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라이톨입니다. 길고 긴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딱히 계획이 없는 저는 어제부터 무덤덤하네요. 그래도 휴식이 길기에 마음이 여유롭습니다. 어제부터 눈에 이상이 생겨서 아침부터 안과에 다녀왔습니다. 덜 건조하고 눈이 좀 괜찮다 싶어서 무리했더니 바로 신호가 나네요. 알레르기성 결막염 치료제를 투여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얼굴엔 손도 안 대고 지내야겠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이번 주 월요일에 두 번째로 방문한 호작 인문학 아카데미 강의입니다. 지난주는 칼퇴근을 위해 퇴근 후 월, 화, 수 모두 스케줄을 잡아 놨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업무 시간에 생산적으로 열심히 하고 퇴근도 빠르게 할 수 있더군요. 팀장님도 그게 느껴지는지 집에 갈 때 할 일 다했냐고, 내일 할 일은 이거라고 별말을 안하시네요. 6시 조금 지나서 퇴근하고 갤러리 호작이 있는 좌천역으로 향했습니다.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는 머나먼 여정입니다.
강의도 식후경
좌천역에 도착했는데 시간이 조금 남았습니다. 배가 고파서 갖고 다니는 견과류와 함께 요거트 음료를 먹었습니다. 강의도 식후경입니다. 먹어야 열심히 듣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 우울증 (피로 사회) 강의를 듣고 난 이후, 삶에 큰 파문을 일으켰고 성과주의 사회에서 벗어난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자기 착취적 상태로 원상복귀 했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일로 착취하는 것이라 견딜만 합니다. 이날 강의는 다른 분이 채팅방에 '자아' 강의에 대한 후기를 남긴 것을 봤고, 이전부터 고민했던 주제인 자아에 대한 강의라서 신청했습니다.
강의 시작인 7시 30분에 거의 맞춰서 도착했습니다. 이젠 지도를 보지 않아도 대충 어딨는지 알 수 있습니다. 존예 누님이 일하시는(?) 병원이 주위에 있더군요. 스마트폰 카메라나, 디카나 저녁에 뿜어져 나오는 빛을 잘 모으지 못합니다. 마치 빛이 번져 보이는 저의 눈 상태와 비슷하네요. 주인을 닮아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도착하니 세 분이 와 계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싫어하는데 갤러리 호작은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습니다. 회사에서 빠르고 동시다발적인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날카롭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공간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줍니다. 미소 짓고 계시는 선생님의 안내에 바로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지난번에는 반대쪽에 앉았던 것 같은데요. 오늘도 앉자마자 아이패드를 꺼냅니다. 기록 덕후인 저에게 강의를 들을 땐 필수 아이템이 되고 있습니다. 손보다 빠르고 구조적인 강의 노트를 작성할 수 있어서 종종 들고 다닙니다.
뜻밖의 음식이 제공됩니다. 견과류로 부족한 저의 배에 영양을 공급해줄 계란입니다. 직접 농장에서 사오셨다고 하는데 먹을 때 안에 있는 노른자가 기존에 먹던 달걀과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반숙과 완숙의 중간 정도의 노란자였는데 맛있게 먹었습니다. 강의 시작 전에 하나 먹고, 쉬는 도중에 하나 더 먹었습니다.
