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배 기자] 2018년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 무인편의점이 나왔다는 주장은 얼마나 황당한가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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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기자가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이 준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합니다.
안녕하세요 민중의소리 스팀지기 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완배 기자의 기사를 원하셔서, 근래에 많이 읽힌 기사를 소개합니다. 이완배 기자님은 요새 많이 바쁘답니다. 책을 쓰고 계시거든요. ^^; 조만간 새로운 책으로 만나뵐 수 있답니다. 오늘은 해가 밝자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이 줄고 상공인들이 망할 지경'이라는 주장에 대한 이완배 기자님의 기사를 소개해 드릴께요. 원문 그대로 올립니다. ^^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 무인점포가 생기고 고용이 줄었다고요?


만병통치약, 요술 방망이가 등장했다. 이른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요술방망이가 그것이다. 경제에 나타나는 어떤 부정적 현상도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라고 외치면 다 기사가 된다. 보수일간지에는 연일 최저임금 인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에 관한 보도가 쏟아진다.

이 얼마나 신기한 요술방망이인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문화일보 8일자 ‘무인화 부채질하는 임금 인상’ 기사에는 “한국은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리면서 오프라인 소매 업체의 무인화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 사례가 “이미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5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국내 최초로 세븐일레븐 무인편의점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두 번째 무인 매장을 열 계획이다”라는 거란다.

세븐일레븐이 무인편의점을 선보였습니다(소개영상 캡쳐)

그러니까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무인 편의점을 열었는데 그게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는 거다. 여보세요.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게 작년 7월입니다. 세븐일레븐은 무슨 수로 5월에 그 사실을 알고 무인 편의점을 열었답니까?

당연히 무인점포의 확대는 최저임금 인상과 아무 상관이 없다. 유통업체들은 무인 편의점 실험을 몇 년 전부터 준비했고, 시작 시점도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기 전인 5월이었다. 그런데 이걸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고 박박 우긴다.

생각해보자. 올해 최저임금이 동결됐어도, 아니 심지어 하락했어도 무인점포 실험이 늦춰졌겠나? 기계가 노동을 대처하는 현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아무 데나 갖다 붙여도 되는 요술방망이라고 생각하는 건 알겠는데 이렇게 논리가 허접해서야! 그래서 보수언론에 꿀팁을 하나 던져준다. 이런 제목의 기사는 어떤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인공지능(AI) 개발 빨라진다! -한국, 최저임금 인상으로 AI 강국 도약 계기 마련”

최저임금 올리니 고용이 줄어든다?

보수언론이 휘두르는 요술방망이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최저임금이 높아져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요술방망이다. 경제학에서는 하나를 취하면 나머지 하나는 버려야 되는 상황을 트레이드오프(trade-off)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는 경제학자들은 임금과 고용이 당연히 트레이드오프 관계라고 주장한다. 임금이 높아지면 고용률은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그럴까?

올해 최저임금은 16.4%가 올랐다.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최저임금이 두 자리로 인상이 됐던 게 올해를 포함해 10번이나 된다. 인상률이 16.4%를 넘어섰던 적도 세 차례나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률과 고용률은 별다른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16.6%였던 2001년 고용률은 오히려 직전해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최저임금이 10.3%와 13.1%씩 두 해 연속 두 자릿수자대로 올랐던 2004년과 2005년에도 고용률은 2003년에 비해 오히려 0.4%포인트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4.9%로 뚝 떨어졌던 2008년에는 오히려 고용률이 직전해보다 0.9%포인트나 감소했다.

한국에서는 고용률과 임금이 트레이드오프 관계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상관관계가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작거나 오히려 반대의 상관관계였던 때도 자주 나타난다. “최저임금이 올라서 고용이 박살이 난다”는 보수 언론의 주장은 요술방망이가 아니라 헛방망이인 셈이다.

최저임금 오르면 영세 상공인 다 망한다?

물가도 마찬가지다. 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오른다는 주장이 있다. 그럴 수는 있는데, 문제는 그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냐는 데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물가는 약 0.2~0.4%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매우 약한 상관관계다. 연구자에 따라서 이 정도 상관관계는 아예 없다고 보는 쪽도 있다. 최저임금으로 물가가 오른다는 주장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억지에 가까운 주장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상인들이 폐업 위기에 빠진다는 보도도 있다. 그런데 이건 정말 언론 본연의 기능을 의심케 하는 보도다. 편의점의 경우 점포에서 100을 벌면 그 중 35를 본사가 수수료로 떼 간다. 그리고 15~25 정도를 임대료로 뜯긴다.

프랜차이즈의 횡포, 건물주의 횡포와 최저임금. 무엇이 영세상인들을 힘들게 하는가.

영세 상인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걸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말자고 주장하는 게 정상인가?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최저임금 탓을 하는 요술방망이를 휘두를 게 아니라,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과도한 수수료를 떼 가는 재벌 유통기업에게 귓방망이를 후려치는 게 정상 아닌가?

