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입니다. 가슴이 따듯해지는 소설을 연재합니다.
프롤로그 -
몽롱한 어느 틈엔가 나는 휘청거리듯 계단을 뛰어오르고 있었다.
헉헉거리는 내 허파는 한계에 다다른 듯 격한 소리를 내고, 빠른 속도로 뛰는 심장이 분노를 못이겨 몸을 뛰쳐나올 듯 움직였다.맨 윗층에 옥상 문을 열어젖히고 고개를 하늘로 들었을 때, 빛이 쏟아졌고, 틈틈이 구름이 보였다. 울렁이는 가슴을 부여잡고 옥상 난간에 몸을 의지하고 있다. 아! 어지럽다.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토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 앞에 빌딩 숲을 봤을 때 그녀가 보고 싶었다.
“민정아... 민정아... 서민정!”, 울음 섞인 떨리는 목소리를 토해낸다. 그녀의 이름은 앞 건물로 희미하게 퍼져갔다. 그 길었던 여름이 끝나고 있었다.
- 무엇인가 시작하는 당신
빛의 밝음으로 아침을 알리는 옥탑방, 창문을 열면 멀리 흐릿하게 지나가는 전철, 힘을 다한 듯 거친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냉장고, 어제 먹다 남은 커피로 가득한 커피포트, 책상에 PC, 얼룩과 과자가루로 지저분한 작은 침대, 다림질 하지않고 쌓아둔 옷들, 다리미, 반쯤 열린 수납장, 나를 성처럼 둘러싸고 있는 살림살이들.
핸드폰의 알람소리가 긴 백수생활에 끝을 알리고, 두터운 눈꺼풀을 뒤집고, 이불속 긴 터널에서 기어 나왔다.
‘드디어 시작이다.’
서울숲역 3번 출구를 나와 우측으로 보이는 건물의 뒤편으로 우진실업이 있다. 네모난 모양의 건물에 겉은 회색으로 온통 휘감고, 떨어질 듯한 벽에 페인트는 달의 표면을 연상시키듯 곳곳이 갈라져 튀어나와 있었다. 겉은 이렇지만, 전체 종업원 300명의 중견기업으로써, 나름 탄탄한 각종 복리후생제도와 대기업 대비 70프로 정도의 연봉을 주는 튼실한 기업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대기업에 들어가서 처음부터 멋진 직장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그 꿈은 잠시 접어두고, 우선 여기서 경력을 쌓아서 두각을 나타내고, 그걸 기반으로 스카웃되는걸 목표로 하고 있다.
건물 입구에 도착하자 빨간 해병대 마크를 가슴 한쪽에 붙이고 있는 경비아저씨가 빳빳하게 다름질 된 청색 경비복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있다. 처음 보는 나를 향해 약간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본다.
“어떻게 오셨죠?”
“저... 영업 3팀 신입직원인데요.”
경비원이 힐끔 위아래를 훑어본다. 그리고 바로 승강기 있는 쪽으로 손으로 가르친다.
- 2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