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무대위에서 미쳐 날뛰는 뮤지션들을 좋아한다. ACDC의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이나 Red hot chili peppers의 베이시스트 플리, Pulp의 자비스 코커가 대표적인, 내가 좋아하는 ‘미친 뮤지션’이다.
사실 자비스 코커의 보컬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불안한 음정과 음색, 희한한 가성, 쥐어짜내는 고음은 솔직히 매끈한 보컬의 실력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밴드의 프론트맨이자 퍼포머로서의 코커나 싱어송 라이터로서의 코커는 매우 좋아할 뿐더러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코커는 공연할때마다 풍부한 손짓과 발짓을 하거나 정말 국적 불명의 괴상한 춤을 춘다. 게다가 뭔가 치명적이고 섹시한 듯한 행동을 한다. 처음에 볼때는 우스꽝스럽고 어색하지만 그의 공연 영상을 보면 볼수록 그의 치명적이고 섹시한 척 하는 것이 수긍이 가고 점차 늪과 같은 그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치명적이고 섹시한 척을 하면 미운 사람이 있는데 희한하게 코커의 그 뻔뻔한 섹시한 척은 보면 볼수록 수긍이 된다. 게다가 그의 괴상한 춤사위는 Pulp 특유의 사운드와 잘 어우러져 엄청난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싱어송 라이터로서도 그는 꽤 훌륭하다. 노골적이고 질펀한 성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리고 찌질함을 정말 잘 표현한다. ‘Disco 2000’이나 ‘Do you remember the first time?’에서 질척질척하게 애인/남편이 있는 여성에게 찝쩍대는 가사의 화자를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밉게 그리지도 않게 잘 표현한 것 같다. 찝쩍대는 와중에도 강압적으로 굴거나 여성에게 죄책감을 씌우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추억이나 자신의 간절함을 드러내며 사정하는 듯한 - 길거리에서 질질 짜면서 여자친구 치맛자락 붙잡는 남자친구의 이미지랄까 - 가사의 화자의 말과 행동때문이 아닌가 한다. 게다가 그는 언어감각과 관점이나 시점을 잡는 능력도 꽤 뛰어나다. ‘Like a friend’에서 깨진(?) 여자친구(혹은 여사친)와의 관계에서 오는 마음의 상처, 짜증, 어색함, 후회를 갖가지 상황에 비유를 했는데 이 부분의 가사가 유머가 살아있고 톡톡튀면서도 그리 경박하지 않아서 좋다.
괴상한 보컬과 희한한 춤사위를 처음 보면 대체 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의 공연 영상을 보면 볼수록 그의 매력에서 헤어나오기 어렵게 된다. 락페같은 데에 펄프가 온다면 진짜 가서 미친듯이 놀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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