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행하는 피라미 쏭블리입니다. :)
@songvely May. 3. 2018.
몇 년 전, 정말 딱 이맘때 다녀온 여행이 있어서 사진을 꺼내봤습니다. 당시 저와 햇님군은 방학을 맞아 친한 한국인 언니네 부부와 5월의 자이언 캐년 하이킹을 떠났거든요.
미서부에는 유명한 캐년이(발음 주의) 크게 세 곳이 있습니다.
-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 Grand Canyon National Park.
-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 Bryce Canyon National Park.
- 자이언 캐년 국립공원 Zion Canyon National Park
세 곳 모두 미서부 여행에서 사람들이 자주 찾는 코스지만 일정이 짧은 경우에는 보통 그랜드 캐년을 택하기 때문에 자이언 캐년과 브라이스 캐년이 생소한 분들도 많으실 거에요. 저도 그랬거든요.
5월의 자이언 캐년
I-15 고속도로를 타고 라스베가스 방향으로 가다가 국도를 따라 한참을 더 들어가니 저 멀리 자이언 캐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세련되고 북적거리는 미국 동부와 달리 미서부의 와일드한 매력은 운전 중에 가장 잘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 하나 하나가 모두 색다르고, 거친 느낌이에요.
입구를 지나 주차장에 다다르면 여기부터는 차를 두고 셔틀을 타고 들어가야 합니다. 무료 셔틀이 자주 오니까 방향만 잘 확인해서 올라타면 끝입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기분이 하늘로 치솟았던 날.
온몸으로 햇살을 받았습니다.
온 세상이 초록초록🌿
버팔로 버거를 먹다
저희 부부와 언니네 부부는 자이언 캐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근처의 조그마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파란 벽과 아기자기한 장식이 마음을 끄는 곳이었어요.
아침을 건너뛰고 먼 길을 온 저는 너무 배가 고파서 들어가자마자 메뉴판을 번개같이 스캔했습니다. 무려 버팔로 버거가 있더라구요. 자이언 캐년 주변에서는 버팔로 고기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먹어볼 기회가 생겨서 정말 기뻤습니다. 당연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주문을 완료했죠.
식사와 샐러드가 나오자 언니네 공주님도 반가움에 버둥거렸고, 저도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마구 흡입!!
버팔로 버거는 일단 일반 버거보다 크기가 좀 더 컸고, 고기가 질긴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야생 버팔로의 허벅지가 떠오르는 식감이랄까요. 딱히 특별한 소스가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치즈가 듬뿍 녹아든 패티가 맛있었습니다. :)
그렇게 식사 후 버스에 탔습니다.
덜컹덜컹
울렁울렁
창 밖으로 붉은 퇴적암이 멋지게 솟아 있었지만 제 속은 자꾸만 어수선해졌습니다.
흡!!!!!
뭔가가 식도를 노크하는 느낌.
습습 후후
호흡을 가다듬으며 간신히 참다가 버스 문이 열리는 순간 번개처럼 하차했습니다. 버팔로 버거와 더불어 그 전에 마신 스벅 커피까지 모두 화장실 변기에 웩웩...
속을 비워내고 바람을 쐬며 걸으니 나중에는 기운을 차려서 내려왔지만 국립공원 화장실에 영역 표시를 한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이제 버팔로 버거는 꼭꼭 씹어먹기로...)
온 가족과 함께 할만한 하이킹 코스
갓난아기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셔틀을 타고 가장 마지막 포인트에서 내려 하이킹을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된 하이킹보다는 쉬엄쉬엄 산책하는 느낌이었죠. 제가 체하는 바람에 이대로 집에 돌아가야 하나 걱정했는데 오히려 소화와 기력회복에 도움이 될만큼 적당한 코스였습니다.
공기도 좋고, 온 세상이 파릇파릇해서 걸으면 걸을수록 저는 힘이 솟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5월의 자이언 캐년은 꽃 가루가 어마어마했습니다. 한 번 바람이 불면 눈이 내리듯 꽃가루가 날리는 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봄이면 항상 알러지에 시달리는 햇님군은 유난히도 그 날 힘들어 했죠.
감탄이 절로 나는 기암괴석과 웅장한 풍경을 편안함 속에서 감상할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자이언 캐년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동굴과 강을 건너고, 바위 사이를 통과해야 하는 하이킹 코스도 있습니다.
연신 재채기를 했던 불쌍한 햇님군
저희도 계곡 근처에 앉아 잠시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언니네 아가에게는 첫 하이킹이었을텐데 계곡 물에서 참방참방 잘 노는 모습이 너무 예뻤죠.
아무래도 부담 없는 완만한 코스여서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 일행만 해도 아주 어린 아기가 있었구요. 산 속 동물들을 귀엽다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좋아하는 아이들은 천사처럼 귀여웠습니다.
사슴이 좋은 이유
지나가는 아이들도, 멋진 풍경도 좋았지만 사실 저의 눈을 가장 사로잡았던 건 바로 곳곳에서 만난 사슴들이었습니다.
