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유목민과 농경민의 대립의 역사라고 하죠. 시대가 흐르면서 때로는 유목민이 때로는 농경민이 중원을 차지하고 중국 대륙을 지배하였지만 모두 중국의 역사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한족 중심의 역사이기 때문에 변방의 유목민을 오랑캐라고 부르며 유목민에게 지배당했다가 다시 '되찾고' 하는 과정을 되풀이 해왔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유목민들이 중원을 장악해도 한족의 전통과 문화를 많이 따랐다는 것입니다. 한족 문화를 배척하는 현상도 보이기는 했으나 오히려 한족 문화에 동화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몽골족이 원나라를 세웠을 때도, 여진족이 금나라를 세웠을 때도, 만주족이 청나라를 세웠을 때도 모두 중원의 황제로서 즉위했습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한국이 일본에 잠시 지배당했다고 해서 일제강점기 시기의 한국을 일본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아픈 기억이지만 한국의 역사입니다.
사실 역사에 편입된다는 기준이 애매하기는 합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고구려도 몽골족, 말갈족, 여진족과 같은 변방의 기마민족이었고 서로 전쟁도 하고 공물도 바치는 사이었으니 중국의 역사가 맞다 라고 하면 중국의 입장에서는 정당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거점영역, 언어, 문화적 유사성, 현재의 국가의 형성에 있어 영향을 미친 정도 등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역사에 편입하는 것 같은데요. 하나라도 빠지면 역사에 편입하는 것이 좀 제한되겠죠.
고구려가 신라, 백제 그리고 고려, 조선이어서 현재의 한국까지 활동영역이나 언어, 문화적 유사성, 또는 국가형성에 영향을 미친 정도 등을 따져봐야 할텐데 고구려와 고려의 국호의 연관성 등 여러가지를 따져보면 한국과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긴하네요.
그런데 고구려가 세력을 키워 중원대륙까지 진출하고 정복을 해냈다고 가정하면 이야기는 또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복 후에도 고구려의 풍습과 문화, 그리고 언어를 유지하고 그것이 신라, 백제, 고려, 조선(물론, 고구려가 진짜 중국 대륙을 정복했다면 고려, 조선이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현재의 한국과 언어적 문화적 유사성이 크다면 고구려 정복 이전의 중원의 역사가 현재의 한국사에 편입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고구려가 중화문화에 동화되어 고구려의 색채를 잃게 되었다면 역으로 중화 역사에 잡아먹혔을 수도 있겠지요.
말씀대로 역사에 만약은 없습니다. 역사 속 모든 것 하나하나가 상호작용하여 만들어진게 바로 지금입니다. 만약에 이랬더라면 만약에 저랬더라면 해서 그렇게 되었다면 지금은 또 어떻게 변해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역사 관련 분쟁이 항상 존재해온 것이겠지요. 우리 역사를 지키는 방법은 과거의 기록, 객관적 증거 등을 최대한 발굴하고 수집하고 연구하고, 현재의 국가 그리고 현재의 국가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과거의 국가와 민족들과의 유사성을 증명하는 방법밖에는 없겠네요.
가볍게 이야기하자고 하셨는데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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