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요 (The Calm, 2017)

in #movie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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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 공부를 하는 주인공. 방음이 안 되는 고시원. 자꾸만 집중을 방해하는 소음이 들려온다.
소음과의 사투를 벌인다. 주방에서 들려오는 대화소리부터 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 나아가 건너방의 음악소리까지 점점 예민해지는 주인공의 두 귀. 막아보려해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소음 속에서 주인공은 결국 자신의 두 귀를 막아버리기에 이른다.

나 또한 집중이 필요한 순간,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기 때문에 주인공이 처한 고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주인공과의 같은 선상에서 나는 왜 그렇게 소리에 예민한가? 생각해보았다. 보통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시험처럼 시간 내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때, 작은 것 하나에도 그 누구보다 민감하고 불편했었다. 따라서 내가 본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소음으로 고통받는 주인공이 자신의 마음 속,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대상들의 환영을 보는 장면이었다. 결국은 주인공 역시, 소음을 핑계로 자신의 불안함을 표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음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까지, 진짜 문제는 소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고시생이라는 신분, 그리 적지 않아보이는 주인공의 나이, 부모님과 여자친구. 자신을 압박하는 수많은 이유들.
'고요'한 공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주인공의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유토피아보다 더 닿기 어려운 '고요'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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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 AA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