수풀 속에 몸을 숨긴 사슴을 멀리서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차마 다가가지는 못한채 카메라로 가까이 당겨보고.
그 맑은 눈망울과 보드라운 털의 질감을 뷰파인더 속에서나마 느꼈습니다. 그랜드 캐년에서도 그랬고, 옐로우 스톤에서도 그렇고 어딜 가든 저는 사슴이 참 좋더라구요. 제가 살던 동네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도 근처에 사슴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새벽에 도로 한 가운데에서 유유히 걷는 사슴을 마주한 적도 있죠. 운전석에 앉아 있던 저를 빤히 바라보던 사슴은 "이 시간에 잠 안 자고 뭐해?"라고 물어보는 것 같았어요. :-) 어쨌거나 저는 사슴만 보면 유난히 마음을 뺏겨 멍하니 바라보곤 합니다.
이다지도 마음이 끌리는 것은 제게 사슴이 참으로 연약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생물이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풍경도 보고, 버팔로 버거도 먹어보고, 좋아하던 사슴도 보았던
날씨 좋던 5월의 어느 날,
자이언캐년에서의 봄나들이 이야기 끝.🌿
멋진 트레킹 하셨네요 ㅎ 특히나 사슴도 보다니...
와.. 정말 대 자연의 아름다움이네요
정말 즐겁고 편안한 트레킹이엇어요- 체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
사진볼때마다 놀랍네요 자연이 살아있는게 느껴집니다 송블리님^^
감사합니다 ^^ 정말 날씨도 좋고 트레킹 하기 딱 좋은 날이었어요!
발음주의라는 말이 나왔을때 저도 모르게 캐년을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의 작전에 넘어가셨군용 후후후
하늘색 실화인가요? 요즘 우리나라는 저런 하늘을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예요. 공기 좋은 곳으로 피신하고 싶다는...
저도 도시에 있다보니 맑은 하늘 보기가 참 힘든 것 같아요- 오랜만에 고향에 오니 숨쉬기가 편안하네요 :)
일교차가 큰 날씨에요 감기조심하세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오치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
정말 오랜만에 보는 자이언캐년이네요.ㅎ 전 적어주신 3대 캐년 중에 여기가 제일 좋았어요... 근데 트래킹은 못했다능..
이래서 패키지로 가면 안되..ㅠㅠ
사진 넘 잘 봤습니다.. 오랜만에 또 추억에 ㅎㅎ
저는 아쉽게도 브라이스 캐년을 못 가보고 왔어요 ㅠ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답니다 ㅠㅠ 자이언 캐년도 멋진 곳이 참 많은데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가지 않았던 게 아쉬워요- 이런 아쉬움은 또 떠나기 위한 핑계일까요 :) 추억을 떠올리셨다니 기쁩니다.^^
자연의 아름다음은 정말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것 같습니다.
사진 색감이 정말 물감을 칠한 듯 표현이 된 것 같아요 좋습니다^^
캐년(~~발음주의하면서) 한번 꼭 가고 싶네요^^
솔직히 그 날 사진 설정을 뭘로 한 건지 왜 저렇게 색깔이 나왔나 좀 이상하더라구요^^;; 지나치게 색이 튀게 나와서... 그래도 좋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자연에서는 언제나 힐링힐링입니다!
붉은 산과 파란 하늘의 대비가 너무나 멋지네요. ^^
캐년(?) 국립공원 3곳을 저도 언젠가 한번 하이킹 해보고 싶네요.
댓글에 모두
캐년이(주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에 모두 캐년이 있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미국의 붉은 산은 한국의 푸르른 산과는 다른 매력이 있죠 :) 요즘 하이킹 가기 딱 좋은 날씨인 것 같아요!🌿
👨 미국은 다 크네요. ㅎㅎ 버거도 크고 공원도 크고~ 가보고 싶습니다!
맞아요 아메리칸 사이즈!!! 특히 콜라 담아줄 때 컵이 너무 커서 맨날 놀랐던 ㅋㅋㅋ이걸 다 먹어?! 했는데 나중에 다 먹게 되더군요 ㅋㅋ
하늘이 진짜 파랗고, 숲이 진짜 초록이고, 진짜 자연같네요~ 아마 공기가 좋아서이겠지요? 서울의 요즘에 참 대비되어요. 이런 곳으로 얼른 달려가고 싶어집니다만 ... ^^
음 그건 공기가 좋아서이기도 하고..제가 사진 설정을 요상하게해 놓고 찍었던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튀게 색깔이 나온 것 같은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왕 날씨 너무나 좋고!!
버팔로 고기가 좀 질기죠?
저는 네팔에서 먹었는데(이들은 힌두교도 믿어서 소는 안 먹는데 버팔로는 먹어요)
엄청 질겼어요.
그래도 패티는 갈아서 만드니까 좀 덜 질기지 않나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