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에서 활동하기 이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가입인사를 남기는 것이었다. 인사를 남기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쉬운 일도 아니었다. 이유인 즉, 가입인사를 써 본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타 사이트나 sns에 가입을 해본 적은 있어도 특별히 가입인사를 남기지 않는다. 소모임 같은 모임 어플에서는 필히 가입인사를 남겨야 하지만 그곳엔 작성 양식이 있어 글을 남기기 수월했다. 그러나 스팀잇에는 그런 것이 없었으니 고민이 들 수밖에 없었다. 방법은 다른 사람들의 가입인사를 읽어보고 참고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인 만큼 가입인사 또한 다양했다. 사람들은 간략한 자기소개와 앞으로 스팀잇에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무슨 글을 올릴 지에 대해 썼고, 이는 흡사 활동계획서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 나는 이곳에 무엇을 쓸까. 사실 가입인사에서 무슨 글을 쓸지 정할 필요는 없었다. 스팀잇은 자유로운 곳이었고, 글을 씀에 있어 어떠한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글이 돈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약간의 부감감이 생긴 건 사실이었다. 한마디로 허투루 글을 쓰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가입인사조차 쉽게 써지지 않았다.
나는 가입인사를 두고 꽤나 오랜 시간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짧은 글이었지만 자기소개서를 쓰듯 신중에 신중을 귀했다. 그러고 보면 자기소개를 써본지도 오래여서 시간이 더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혹여 오타라도 날을까 수시로 교정도 보며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적어나갔다.
가입인사에 신중했던 건 첫인상이 중요하기 때문도 있었지만 7일이 지나면 글을 수정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요인이었다. 지금은 7일이 지나도 글을 수정할 수 있게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페이 아웃된 글은 수정이 불가능했다. 이 말인 즉, 7일 후에 오탈자를 발견해도 수정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최대한 천천히 글을 써 내려갔다.
글을 쓰다 오타가 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오타라는 건 교정을 볼 때마다 나오는 것이기에 민감하게 굴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오탈자에 예민하게 구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사회초년생 때 일이다. 회사 주최로 열리는 행사가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쓸 팸플릿을 만들다 오타를 내고 말았데, 행사가 열리는 날짜, 그것도 연도를 작년으로 표기한 것. 안타깝게도 오타를 발견한 시점은 이미 팸플릿이 다 인쇄되어 사무실로 배달된 상태였고, 수정할 방도는 없었다.
회사는 갑작스레 비상이 걸렸다. 행사는 당장 다음날이었으니 난리가 나는 건 당연했다. 글자 한 두개 오타야 어떻게 넘어간다 치지만 연도 그렇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전 직원이 늦은 시간까지 남아 연도를 수정하는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고(그것도 몇 천장이나 되는), 일은 새벽이 되서야 끝이 났다. 이 모든 게 내 오타 하나로 벌어진 일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 끔찍한 일이었다.
다행히 나는 이 일로 회사에서 잘리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지금까지도 완성된 글에서 오타가 발견될 때면 묘한 불안감에 휩싸이고는 한다. 일종에 트라우마라고 할까. 그래서 이래저래 글을 수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은 언제나 내게 큰 부담이다. 이는 스팀잇도 마찬가지였다.
스팀록 | #5 가입인사와 7일
written by @chocolate1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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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국 나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2 희망은 언제나 좋은 거니까
#3 여행도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설레는 법이다.
#4 네 개의 비밀번호
년도 수정이라니.. 마음이 엄청 불편하셨겠어요;;;;;;;
저도 처음 글 쓰던 때가 기억나요. 앞으로 뭘 쓸껀지, 뭘 좋아하는지 한글로도 영어로도 남긴 기억이.
그러고 보니 그 때 조만간 쓰겠다던 여행지의 여행기를 아직 시작도 안했었군요 ㅎㅎ
Nice to know about that thanks for sharing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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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리즈네요^^ 막상 저는 소개글이 없었네요 ^^ KR을 몰라서 홀로 영어로 글 쓰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었던 기억이 ㅎㅎ
아하! 그러셨구나. 전 아마 kr 몰랐으면 시작조차 못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