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은행경비원 ‘석헌’은 어느날 약수터에서 이상한 물을 마신후 신비한 힘을 갖는다. 운석에서 발현된 에너지가 산속 약수터에 영향을 주게 되고 그 찰나의 순간에 ‘석헌’이 물을 마시게 된다. ‘석헌’이 가진 에너지는 자신이 생각한대로 물체를 조정할 수 있는 초능력,‘염력’이다. 한편, ‘석헌’에게는 이혼한 아내와 딸이 있는데, 아내와 딸은 악덕 태산기업의 재개발 계획으로 인해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다. 그리고 철거용역직원들과 싸우는 와중에 ‘석헌’의 아내는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루미는 시장 사람들과 함께 힘겹게 용역업체와 맞서게 되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염력을 가지게 된 ‘석헌’은 자신의 능력을 돈벌이로 루미와 같이 살고자 하지만, 루미는 시장 사람들과 함께 시장을 지키려고 한다.
‘염력’은 연상호 감독의 영화이다. 연상호감독은 에니메이션 감독이면서, 한국형 좀비 블록버스터로 대성공을 거둔 감독이기도 하다. 그의 영화에는 선악의 구도가 늘 명확하다. 강자는 힘있는 우리 사회 기득권들이고 약자는 그 기득권 세력에 의해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이다. 자본주의라는 제도아래 공고해진 계급의식으로 그는 바라본다. 자본주의라는 사회가 부를 통해 기회를 재분배하고 이것을 통해 부의 차이를 가져오지만 이 부는 올바르게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몇몇에 의해 독점되고 사유되며 나아가 약자를 착취하는 억압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 새로운 계급 사회를 만든 것이다. 그의 영화속 인물들은 노예사회와 같이 명확하게 대비가 된다. 악덕기업의 상무인 홍상무가 초능력을 가진 ‘석헌’을 회유하면서 했던 대사가 그런 감독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다. 어차피 노예니까 배부르게 살면서 노예 노릇을 할 것인가, 아니면 배고프게 폐지를 주우면서 사는 노예로 살 것인가. 어차피 평생 노예를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슈퍼맨과 같은 염력을 가진 초능력자가 됐지만, 그 초능력으로도 계급사회를 어찌할 수 없다. 그런 계급사회 바닥에 놓인 노예계급들 역시 자신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는 이기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헤어나올 수가 없다. 노예는 의식속에 더욱 공고해진다.
‘염력’이라는 영화는 그런 감독의 분명한 세계관에 대중성을 입히기 위해 판타지를 덧입혔다. 초월적인 힘을 통해 넘어갈 수 없는 벽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부수는 판타지.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의 한계에 판타지를 입히고자 했으며, ‘7번방의 비밀’에서 천진난만한 역을 연기했던 류승호가 제격이라고 생각한것같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판타지가 어설프게 엮어져서 유치해 보이는 치명타를 입었다. 철거민을 대상으로 싸우는 용역과 악덕기업의 대결 구도는 너무 단선적이고 장소는 몇몇을 중심으로만 이루어지다보니 전체적인 볼륨감을 떨어뜨렸다. 자본주의가 낳은 계급사회는 신파조로 흘러가버렸고 판타지는 유치해져 버렸다. 감독이 가지는 세계관과 대중성이라는 혼합이 엉성해져 버렸다. 특이한 소재와 물량을 쏟아부은 ‘부산행’은 볼거리라는 측면과 작가주의가 조금은 배재된 측면에서 대중영화의 흥행이라는 열매를 거두었지만, ‘염력’은 그러기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한계를 노출하고 말았다. 그래도 연상호 감독이 가지는 선명한 주제의식, 우리 사회 약자와 계급에 대한 시각을 들여다보고 이것을 전복해 가는 독특한 방식- 좀비가 되어 그 질서를 엎어버린다든지 아니면 결국 약자가 또다른 약자에게 착취자가 되는 서글픈 방식이라든지- 을 들여다 보는 재미는 있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