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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의식의 흐름 주의] 창이냐 방패냐

in #kr6 years ago

김리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공수는 본래 균형을 맞추어 이길 수 있을 때 확실히 이기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그저 제 말은 공격력은 다소 부족하여도 끈덕지게 살아남을 수 있는 수비력이 있다면 끝내 승리를 쟁취할 수 있지만, 수비력이 부족하다면 공격력이 강하다 하여도 위기의 순간에 쉽게 무너져 버릴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스타일에 관해서 오직 무술에서만 적용되는 것이고, 제가 여기저기 운동다니며 많이 들었던 이야기이면서 직접 몸으로 느낀 점인데, 상대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연습함은 무척 이상적으로 아마추어인들에게는 권장되지만, 실제로 이겨야만하는 선수들은 그렇게 연습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선수들은 오직 자신의 기술 한 두개를 극도로 갈고 닦고, 시합에서 상대를 자신의 영역에서 싸우도록 강제하는 연습을 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대부분의 유도선수들은 업어치기 선수면 업어치기를 위한 잡기싸움을, 허벅다리 선수는 허리기술을 위한 잡기싸움만을 하며 아예 노골적으로 기술을 걸려 합니다. 본래 과거 일본의 유도에 따르면 상대의 반응을 유연하게 역이용하여 손기술이면 손기술, 허리기술이면 허리기술을 걸 수 있도록 목깃 아래로 느슨하게 잡으라는 가르침과 대조적입니다. 아마도 이는 유연한 대처를 위해 필요한 기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보다 상대보다 우위에 있는 기술을 만들고 자신의 영역으로 상대를 강제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수련 시간 대비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까닭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체육관에서 보통 관원들과 스파링을 할 때에는 모든 영역에서 다 부딪혀 줍니다. 상대가 들어오는 방식에 따라 적절하게 카운터를 하며 상대를 제압합니다. 이는 체력 안배 차원에서 무척 효율적이고 상대에게 경외의 대상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저와 비슷하거나 저보다 잘하는 사람과 스파링할 때에는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아무리 기술을 골고루 연마했다하여도 성향상, 신체조건상 자신이 잘하는 것이 정해져 있기 마련입니다. 상대의 영역에서는 제가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결국 저는 상대의 영역을 피해 제 영역에서만 싸우려 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서없는 말을 정리하여 보자면, 무술 수련생들에게 다양한 기술의 습득이 이상적으로 권장되고 있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시합에서 이기는 방식으로는 몇 가지 기술 옵션의 극한 수련이 권해집니다. 각 스타일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다양한 스타일을 익히는 것보다, 한 가지 스타일의 완성도를 끌어올려 약점을 커버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입니다.

돌아오신 @kmlee님을 환영하는 장문의 답글이었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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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에서도 3종족을 다 플레이하면 각 종족들을 플레이하면서 배우는게 있죠. 가령 테란을 플레이하며 테저전을 연습하고나면, 저그를 플레이할 때 저테전을 더 잘 하겠죠. 하지만 프로게이머들도 연습을 목적으로 다른 종족을 플레이 하는건 비효율적이라고 합니다. 말씀하신 내용이랑 비슷한 맥락이겠죠. 하지만 한 종족을 다양한 스타일로 플레이 할 수는 있어야 합니다. 서로의 빌드오더, 게임의 흐름에 따라 공격적인 포지션을 취해야 하기도, 수비적인 포지션을 취해야 하기도 하죠. 공격으로 본 이득을 지키기 위해서 잘 지켜내야 하고, 잘 막아낸 후에 효과적인 역습을 가할 수 있어야 하죠.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