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평창패럴림픽에 가는 장애인들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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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중의소리 스팀지기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기사는, 장애인이동권에 관한 기사입니다. 평창패럴림픽 기간인데, 서울에서 평창패럴림픽이 열리는 강원도에 휠체어를 타고 가기 너무 힘들다는 체험기입니다. 원문 그대로 올려드릴께요.

"세 번이나 죽을 뻔했어요"

전동휠체어를 타는 중증장애인 A씨가 강릉에 도착하자 마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충북 옥천군에 사는 A씨는 9일 목숨을 걸고 평창패럴림픽 개막식을 가기 위해 강원도 평창으로 향했다.

그가 사는 지역에는 장애인 콜택시도, 저상버스도 없다. 고속버스도 리프트 미설치로 탈 수 없었다.

특히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기차도 없었다. KTX가 정차하지 않았고, 무궁화 열차는 몇 대마다 장애인석이 1~2석뿐이었다.

기차를 생각하니 갑자기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전동리프트가 없는 곳에서는 수동리프트를 타고 가야했고, 역무원이 자신을 업고 계단을 내려간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 과정에서 넘어지거나 몸이 튕겨져 나가 몇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또 힘들게 기차에 탑승하자 "장애인 탑승으로 열차 출발 시간이 지체됐습니다"라는 방송이 울려퍼졌다. 기차를 탄 것뿐인데 왜 다른 승객에게 폐를 끼치는 느낌을 받아야 할까.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무조건 서울로 올라가야만 했다. 결국 장애인자립센터가 운영하는 차량을 얻어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서울역에 도착하자 마자 주변에서 자신을 도와줄 젊은 사람이 있는지부터 살폈다.

A씨는 마침내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 KTX를 타고 평창역에 도착했다. 비장애인이면 3시간 30분이 가는 거리를 8시간 걸려서 도착한 것이다. 쉽사리 바퀴를 굴릴 수 없었다. 다시 경기장에 들어가기 까지 또 다시 얼마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까.

전동휠체어 탄 장애인들, 강릉KTX 역서 발 묶여버렸다

패럴림픽 경기장을 보기 위해선 중증장애인들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안전한 이동권을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이동하는 과정에서 위험의 문턱을 넘어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차를 타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서울시 공단이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 대기시간은 지난 1월 기준으로 평균 47분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광역시·도가 아닌 경우에는 장애인 콜택시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 콜택시의 경우 지역마다 이용시간, 요금체계 등 운영방식의 편차가 커서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양유진 전국장애인철폐연대 활동가는 "대부분 평창올림픽에 가는 교통편은 서울에 집중돼 있어, 서울 이외에 지역에서 기차로 이동할 수 없는 지역들이 많다"며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 KTX 이외에는 다른 대중교통을 타고 강릉으로 가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KTX가 정차하지 않는 지역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들은 서울로 올라와 KTX를 타고 이동해야만 했다.

패럴림픽을 앞두고 KTX 휠체어석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장애인 화장실이 KTX 특실에는 객차 바닥고정쇠에 전동휠체어 고정하는 휠체어석이 5석 마련돼 있다. 정부는 패럴림픽에 맞춰 KTX 휠체어석을 10~15석으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장애인들은 "일반 좌석에 탈 수 없는 장애인들은 휠체어 석이 꽉차면 탈 수가 없다"며 "다양한 교통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 단체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에 따르면, 장애인 등 300여명은 3박 4일간 열리는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7일 전국 각 지역에서 속초까지 이동했다. 하지만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대중교통수단의 부재로 인해 강릉KTX 역에서 발이 묶여버렸다.

결국 장애인들이 국토교통부에 차량을 요청하자 뒤늦게 교통편이 제공됐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임경미 옥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국토부에 지속적으로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제기해 왔다"면서 "패럴림픽을 앞두고 장애인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행사에도 갈 수 없는 현실에 비참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평창조직위는 패펄림픽 전체 관중 22만명 중 휠체어 관광객은 3500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특별교통수단 대책을 마련한 결과, 저상버스 48대, 특별교통수단인 휠체어리프트 미니밴 139대, 관중 셔틀버스로는 저상버스 13대가 투입돼 노선별로 6~20회 운행된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장애인들은 이같은 교통대책에 대해서 며칠간의 이벤트일뿐이라고 지적했다. 패럴림픽 이후 다시 장애인들의 이동권은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패럴림픽 기간동안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충분히 보장돼야 하지만, 문제는 패럴림픽이 끝난 이후부터다. 임경미 옥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패럴림픽이 열리는 10일 동안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고 그 이후에 강릉으로 가는 교통편이 없어진다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아니냐"며 "차량이 다시 없어지면 장애인들이 강릉에 어떻게 다시 방문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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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교통문제가 10년 넘게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도 아니고 내년에야 도입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까요...
@홍보해

@vop-news님 안녕하세요. 개수습 입니다. @eversloth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윈윈하는 정책과 시설이 많이 나왔으면합니다.

여전히 어마무시한 문제가 산적해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