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어제는 문득 예전 회사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아 글로 덜어내었다. 그런데 가만히 좀 더 생각해보니,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더라. 모든 것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사고방식과 궤를 함께하고 있었다. 하긴, 회사 사람들의 그러한 문화가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나라도 내 옛 회사와 마찬가지로 인력유출 문제를 겪고 있다. 사람들은 근로소득이 금융소득에 한참을 미치지 못하며 근로소득으로는 경제적 성공을 이루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근면히 일하고 꾸준히 저축하려는 이들의 의욕을 꺾었다. 결국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인재들은 대한민국으로부터 탈출을 기도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도 덤이다.
반응
사실 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 이민을 간다는 결정은 결코 쉽지 않다. 아무리 못나고 자랑할 것이 없는 곳이라도, 자신의 생활 기반이 있는 땅의 애착을, 더욱이 지난 추억들과 친구들이 함께 눌러붙은 이 땅의 애착을 떼어내고자 함은 절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의 사람들이 마침내 애착을 끊게 된 계기는 아마 공동체의 반응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는 기술자를 우대하지 않는다”, “열정 페이를 강요당한다” 등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받은 반응은 “그럼 다른 나라 가서 살아라. 북한 가라. 우리나라 같이 살기 좋은 곳이 어디있냐”라는 말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애국심이 부족하다며 질책하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함께 사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제기한 문제 의식은 단순한 불만으로 취급될 뿐이었다. “너가 징징댄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현실에 적응해라” 그들은 불만투성이에 나약한 인간으로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끝내 사람들은 이민을 선택하고 새로운 생활 기반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했다.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애착을 갖고 희망을 품으며 살아 가고 있지만, 이미 탈출성 이민은 사회의 화두가 되고 현실이 되었다.
대책
특히 재미있는 것은 문제에 대한 당국의 대책이다. 참 내 옛 회사와 비슷하게 돌아가는 모양새인데, 당국의 마인드는 아주 쿨하다. “갈테면 가라” 어차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마음은 없는 듯하고, 적당한 선에서 산업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인력만 어느정도 확보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잡은 고기가 빠져나가는 그물망을 수선할 생각 없이 새로운 고기를 잡는데 열중이다. 당국은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고 이민자를 대거 받기 시작했다.
내 옛 회사도 채용은 그렇게 신경쓰면서 기존 인력의 관리는 나몰라라 하더니, 전부 이 사회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충실하게 따르고 있었나보다.
덧
그런데 앞으로 정말 아무 문제 없을까?
타지에 가게 되면, 그 곳에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상, 사회의 메이저리티에서 마이너리티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을 가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삶의 본질적인 부분에서 (다른 부분을 포기하고 갈만큼) 충족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좋은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면 그래도 완충이 되겠지요. )
아마도 "애증의" 공동체에 대해 생각을 조금 놓을 수 있다면, 좀 더 자유로울 것 같기도 하고요.
동감입니다. 그러나 공동체없이 완전히 개별화된 인간이란 존재할 수 없으니 하릴없이 매인 채로 넋두리를 늘어놓아 봅니다.
수도권 인구만 줄어도...지방이 고르게 발전만 해도...
인프라가 있어야 사람이 모이는데, 또 사람이 모여야 인프라를 만들 수 있고...정부는 골치가 아프겠습니다
전 그냥 모두가 이동을 많이 하는 세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지요...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요...
경제활동을 해외에서도 지속할 수 있다면 굳이 자기나라를 고집할 이유가 있는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 한국인으로 태어나고 교육받았지만 사실 멕시코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더 편해서요 ㅋㅋㅋ 한국이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원래 전 멕시코인처럼 태어났고 내 자리를 찾았다는 느낌입니다.... 이게 사람마다 달라서 한국이 편한 사람이 있고 멕시코가 편한 사람이 있고 미국이 편한 사람이 있고... 다양한 것 같습니다... 그냥 자기 편한 곳에 가서 자기답게 살면 되지 않을까요...
맞는 말씀입니다. 그렇지만 더 좋은 환경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의 경향도 분명히 있지요. 좀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 또한 분명히 있고요. 자신이 아무리 편하게 느끼는 정체성이 있다지만, 그 공동체의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것도 아닐겁니다. 그래서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으면 그 의식을 공유하고 대화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너만 잘났냐", "너는 애국심이 없다", "그럼 떠나라"라는 식의 반응을 보게 되면 당혹스럽습니다.
참고로 저는 정말 한국인으로서 정체성도 강하고 우리나라를 참 좋아합니다. 요즘 기분이 좀 별로라 이런 푸념이 터져나왔는데, 곧 마음을 다잡고 한동안은 예쁜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wakeprince 님처럼 한국 경제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투표로 참여하였으면 좋겠네요
투표는 꼭 합니다. 경제에 관심이 많다기 보다는 사람 사는 모습에 좀 더 관심이 있습니다. 누구나 다 하는 푸념이 요즘 자꾸 떠올라 털어놓게 되네요.
생각보다 많이들 탈출하고 있죠
해외로 취업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이 늘었죠.
언어가 그나마 큰 장벽인데, 영어에 익숙한 분들도 많으니까요 이제..
(저는 안 되어서 슬프지만 ㅠ)
한국어를 쓰는 정상국가게 하나만 더 있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윗 쪽에 하나 더 있긴 하지만, 그 쪽이 훨씬 문제가 많은 곳이라ㅋㅋㅋ
거긴 정상국가가 아니니까요 ㅋㅋㅋ 이제 가려는 걸음을 땐건가 싶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정상국가라 부르기 어려운 곳들인데, 그러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보면 참 괜찮은 곳인가 싶다가도 한 번씩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정상국가의 기준이 어렵기는 하죠 ㅠㅠㅠㅠㅠ
생각하다 보면 세상이 이럴 수밖에 없는가 정말 화가 납니다......
율도국을 세워야...................................
어딜가나 삶은 팍팍합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자세가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저도 도망치듯 떠난곳에 낙원이 있을거란 기대를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터 잡은 이 곳에 불만이 좀 있다고 떠나라는 말을 듣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자기 밥그릇 챙기느라 에휴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기분이 안좋아서 하등 영양가 없는 평범한 푸념을 이틀째 늘어놓았는데 아이오아이오아이오아이오아이 님께서 절 웃게 해주시네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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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나 다 똑같다고 말하고 싶지만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와 동유럽을 포함해서 전세계에서 자살률 최고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사람은 상대적인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