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는 규호가 문을 닫고 나가자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 밖을 바라봤다.
그는 재빠르게 어디론가로 걸어가고 있었다.
일라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방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일라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한 발자국씩 내려갔다. 주변의 어둠이 그녀의 마음을 가라앉혔다.
조심히 끼익 소리를 내는 현관문을 열었다.
먼 발치에서 그가 까만 점 하나가 되어 걸어가고 있었다. 싸늘한 새벽공기가 일라의 몸을 감쌌다.
그녀는 오들오들 몸을 떨었다.
‘대체 뭘 위해 이 밤중에 저렇게 빨리 걷는 걸까?’
일라는 발 밑을 살펴보았다.
규호의 발자국이 새벽잔디에 깊게 패여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고는, 티가 안 나도록 잔디 위에 찍힌 그의 발자국만을 따라 걸었다.
어느새 다 떨어져가는 회색 빛깔의 창고가 보였다.
규호는 열쇠로 문을 열고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잠시 멈칫했지만,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일라는 잠시 가만히 멈춰섰다.
‘돌아갈까...’
그녀는 뒤를 돌아봤다.
규호의 발자국들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나는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이러나 저러나 오늘밤 잠들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한숨을 돌리고 다시 계단 아래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작은 창고는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일라는 갑자기 이 모든 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분명 안에 여자가 있을거야. 오밤중에 왜 이런 창고를 오겠어..’
그녀는 문 앞에서 귀를 기울였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잠겨있는 문 앞 열쇠고리만 빤히 쳐다보았다.
일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머리카락에 있는 핀을 빼서 열쇠 구멍에 찔러보았다.
짤칵짤칵 소리만 날 뿐, 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체 여기에 뭐가 있는 거야..’
그녀는 한숨을 쉬고는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소리없이 규호의 발자국을 따라 돌아가 대문을 열었다.
계단을 조심스레 올라 침실로 향했다.
한 때 영롱했던 그녀의 눈동자는 먹구름이 낀 듯, 어둡고 탁했다.
꾹
5월 다시 파이팅해요!
호출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