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 죽음이 우리를 갈라 놓을때까지..."
그러나 이혼하면 여성에게만 유독 '이혼녀'라는 낙인이 찍힌다.
<Hester Prynne, 1878>
주례사의 고정적인 레파토리였던 그말, 이제는 점점 의미가 퇴색하고 있지만 아직도 압박감으로 남아서 이혼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게 만드는 말들입니다. 저는 이걸 일종의 미신이고 세뇌라고 생각합니다.
자연계의 동물들도 대체로 1부1처제이긴하지만, 그 상대가 죽을때까지 그런 경우는 별로 없거나 그런 경우는 대부분 그 종의 수명 자체가 짧습니다. 대체로 새끼가 독립할수 있는 시기까지나 그 직전, 그리고 상당수는 수정이후 바로 부부관계가 끝납니다. 물개나 사자 같은 일부다처제의 동물들 마저도 우두머리 수컷이 지위를 상실하면 암사자들은 승리한 사자를 선택합니다.
인간의 경우는 독특합니다. 자녀의 성장기간이 지나도 매우 오래 생존하는 것은 차치하고, '모성애'를 강요하며 어린 자녀가 있는데 이혼을 요구하면 이혼사유가 남성에게 있더래도 악녀로 매도됩니다. 이것은 영어권에도 마찬가지인거 같습니다. '스텝맘'이란 말은 들어봐도 '스텝파파'라는 말은 못들어봤네요.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인권은 거의 완벽하게 비례하기 때문에, 여성의 경제력이 미미하던 시절에는 (지금도 미미하긴함) 더더욱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아야한다는 공포까지 남성의 외도에도 불구하고 참고 살게 만듭니다.
그러나 여성이 참회참여 기회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여성의 소득수준도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위자료'와 '양육비'의 개념이 일반에게도 대중화 되면서 여권 신장의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서구에 비해 '위자료'나 '양육비'가 터무니 없이 적은 액수로 책정되기는 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대부분의 여성이 일종의 '황금수갑'에 구속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남녀간의 임금격차는 크며, 여전히 여성의 의식은 70년대 수준에서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고 특히 모성애는 강요하면서 육아에 대한 경제적 기여는 그닥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여성에게 붙여지는 주홍글씨, 남자의 원죄
<영화 주홍글씨.1995,게리올드먼 데미무어 주연>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가정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홀어머니와 아이가 살아도, 재혼부부와 아이들이 살아도 다 가정입니다. 배우자를 구타하는 배우자, 외도하는 배우자, 가사와 부양을 모두 회피하는 무책임한 배우자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성이 가정을 버리면 가정이 파괴된다는 여자탓을 하는 경우를 너무 자주 봅니다. '그래도 가정을 지켜야지..'. 자기는 그 여성의 고통을 덜어주지도 못하면서 이혼을 작심한 여성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이혼녀라는 주홍글씨를 달아주죠. 저는 이것이야 말로 바로 남자의 원죄라고 생각합니다.
<누구 그림인진 모르겠으나 저작권은 끝났겠죠;>
창세기에서 아담은 자신을 꾸짖는 하나님에게 '저 여인이 시켜서 그랬다'라고 여자탓을 합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하나님은 분노하죠. (창세기를 다시 읽어보세요. 선악과를 먹었을때는 분노하시지 않습니다)
단순히 비교해봐도 저런 배우자가 있는 가정이 이혼가정이나 재혼가정보다 행복할리가 없는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요? 그리고 이런 부당한 대우가 유독 여성들에게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혼은 죄악도 아니고 가정의 파괴 행위도 아닙니다. 이혼을 선택하게 만드는 배우자의 허물이 가정을 파괴한것이죠.
특히 외도의 경우에도 사랑하지 않는 배우자와 억지로 사는 것보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새가정을 이루는게 양육비와 위자료를 지급한다면 차라리 났습니다. 외도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 모르는척하고 사는 것도 고통이 아니던가요?
여성들도 사회에 나가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됩니다. 사회생활은 누구나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이 빈번합니다. 그게 두려워서 저렴한 '황금수갑'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일생이 불행할 것입니다.
몇달 전에 어금니 아빠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만약 그 불쌍한 아내가 용기를 내서 세상으로 나와 당당하게 세상에 맞서고 잔악한 남편의 죄과를 폭로했다면 그렇게 불쌍하고 허무한 죽음을 맞았을까요?
'이혼녀'라는 단어가 사라져야 하는데 이제는 '돌싱녀'라는 천박하게 까지 들리는 단어로 여성에게 손가락질을 하죠. 이혼은 당신이 가정에 무책임하거나 아이들에게 매정한 악녀가 되는 길이 아닙니다. 일단 당신이 행복하게 살아야 당신의 아이도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겁니다.
관련기사: 동아일보-모성, 본능인가 학습인가? 2009.10.10
http://news.donga.com/3/all/20031009/7989767/1
한겨레-친족성폭행,혼인취소....한 베트남여성의 '약탈14년'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828611.html
중앙일보-매맞는 아내의 정당방위는 언제쯤
http://news.joins.com/article/19944381
한겨례-사형구형된 '어금니아빠'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32967.html
어느 양육자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여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