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극장] 01화 모든 것은 도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정치극장] 02화 마카오 원정도박의 최후
마카오 카지노 호텔들은 부가적인 수익을 위해 정킷방(임대 도박장) 운영권을 태양성그룹 같은 여러 중국계 기업에게 팔아넘겨 수익을 챙기곤 한다. 이 기업들은 ‘태양성방’처럼 회사명을 딴 정킷방을 개설해 관리 인력을 심고 브로커를 통해 모객을 진행한다. 1화에서는 정킷방을 간단하게 불법 도박장으로 정의하고 넘어갔지만, 사실 정킷방 운영 계약 자체는 현지에서 불법이 아니다. 형법과 외국환거래법에 의해 한국인이 정킷방을 운영하거나 정킷방에서 도박을 하는 행위가 불법일 뿐.
한국 폭력조직은 마카오에 ‘경성방’을 포함한 몇 개의 정킷방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브로커를 통해 기업인, 스포츠인 등 도박을 할 재력가를 알선하는데,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마카오 출입기록이 국내에 남는 것을 피하기 위해 홍콩으로 출국해 그곳에서 헬기를 타고 마카오로 넘어간다. 폭력조직은 이들에게 항공권과 숙박을 무료로 제공하고, 차용증을 쓰게 해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칩으로 바꿔준다. 정산은 마카오에서 돌아온 뒤에 진행한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외화가 오가는 일이 아예 없게 만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판이 짜이면 1회당 수천만원이 넘게 걸리는 바카라가 진행되며, 정킷방 관리자와 브로커는 각각 판돈의 0.14%와 1.1% 정도를 ‘롤링비’라는 명목으로 가져간다. 귀국 후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모 중견기업 대표처럼 대낮에 골프장에서 구타를 당하기도 한다. 정말이지 영화가 따로 없다.
1화에서 언급한 광주송정리파 행동대장 이모씨(40)는 이같은 정킷방 관리자 중 한명이었다. 그리고 삼성라이온즈의 전현직 투수인 안지만, 오승환, 윤성환, 임창용은 2014년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2015년 초에 마카오에서 수 억원 대의 원정도박을 한 작자들이었다. 이씨가 검거되니 도박꾼들이 딸려오는 건 당연지사. 그리고 이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소식을 알린 게 1화 마지막 부분의 ‘2015년 10월 15일 TV조선 단독보도’다. 한가지 재밌는 점은, 이미 주간지 일요서울이 이씨가 검거되기 세 달 전인 6월 22일, “조폭연계 마카오 원정도박 풀스토리”라는 단독보도를 통해 ‘스포츠 스타 A, B, C’의 원정도박 사실을 폭로했다는 것. 아쉽게도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2015년 한국시리즈 1차전이 10월 26일로 예정되어 있던 상황에서, 경기를 열하루 앞두고 공개된 수사소식은 적잖은 파장을 낳았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정상의 자리를 지켜오며 5년 연속 통합우승을 노리던 삼성라이온즈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문제의 투수들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했고, 결국 1승 4패로 두산베어스에게 우승의 자리를 내주게 된다. 삼성라이온즈는 원정도박 사건 후유증에 제일기획으로의 운영기관 이관, 주축선수 부상 및 이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이듬해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런데… 꼬리를 잡힌 사람이 야구 선수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페이스샵의 설립자이자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의 대표인 정운호가 2015년 10월 6일에 이미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던 것. 하지만 김태촌의 양아들을 검거하면서 마카오로 원정도박을 갔던 기업인들이 줄줄이 잡혀들어간 데다가, 정운호는 2013년부터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었기 때문에, 그의 구속 소식은 잠깐의 뉴스거리가 될 뿐이었다. 당시 기사를 살펴봐도 ‘정운호 구속’보다 ‘삼성라이온즈 원정도박’ 관련 기사량이 압도적으로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정운호는 본인도 상상 못 한, 대한민국 법조계, 재계, 정계, 언론계를 아우르는 (헬)게이트의 시발점이 되어버리는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