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과 페미니즘은 공존하는가?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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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자극적인 제목일 수는 있지만, 여러가지로 머리가 복잡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winnie98이 페미니즘에 대한 글을 많이 올리기에, 나도 도와줄 겸 동참하기로 했다.

내 주변에는 좌파 남자들이 많다. 우선 내 아버지부터가 좌파 남자이고, 내 남자 사람 친구들도 좌파가 많고..

내 아버지는 운동권 출신이다. 경찰에게 매도 몇번 맞고 친구들도 자신이 번 과외비로 감옥에서 빼내면서 아버지는 대학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운동권 출신들도 여성 혐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때도 여자 남자 상관없이 서로를 '형' 이라고 부르도록 시키던 마초적 운동권의 영향 때문인지, 아버지는 진보적 마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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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다 같이 가족 외식을 할 때였다. 아버지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김훈이 한국 작가들을 대표하는 마초인데..여자들을 아주 싫어해. 왜 그러냐면..."
"아빠, 그거 정당화하려는 거면 듣고 싶지 않아요."

아버지의 얼굴은 붉으락 푸르락해졌다.
"네가 인생을 얼마나 안다고 듣고 싶지 않다고 해?"
난 최대한 빨리 밥을 먹고 자리를 떴다.


이게 한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흑인 인권운동에 관심이 많은 흑인 친구를 사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들을 수록 뭔가 모순된 점을 발견했다. 흑인 인권 운동에 그렇게 관심이 많다는 애가 흑인 여자들은 매일같이 폄하한다는 것이었다.


A: "흑인 여자들은 너무 드세..난 절대 흑인 여자와 사귀지 않을 거야."
B: "네 말과 행동이 너무 모순된다는 생각은 안 드니?"
A: "그건 그냥 취향인데 뭐! 난 백인 여자애들이 더 좋아..."


그러니까 말하자면, 들으면 들을수록 난 이 애가 '흑인 인권 운동' 보다는 '흑인 남성 인권 운동' 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인권은 이 아이의 인권운동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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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유머' 웹사이트만 해도 그렇다.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지만, 김여사 같은 여성혐오적 표현을 계속해서 사용한다.그들의 여성관도 과연 진보인가?

외국과 같은 경우에는,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이 힐러리에 반대하는 해시태그 운동 이름이 'bernthewitch'였다. (마녀를 불태워라.)

힐러리가 정치적으로 잘했다는 건 아니다. 이메일 스캔들은 비판받을 만하지만 이 운동은 다분히 여성 혐오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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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즘 진보나 좌파와 페미니즘이 겹치지 않음을 느낀다. 물론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경향은 있지만,왠지 따로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진보적 한국 친구들, 내 진보적 외국인 친구들..
그들 중 여성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많이 없다.
갈수록 진보에 여성인권이 포함되어 있는지, 회의감이 들고 있다.

둘을 구별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진보 성향의
사람들이 여성인권에도 관심을 갖게 해야 하는 것일까? 여러가지 의견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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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 같아요 언제나 그랬듯 여성은 쏙 빠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보든 보수든 모든 사람들이 여성 인권을 알게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진보 성향의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개방적이고 깨어있다 라는 생각과 자부심이 더 확고해 오히려 변화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ㅠㅠ) 일단 사방팔방으로 여성의 목소리을 크게 내고 있는 단계인 것 같아요. 스팀잇에 이런 글이 요즘 종종 보여 안심되고 기쁩니다.

멋진 글이야 :)
진보 성향의 사람들이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게 좋겠지만.. 그게 가능할까?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난 계속 힘낼거야😤

건강한 토론을 하기 전에 혐오가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한쪽이 말하는 거 다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 같지만 항상 조심스러운 주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어떤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이 '진보'이냐 아니냐보다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를 더 우선적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페미니즘은 항상 논외라는게 슬프네요..

1987 영화만 보아도 알수 있지요, 그 많던 여성들은 어디로 갔는지 :( 깊은 고민이 담긴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팔로우 하고 가요!

전적으로 공감 가는 이야기에요. 결국 어느 시대에서나 여성들의 존재는 지워져왔다고 생각해요. 진보를 목터져라 외치지만 결국 자신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일에는 철저하게 보수적인 사람들이 있죠... ㅜㅜ
팔로우하고 갈게요 :)

어딘가에서 쓰고 나서 스스로 꽂혀서 맨날 하고 다니는 말이 있는데요, '투쟁하는 사람들이 스스로가 투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입니다 ㅎㅎ
비슷한 분들을 페미니즘쪽 분들에게서도 보기도 하구요.. ㅠㅠ
진보 쪽에서 돌아가는 조직에서는 그래도 성평등교육이라든가 정해져서 진행되고는 있지만, 참여자에게 강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

제 생각은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이제 그만 써도 될만큼 많은 사람들이 열린마음일까?라 했을때 아직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해요. 많이 개선된듯 하지만 아직도 멀었네요. 글을 읽어보면 진보와 여성인권은 아직 따로노는 듯 합니다.ㅜㅜ

역시 지금은 따로 노는 것 같습니다. 진보적 성향을 지녔지면 인종차별주의자도 있고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여성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네요. 여성인권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 되어야죠.

아직은 어려운 문제이면서 민감한 사항이죠 :) 그렇다보니 밖으로 쉽게 꺼내지도 못해서 진중한 토론을 할 수도 없는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생각도 듣기 힘들구요. 이렇게 표현하시며 저 또한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D

말뿐인 진보가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진짜 진보된, 더욱 성숙화되고 문명화 된 사회를 추구해서 진보를 지지하느냐? 아니면 그저 본인이 기득권이 아니라서 더 큰 이익을 얻기위해 진보를 지지하느냐? 그런 차이인 것 같아요. 진보를 지지하며 여성은 폄하하는 사람들이 본인이 기득권자가 되었을 때도 여전히 진보를 지지 할까요? 그때가 되면 자신의 파이를 나눠 먹으려 드는 사람들을 욕하고 배척할 것 같다고 하면 비약일까요? ㅎㅎ..
파이 부스러기를 달라는 사람에게 흔쾌히 좋은 사람인 척 나눠주는 건 쉽지만 파이를 나눠주는 건 어려우니까요.

여성인권에 대한 것이 "개인적인 가치관"의 차이가 아닌 당연한 것이 되면 좋겠습니다. 인간에게는 인권이 있다고 하면 부정하는 사람이 없는데 여성에게 인권이 있다고 하면 욕하는 사람들이 많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여성도 인간이라는 명제에서부터 막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여자와 인간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요.

그것 보다는 정치인들이 젠더 갈등을 조장해서 기득권층들의 비리를 숨기려고 하는 게 아닐까요?
왜냐하면 한국에서 젠더 갈등이 만연한 원인에는 이를 주도한 숨은 배후가 있다고 보고 있어서요. (주의해야 할 것은 저 음모론 믿는 거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