈을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상황은 북한이 가장 확실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인지도 모른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이처럼 북한과 성과있는 회담을 바랬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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