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한수연 기자님께서 블록체인 저널리즘이 성공하려면 유료구독자가 전제되어야한다는 질문을 던지셨는데, 최근 연구 하나를 답글 형식으로 합니다.
한수연 기자님의 글은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https://steemit.com/journalism/@ryuhan18/3sstr3)
(* 이 글의 내용은 2017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해외미디어동향 06 : 독자 지갑을 여는 주문, 다이내믹 페이월: 뉴스 콘텐츠 유료화의 진화의 일부 내용을 간추린 것입니다. 전체 내용은 아래 링크 참조)
https://www.kpf.or.kr/site/kpf/research/selectMediaPdsView.do?seq=574368#next
유료구독자와 뉴스에 대한 지불의사.
사실 블록체인 기반의 저널리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뉴스를 읽어야 합니다.
그런데, 도처에 공짜뉴스가 널려있는데, 과연 돈내고 뉴스를 읽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은 독자들도 고퀄리티 정보에 대해서는 돈을 내고 읽을 의향, 간단히 말하면 지불의사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지불의사를 반영한 유료화모델의 성패는 나라마다 처한 뉴스 미디어 환경에 따라 다르기는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유료화 모델 도입이 매우매우매우 어려운 환경이기는 하죠...ㅠㅠ)
뉴스 콘텐츠의 유료화에 대한 관심은 업계 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상당했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인터넷으로 뉴스 콘텐츠가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합니다.
초창기의 유료화 모델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스 콘텐츠의 유료화를 처음 주도했던 뉴욕 타임스였습니다. 타임즈 타임스셀렉트(TimesSelect)라는 뉴스 번들링을 통해 독자에게 월정액을 부과하는 유료화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물론 실패했죠. 그렇지만 뉴욕타임스는 월 3천만에 가까운 방문자를 얻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지불장벽 또는 페이월(paywall)이라고 볼 수 있는 유료구독모델(payment subscription)은 크게 하드페이월(hard paywall), 미터드 페이월(metered paywall), 리버스 페이월(reverse paywall) 등의 세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이름에 짐작할 수 있듯, 하드페이월은 돈을 내지 않고는 어떤 기사도 읽을 수 없는 전면 유료화 모델입니다. 초창기 모델은 이 전략을 취했습니다.
반면, 미터드 페이월은 일정 기사는 무료로 읽게 하고, 일정량을 초과할 경우 과금하는 모델입니다. 부분 유료화 모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령, 한달에 20건은 무료로 읽게 하고, 21번째 기사부터는 돈을 받는 겁니다. 뉴욕타임스가 뉴욕타임스는 실패를 교훈삼아 2011년 도입한 두번째 유료화 모델이 바로 미터드 페이월.. 즉 부분 유료화 모델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미터드 페이월은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우선 뉴욕타임스의 광고 대비 구독 매출이 역전되기 시작한 겁니다. 즉, 유료구독자가 늘어나면서 광고매출에 의존하던 사업구조가 바뀌기 시작한 거죠. 다음으로 유료구독자수가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2011년 도입 이후 4년이 지나 뉴욕타임스는 유료구독자가 100만이 넘어서게 됩니다. 뉴욕타임스의 부분유료화 모델은 과거 번들링 전략의 실패를 딛고 일단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미터드 페이월에서 중요한 것은 무료 기사를 얼마나 제공할 것인가 여부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처음에 20건의 무료기사를 제공하였다가 점차 10건, 5건으로 무료기사의 수를 줄여갑니다.
사실 돈을 내고 보기로 마음을 굳힌 독자들에게 무료기사의 수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겠죠. 이는 결국 독자의 뉴스 소비 패턴를 정확히 분석해야 내릴 수 있는 결정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치밀한 계산과 전략이 수반되어야 하죠.
그 외에도 뉴욕타임스는 부가정보들을 유료화하여 번들링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대표적으로 크로스워드 퍼즐, 음식 레시피 등이죠.
너무 뉴욕타임스 얘기만 했네요.
그러면 전면 유료화, 즉 하드 페이월은 그저 실패한 모델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모델로 재미를 본 대표적인 언론사가 월스트리스 저널(WSJ)입니다.
