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내게 우울한 한 해로 기록될 것인가?
아니면 우울을 극복한 한 해로 새겨질 것인가?
두 선택지 중 나는 물론 후자를 택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내 의지대로 될 것인가?
나는 내 나약함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새롭게 출발해야만 한다.
몸이 아프니까 마음도 약해진다. 1월부터 병원에 너무 자주 다닌다. 심지어 교통사고로 입원까지 했다. 오늘도 병원에 다녀왔고, 내일도 가서 초음파 촬영을 해야 한다. 4월 중간고사 기간에는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 가서 정밀검진도 받아야 한다. 내 스케줄을 하나씩 병원에 뺏기고 있다.
몸이 아프니까 무엇을 하든지 의욕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 강의를 할 때는 괜찮은데 쉬는 시간에 통증이라도 찾아오면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회의감이 찾아온다. 예전에는 조는 학생을 깨우고, 열의 없이 앉아만 있는 학생을 독려했지만 이제는 그게 힘에 부친다. 그래, 너는 젊고 아무 데도 아프지가 않고 수업은 지루한 모양이구나. 너는 너의 젊음과 건강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 그래, 너는 너의 젊음을 네 뜻대로 사용하거라. 이런 소리가 마음 속에서 쓸쓸하게 지나간다.
몸이 아프니까 돈도 많이 나간다. 다행히 실비보험을 들어놓은 것이 있어서 10만원 미만인 의료비는 5천원을 공제하고 전액 환급 받으니 괜찮은데, 검사를 이것저것 하다보면 금세 20만원 넘게 든다. 그러니 실비보험에서 환급을 받아도 10만원 이상을 쓰게 된다. 몸 아파서 서럽고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니 더 서럽다. 오늘도 23만원이 의료비로 지출되었다. 파김치가 되도록 강의해야지 벌 수 있는 돈이다. 강팀을 만난 약체 축구팀처럼 사력을 다해 한 골을 넣고 금세 두 골, 세 골을 먹는 느낌이 든달까.
몸이 아프니까 약을 아침 저녁으로 먹는다. 20대 때는 약을 한 포만 먹어도 금세 병이 낫고 있는 걸 느꼈는데 이제는 별로 차도가 없다는 걸 느낀다. 차도는 없고, 혹시 부작용이 생기면 어쩌나. 이런 걱정까지 하게 된다. 방금도 알약 세 개를 삼키고 왔다. 약을 먹을 때마다 우울을 한 스푼씩 내면에 밀어넣는 것 같다.
몸이 아프니까 아픈 사람들에게 눈길이 간다. 이건 그나마 아파서 생긴 일들 중 나쁘지 않은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오른쪽 무릎 반월상연골판 파열 때는 거리를 걷는 사람들 중에 다리가 아픈 것이 틀림없는 사람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짠했다.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온힘을 쓰는 노인을 바라보면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몸이 아프니까 결국 삶이 덧없다는 걸 실감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의 것만을 곁에 두고 살다가 조용히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죽을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이런 생각도 한다. 나는 미약한 존재다.
몸이 아프니까 아내에게 많이 의지한다. 든든한 남편이 되고 싶지만 그런 노릇은 별로 해보지 못했다. 아내가 늘 나를 다독인다. 성격도 차분해서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듯이 아프더라도 참고, 아내에게 감추고 뭐 그러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제일 먼저 아내에게 얘기하고 걱정스런 얼굴을 보인다. 못났지만 어쩔 수 없다.
아프니까 이렇게 엄살이 는다. 제발 이런 우울이 그저 엄살로 나중에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기억이 되길 빈다.
몸이 안좋으면 만사가 안풀리리던데ㅠㅠ 얼른 건강해지시길 바랍니다!!
기분이든 판단이든 몸상태를 많이 따라가더라구요. 얼른 건강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힘내시고 많은 분들께서 보고 응원하시라고
@홍보해
합니다.
쾌차하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몸이 아플 때에는 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꽉 붙잡곤 합니다. 통증이 어쩌면 살아있다는 증명의 감각인 것 같으면서도, 찾아오면 어쨌든 힘든것은 매한가지이니... 여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