실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 동안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의 매출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본사가 무려 110% 성장하는 동안 가맹점의 성장률은 0에 가까웠다. 이 기간 동안 최저임금은 60% 정도 올랐다.

그러면 최저임금 탓을 먼저 하는 게 정상인가, 110%나 매출을 늘린 본사 탓을 먼저 하는 게 정상인가? 최저임금도 60% 오르고, 본사도 60% 성장하고, 가맹점도 60% 성장할 수 있었는데 가맹점의 성장을 본사가 다 가져갔다고 보는 게 지극히 정상적인 시각이라는 이야기다.

재벌 편에 서는 순간 한국 자영업은 지옥문에 갇힌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이 된다며 영세상공인들과 재벌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 동맹이 낳을 필연적 비극이 바로 그 본질이다. 전직 경제부총리 최경환이 2015년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재벌 이익단체를 모아놓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야 내수가 살아난다”며 임금 인상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이때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이렇게 답을 했다.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이 좁아서 노동자 월급을 올려도 내수시장이 안 큰다”라고 말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소득주도 성장론은 내수시장이 지나치게 작으니 그걸 키우자는 주장이다. 이래야 한국 경제가 수출 위주의 종속경제에서 벗어나 자립경제의 기반을 닦게 된다.

지난해 12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국 등 총 41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수시장 비중 조사에서 한국의 내수시장 비중은 61.9%로 고작 27위에 머물렀다. 한국이 그토록 숭배하는 천조국 미국도 내수시장의 비중이 88%에 이르렀다. 우리와 비슷한 수출주도형 경제로 알려진 일본의 내수시장 비중도 84.8%나 됐다. 이게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모습이라는 이야기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이다. 그런데 “임금을 올려 내수 비중을 늘립시다”라는 제안에 정작 전경련 회장은 “내수 비중이 작아서 임금 올려봐야 소용없습니다”라고 답한다. 너무 작아서 키우자는 건데, 이 자들은 너무 작아서 키울 필요가 없단다.

이런 얼치기 논리가 나오는 이유는 재벌들이 근본적으로 내수를 키우는 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정당한 이유를 대도 재벌들은 “우리는 그냥 수출에 목숨 걸고 살래요”라는 자세를 고수한다.

만약 이런 재벌들의 논리에 발을 맞춰 영세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국의 내수 시장은 재벌들의 바람대로 영원히 좁아지는 지옥문에 갇히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이 당장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자영업자가 분명히 있다. 이 고통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과 사회적 연대로 이 고통을 함께 이겨내야 내수시장을 키워 자영업도 성장하는 선순환의 길에 오르게 된다.

반면 재벌과 보수언론이 휘두르는 “모든 게 최저임금 탓이다”라는 요술방망이에 혹하면 자영업자들의 미래, 즉 내수시장이 확대되는 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재벌들이 목숨을 거는 수출주도형 경제는 저임금을 전제로 성립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임금 구조의 유지는 곧 내수시장의 영원한 침체를 뜻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절대로 올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지 않는다. 이 목소리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 요술방망이는 완벽한 헛방망이다. 우리는 노동과 자영업이 공생하는 내수 시장 확대의 선순환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의 길을 단호히 걸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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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p-news님 안녕하세요. 하니 입니다. @tpdns90321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우와우와! 이제 봤습니다 ^^ 감사합니다

누군가가 말했던 "돈이 모자란 게 아니라 도둑놈들이 많은 거다"가 생각 나네요.
노력하는 사람 따로 있고 가만히 앉아서 적당한 양보다 훨씬 더 많이 받는 사람 따로 있는 구조가 문제죠.
임금이 너무 높은 게 아니라 자영업자가 직원들에게 줘야 할 돈이 땅값으로 빠지는 게 원인이라고 생각 해요.

그렇죠.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지대입니다. 즉 임대료가 핵심입니다. ㅠㅠ 거기에다가 프랜차이즈를 할 경우 또 비용이 들죠 ㅠㅠ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인건비가 문제가 아니라 체인점 본사의 갑질, 건물주들의 횡포가 문제죠. 리스팀해갑니다.

리스팀 감사합니다!

정말 당연한 얘기입니다. 풀봇하고 갑니다.. 가이드독 포인트를 다 써버려서 ㅠ_ㅠ

감사합니다 :) 당연한 얘기가 통하는 세상을 위해 저희도 노력하겠습니다.

@홍보해

앗 감사합니다 ^^

맞는 말입니다.. 보팅하고갑니다

다음번에는 이완배 기자의 다른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이 포스팅의 다음 버전이 또 있거든요 ㅎㅎ 관심 가져주세요 ㅎㅎ 보팅 감사합니다 :)

제 경험에 의하면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최저임금인상이 급여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합니다. 자영업자는 영향이 있겠는데 그돈이 돌고돌아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걸 알아야할텐데요.

네 그것이 바로 소득주도 성장론입니다... 오늘 오후에 관련 기사를 하나 올리려고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