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새로운 정의를 내려보는 것

in #kr7 years ago

내게 있어 '서점'의 정의는 '책을 사는 곳'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괜찮은 서점'이란 '내가 원하는 책을 보유하고 있어, 들르면 언제든지 살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얼마전 읽은 서점에 대한 한 분의 생각을 통해 나의 정의가 상당히 잘못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내가 이해하기로) 그 분의 '서점'에 대한 정의는 '책을 발견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시간이 나면 특별히 살 일이 없어도 서점을 자주 가는 편인데 책 욕심이 많기도 하거니와 어떤 책이 나왔는지 궁금해서이다. 그래서 시간을 보내지만 막상 그 책을 사오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내가 궁금한 것을 해결해 줄 책이 어떤게 있을까,
요즘 많이 팔리는 책은 뭘까,
이런 주제의 책도 있었네,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또 책을 냈구나,
이런 종류의 책도 한번 읽어보고 싶네,
저 책은 표지가 예쁘네,

등등.

이런 생각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결국 빈손으로 나온다.
이 과정은 실패한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짧은 틈새의 시간을 가득 채워주는 힐링의 과정이 된다.

여기까지 생각이 오니 나의 서점에 대한 옛 정의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닫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도 서점은 책을 발견하는 곳이었구나..

책을 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서점을 들르는 것은, 딱히 살게 없어도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은 그런 이유였다. 단지 구매는 하나의 기능일 뿐.

그래서 서점의 매대는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며 그런 이유로 잘 된 큐레이션은 내게 참 고마운 일이다. 일에 매몰되어 살다보면 경주마처럼 시야가 좁아질 때가 많은데 서점의 그런 기능은 나의 사고의 지경을 넓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관점을 확대해 보자면 잘 된 정의는 새로운 인사이트와 접근방식을 제공한다.

가까이 음식, 게임, 가족에서부터 사업, 제품, 고객, 정치, 인생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너무나 쉽고 무성의하게 정의를 내려버리지만 잘못된 인식은 잘못된 결과를 도출한다.

대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지 않도록, 혹은 그렇게 자리잡아 도무지 뽑아낼 수 없을 것 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의문이 필요하다.

나는 이것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그것이 정말로 합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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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서점은 책을 발견하는 곳이라는 내용에 공감합니다. 며칠 전 친구와 서점으로 나들이를 가서 책 제목과 표지, 분야 등을 살피며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한 시간이 금새 날아가더라고요. 책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협소해진 생각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 팔로우하고 가겠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한 번 들러주세요!

유익한 곳이죠 서점. 시간 보내기도 정말 좋구요 :)
블로그에서 뵐게요~

좋은 글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주변을 '당연하다는 듯이' 정의하는 것 같습니다!
항상 고민하여 훌룡한 안목을 갖는데 힘써야 하겠습니다.

네 저 자신에 대한 반성입니다. ㅜㅡㅜ

대상을 서점 대신 편의점으로 바꿔도 적용이 되는 것 같네요 ㅋㅋ 내게 있어 편의점은 맛난 주전부리를 발견하는 곳이다!

좋은 적용이시네요!! ㅋㅋㅋ 저에게 편의점은 급할 때 돈 뽑는 곳입니다.

전 그래서 서점에서 책 표지 구경하기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ㅎㅎ

요즘은 ebook으로도 자주 보는데 표지 볼일이 없더라구요 ㅜ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