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의 광기. 공부는 왜 추앙받게 되었는가.
#1
나의 가장 뚜렷한 재능은 공부였다. 운좋게 머리를 잘 타고나 공부가 재밌었고 공부가 어렵지 않았다. 전국 1등도 해보았으며 200등 이하로 내려간 적은 없었다. 며칠 전, 대학원에 입학하는 동기를 만났다. 그 날의 술안주는 대패삼겹살이었다. 가게 한 편에는 삼겹살을 써는 기계가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문득, 그 광경이 낯설어 보였다. 기술의 도입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었는가? 행복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일 것이다. 그에 이르는 수단이 돈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결국은 행복을 추구한다.
#2
현대는 인간사를 통틀어 공부가 가장 추앙받는 시대다. 조선 시대 또한 사농공상 중 사(士)를 가장 윗줄로 쳤으나 모든 계층이 공부에 매진하지는 않았다. 반면, 지금은 모두가 공부에 매진한다. 다른 선택을 하면 대부분의 경우에 돌아오는 건 공부가 제일 쉽다는 대답이다. 당연한듯이, 많은 사람들이 공부가 제일 쉽다는 명제를 받아들인다. 아마 가장 노력 대비 효율이 크다는 말일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경제적인 성공을 떠나서, 학식이 커지고 교양이 많아지는 것은 일반적 인간 관계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3
#1과 #2를 같이 생각해보자. 기술의 도입이 인간을 점점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은 불분명하나 기술 발전을 위한 공부는 추앙받는다. 그렇다. 발전의 광기다. 중세의 도공은 자신이 벌어들인 수입을 공방의 크기를 키우거나 도제를 더 들이는 데에 쓰지 않았다. 대부분의 수요는 영주성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 수요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재투자가 반드시 수입의 증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사업가들은 수입의 대부분을 재투자한다. 은행은 10을 가지고 있다면 100을 대출해준다. 암호화폐 투자자들 또한 그렇다. 대부분의 경우 이익을 재투자한다. 그것은 시장이 더 커질 것이란 믿음이다. 세계 경제는 그 마음에 부응하여 계속 성장하고 있다. 성장이 미약해질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여 성장을 가속시켜주고 이 성장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작게 봐서 암호화폐 시장과 상당히 유사하다. 시장이 커질 거란 무언가 막연한 믿음이 만연하고 시장은 그에 부응해왔다. 재투자 예찬이라는 이 너나할 것 없는 신 종교의 교리인 공부가 신성시되는 것은 당연하다.
2017년 12월의 키워드는 ‘비트코인 광풍’이었다. 후대에 20세기, 21세기를 키워드 하나로 정리한다면 ‘기술 발전의 광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것이 궁극적으로 나의 행복을 늘려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처음 샀을 때 그 수많은 기능에 정말 놀랐었다. 그리고 한동안 그걸 가지고 논다고 잠을 안 잤다. 수 년이 지난 지금, 스마트폰에 매여 있는 내가 고통스럽다. 스마트폰은 잠시간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지만 그에 무뎌지고 나서는 오히려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신기술이 등장하면 그 때 뿐이다. 그 때 뿐만에도 대가를 지불해야 하기에 그 때마저도 즐겁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직업을 선택할 때에 세 가지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재능이 있는가? 좋아하는가? 보람이 있는가? 그러나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요즘 들어 희미해지는 느낌이다. 내 꿈을 스팀잇에서 밝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궁극적 꿈은 굉장히 명료하고 확실하다. 저 답이 희미해진다고 하더라도 공부를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회의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궁극적 꿈까지 도달하기 위한 일련의 단계들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을 환상을 파는 것일 것이다. 발전의 광기에 사로잡혀 공부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처량해도 보인다. 후술하겠지만 나 또한 처량하다.
#4
세계의 흐름에 거역할 수 있는 인간은 영웅이다. 당연히도 대부분은 영웅이 아니다. 처량한 나와 같은 사람들은 흐름에 따르는 것이 가장 편하다. 물론 모두가 영웅의 길을 걸을 수는 있다. 많은 영웅 지망생들이 허리가 꺾여 물살에 쓸려가겠지만.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은 내 꿈은 세계의 흐름 속에 있다. 흐름을 따라도 꿈을 좇을 수 있다. 날 덜 처량하게 하는 것이 꿈이다. 꿈이라는 돌을 찾아 그 곳에 올라서게 되면 흐름에서 벗어나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tumble님 항상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글 잘읽었어요~
팔로우&보팅하고 갑니다~^^
시간나시면 맞팔 부탁 드릴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팔로우했습니다~~
재능 흥미 보람 중에서 저는 그동안 세번째를 간과하고 살아온것 같군요.
훌륭한 분석글 감사합니다
팔로합니다
저만의 기준일 뿐이라서 간과랄 건 없지만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기술의 개발이 인류를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것같지만(물론 처음엔 그런부분도 없지않지만) 그기술들이 갈수록 인류를 옭아매고 나중엔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든다는 사실이요.
좋은 글 감사드려요!🤠👍🏻
크리스님이 항상 제 글을 읽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스팀잇을 하다보니 투자는 접었지만 스파를 사고 싶어져서 기업은행 계좌를 만들어야하는데 스파 사면 바로 찾아가서 풀보팅하도록 하겠습니다 ㅎㅎㅎ
하핳ㅋㅋ 윤슥님 마음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윤슥님의 글을보고 저도 영감(?)이 떠올라서 포스팅을 하게되고 저야말로 항상 감사드려요!~🤠👍🏻
날 덜 처량하게 하는 것이 꿈이다라는 이야기..
잠시동안 저의 꿈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네요.
뚜렷한 꿈은 좋은 원동력이죠. 큰 꿈이든 작은 꿈이든.
제가 직업을 선택한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좀 한숨이 납니다ㅠㅠ
ㅠㅠ 무슨 연유신지는 모르겠지만 한숨이 나신다니 힘내세요.. 2018년은 한숨안나오는 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결정이든지 후회보단 실패가 더 나을꺄도 있는것 같아요. 무엇을 시도한다는 것이 삶의 원동력인듯 싶습니다.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시체같은 삶이겠죠. 스팀잇도 하나의 시도? 도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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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ㆍㆍ
잘읽었습니다
팔로우하고 갑니다ㆍㆍ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팔로우도 정말 감사합니다.
글이 술술 읽히네요.
꿈이라는 돌을 찾아 그 곳에 올라서게 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면서
적지만 보팅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광화님도 꿈이 이루어지시면 좋겠습니다.
3월의 시작을 아름답게 보내세요^^
그리고 진정한 스팀KR 에어드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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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