사실 WSJ야말로 뉴스 유료화를 가장 처음 시도했고, 그만큼 조기에 유료화 모델을 안착시킨 언론사입니다. 미국에 가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미국은 엄청난세일즈 프로모션이 난무하는 나라입니다. 새로 렌트 들어가는 집에 케이블부터 온갖 잡지들의 구독료 할인 광고가 덕지덕지 붙죠. WSJ도 프로모션을 주당 1달러씩 3개월정도 받고 나서 월 28.99달러, 연 272달러 정도의 구독료를 받습니다. 우리나라 종이신문 구독료가 한달에 15,000~18,000원이니 물가를 고려하면 아주 비싼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ㅠㅠ
근데 이 모델은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검색을 통해 뉴스로 진입하는 첫페이지 무료 구독자, 소위 ‘퍼스트 클릭 프리(first click free)’의 존재였습니다.
필요한 기사만 검색을 통해 구글에서 들어와서 해당 기사만 읽고 빠지는 독자들을 막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뉴스코퍼레이션에서는 첫클릭무료를 완전 차단하는 강력한 하드 페이월을 시행하게 됩니다. 결과는....?
프리컨슈머들중 상당수가 유료구독자로 전환되어 상당한 유료구독자의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또 다른 모델인 리버스 페이월은 무료기사와 유료기사를 구분하여 무료기사는 무제한으로, 유료기사는 과금모델로 차별화하는 방식입니다. 미터드 페이월에서 이러한 뉴스의 구분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리버스 페이월에서는 뉴스의 퀄리티 혹은 중요도에 따라 과금할 뉴스 콘텐츠를 구분합니다.
이 모델은 마트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전략입니다. 즉, 미끼상품으로 쇼핑을 유인해서 고마진 상품을 구입하게끔 동선을 짜는 거죠. 단, 공짜 뉴스는 스페셜 콘텐츠를 유인하는 데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만한 뉴스들로 구성해야 합니다.
이 모델을 도입한 대표적인 뉴스사이트는 미국의 폴리티코(Politico)입니다. 폴리티코의 유료 구독자는 2만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우 적은 수치라고 생각되지만 이들이 올리는 매출액은 전체 매출의 절반에 육박합니다. 실제 폴리티코의 구독료는 패키지에 따라 연 1만달러에서 최대 3만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엄청난 고퀄 콘텐츠라고 생각할만합니다. 당장 돈이 되거나 엄청난 수준의 고급정보 (가령, 증권가의 고급분석정보 같은) 라면 소수의 독자들이라고 해도 이정도의 비용을 감당할 의사가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간단하게 뉴스콘텐츠의 유료화 모델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유료구독모델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모델입니다. 우리는 뉴스 유통과 소비가 인터넷 포털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기사를 독자가 구매하는 거이 아니라 유저가 읽는 양(PV)에 비례하여 뉴스제작비를 돌려받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은 언론사에 뉴스 전재료를 지급합니다)
(출처: 위의 글 p. 15)
그렇다고 뉴스의 유료화 모델을 시도할 수 있을까? 물론 쉽지 않습니다.ㅠㅠ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주로 90년이후출생한 35세 미만의 젊은 층의 콘텐츠 소비 패턴입니다.
이들의 디지털 콘텐츠 소비량은 어마어마합니다. 문제는 그 소비 비중이 대부분 게임, 음악, 영상물 등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뉴스 유료 구독의 비중은 25%. 물론 적다고 볼 수는 없지만, 콘텐츠 소비량에 비해 지불금액이 턱없이 낮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는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근데, 이러한 세대들이 역설적으로 스티밋의 뉴스 유료 모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는 점이 제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들은 뭉칫돈을 내고 구매하기보다는 원하는 뉴스만 골라 지불하는 이른 바 마이크로페이먼트 (=소액결제)의 소비패턴에 익숙한 소비층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알라카르테(=건당 결제) 시스템은 이미 애플이 아이튠즈에서 재미를 보고 있기도 하지만, 이 모델이 뉴스 콘텐츠와 잘 어울린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블렌들(Blendle)은 아이튠즈 모델을 뉴스콘텐츠에 도입해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사례입니다.
물론, 마이크로페이먼트를 뉴스 콘텐츠에 도입하려면 또 다른 전제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콘텐츠의 품질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품질이 보장된다면, 이용자들은 가치 있는 콘텐츠에 대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의사를 갖고 있습니다. 또 다른 조건으로는 고도의 전문성이 있는 콘텐츠 또는 타깃층이 분명한 콘텐츠일 경우 유료화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스티밋의 콘텐츠는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가? 이 부분은 함께 고민해볼 문제입니다.
독자들이 콘텐츠 지불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소비패턴을 갖고 있는 사람이 뉴스를 돈을 내고 읽을 것인가 하는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다음 글에서 "지불의사를 지닌 사람들은 누구인가" 하는 점과 관련해서 다른 아티클을 하나 더 함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