강의 시작 - 자존감에 대해
그리고 강의를 시작합니다. 시작 후에 남자 한 분이 더 오셨습니다. 저처럼 직전에 신청하시고 오신 듯합니다. 오늘의 강의 주제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십니다. 자존감과 자존심, 그리고 자신감과의 대한 설명과 최근 지나치게 유행한 이 자존감이란 단어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설명합니다. 선천적 내향적/외향적 요인과 양육 방식 과정에서 부모의 반응에 대한 학습을 통해서 자존감의 높고 낮음이 형성된다는 내용의 강의가 이어집니다. 내향/외향도 어느 정도 양육 방식과 본인의 선택의 조합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자존감은 이성이 아닌 감정이기 때문에 세상이 제시하는 획일적 논리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내적 기준을 통해 자아에 대한 객관적 시선을 가짐으로써 자존감을 지킬 수 있습니다. 저는 자아와 그 자아를 바라보는 메타 자아의 정(자아)-반(메타자아)-합(변용된 자아) 과정을 통해서 끊임없이 자아가 변형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정-반-합 과정은 내 안에 있는 다양한 자아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자존감 - 이것만 기억하자
중요한 점은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제대로 이뤄진 후에야 낮아진 자존감은 회복될 수 있다는 겁니다. 객관화가 아닌 자기 합리화를 통한 자아에 대한 왜곡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의 대면을 끊임 없이 미루게 됩니다. '가식이나 허영 같은 옷을 걸치지 않은 날 것의 자신을 마주 보고 응시하고 포용하는 행동'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 일을 예전부터 시도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작업입니다. 객관화가 진정으로 이뤄지면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 '이런 단점들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장점들도 갖고 있다. 그래서 난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자신에 대한 객관화는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도 제공할 것입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고 했습니다. 본인을 다스릴 수 있으면 그 영향은 타인에게, 집단에, 국가에 미칠 수 있습니다. 타인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이 사람의 이러한 부분은 별로지만 이런 부분은 괜찮다'. 이렇게 객관적이면서 균형 잡힌 시선으로 타인의 장단점을 볼 수 있습니다. 호/불호라는 흑백 논리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로 사람들 대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은 관계에서 큰 윤활유로 작용할 수 있고, 타인에 대한 수용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테스트 결과) 사교성이 부족하다고 나온 저에게 타인을 대할 때 필요한 시선이라 생각합니다.
이후 잠시 휴식을 하고 남은 계란으로 영양을 공급해줍니다. 그리고 두 번째 시간을 이어갑니다. 질문을 통해서 선생님이 답변해주시는 과정으로 진행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런 고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름의 해결책에 관해서도 얘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말을 하다 보니 엉키고, 질문이 아닌 곳에서 끝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요즘 회사 생활에 대해 글을 적고 있다 보니 회사 생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조금 많았습니다.
마지막 - 끈기 없음의 끈기
마지막에 질문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최근 고민의 주제인 '끈기'에 대해서 질문했습니다. 요즘 저에게 화두인 단어입니다. 독서 모임에 계신 한 분을 보면 참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끈기가 없습니다. 그 사람에게서 제 모습을 보기도 했고, 저를 객관적으로 봐도 너무나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 같은데 오래 가는 행동이 없습니다. 깡패 동생도 글을 적는 저를 보며 '이번엔 좀 끈기 있게 하면' 될 것 같다는 피드백을 들었고 겸허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대한 선생님의 답변은 참 명쾌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생겨 먹었다'고 인정하고 긍정하자는 겁니다. 제가 한 가지를 꾸준히 해야 한다는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는 겁니다. 내적 기준이 아닌 외적 기준을 나에게 들이대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선생님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시며 본업 외의 취미가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에너지를 가진 것이고 이런 관심들의 융합이 이뤄지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그래도 시작한 프로젝트는 마치고 다른 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싱글태스킹을 지향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되, 분야의 개수를 제한하고 동시에 진행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타협을 볼까 합니다. 이것도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성과주의 사회의 프레임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지 모르지만, 저는 제가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녹여내서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을 괴로워하면서도 즐깁니다. 이 포스팅도 여러 과정 중의 하나라 생각합니다.
호작 갤러리 인문학 강의는 갈 때마다 삶에서 가지는 의문과 고민에 대해 심증적으로 갖고 있던 해답을 정제된 언어로 제시해 줍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느낌입니다. 선생님이 이전에 제가 포스팅한 우울증 강의에 대한 후기를 보고 정말 몇 번이나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막 적었던 저의 후기 글에 대한 칭찬을 계속하셔서 송구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어떻게 적었나 싶어서 집에 갈 때 다시 읽어보니 과찬이셨던 걸로 :) 기분 좋게 강의를 끝내고 나가는 길에, 다음에 적고 있는 글을 갖고 오면 피드백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가보려고 합니다.
다음 독서 모임 책인 <생각의 기쁨>이라는 책을 보다가 나온 문구로 이번 포스팅을 마칩니다.
나는 깊게 파기 위해서, 넓게 파기 시작했다.
독서 모임 저도 해보고 싶네요.^^
네, 도전해보세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다른 이들의 해석도 들을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
자기객관화와 인정. 볼혹이 넘어서야 조금 할 수 있게 되었네요. 배움에는 끝이 없네요 ㅎㅎ
네, 배움에는 끝이 없고 자존감 유지는 평생 연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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