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올렸던 여대생 미혼모는 왜 ‘신생아 구조’ 자작극을 벌일 수밖에 없었나? 기사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이 기사를 취재한 기자가 직접 20대 비정규직 미혼모로 설정을 하고 주민센터, 민간·정부 지원 미혼모 보호시설에 입소 절차 등을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기자의 결론은 “신생아 유기 여대생 심경 이해됐다”였습니다. 기사를 읽어보시고 여러분도 함께 고민해주세요.
기사 원문 그대로 올립니다.
미혼모 체험기, 정부·민간시설 지원 점검해보니...
잊을만 하면 어김없이 발생하는 '미혼모의 신생아 유기 사건'.
취재과정에서 만난 '미혼모'들은 "한 번쯤은 아이를 포기할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미혼모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는 있지만 미혼모들이 자립하면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현실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미혼모들은 "미혼모가 되지 않으면 절대 미혼모를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미혼모들은 사회의 편견과 열악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다 극단의 선택까지 고민하는 사회적 약자였다.
미혼모를 위한 제도와 환경을 점검하기 위해 민중의소리 기자가 미혼모로 가장해 취재를 진행했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임신 2개월의 상황을 설정한 기자는 주민센터를 비롯한 민간·정부 지원 미혼모 보호시설에 입소 절차 등을 점검했다.
지역 주민센터에 도움 요청했더니..."할 수 있는 게 없다" 묵묵부답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미혼모들은 1년 동안 숙식 제공과 분만의료 등 혜택을 받으며 미혼모자 가족복지시설에서 지낼 수 있다. 3세 미만의 영유아를 양육하는 미혼모는 2년간 직업교육 등을 받으며 공동생활을 하는 미혼모 시설에서 머물 수 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미혼모 보호시설은 59곳이다.
미혼모들이 보호시설에 들어가기 위해선 입소하려는 시설의 시·군·구에 입소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한부모가족 담당자가 입소대상자를 상담한 후 입소 신청을 받을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입소여부를 결정, 신청인에게 통지하고 해당 시설에 입소 의뢰한다. 미혼모는 해당 시설의 입소 담당자와의 상담 후 입소를 결정할 수 있다.
기자는 무작정 미혼모 지원 제도를 알아보기 위해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사회복지사는 대화 몇 마디에 형식적으로 이름 등 신상정보를 물었고 두려움이 점점 커져갔다. '혹시 기록이 남지는 않을까'라는 걱정과 '가족과 회사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등 불안감이 엄습했다.
미혼모가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며 "어떤 것들을 지원받을 수 있는지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는 정보를 알아본 후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통화를 마쳤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록 연락은 오지 않았다.
정부 시설에서는 "수입있으면 이용할 수 없다"
주민센터의 연락만을 기다릴 수 없어 정부가 운영하는 미혼모 보호시설에 전화를 걸었다. 임신 사실을 알릴 수 없는 상황에서 급하게 머물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검색을 통해 어렵지 않게 정부가 운영하는 미혼모 보호시설을 찾을 수 있었다.
미혼모 보호시설의 상담사는 임신 개월 수 등 기본적인 상태를 파악한 후 "현재 일하고 계신가요?"라고 곧바로 물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입을 떼자마자 "입소하려면 일을 그만둬야 합니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정부의 지원·위탁 받아서 운영하는 시설은 미혼모에게 분만비용과 숙식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단, 미혼모는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이곳에 들어올 수가 없다. 최저임금 남짓한 돈을 벌고 있었지만, 수입이 있다는 이유로 입소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미혼모들은 "정부의 시설에 들어가려면 속된 말로 거지가 돼야 들어갈 수 있다"며 "돈을 모을 수 없어 시설을 나오고 나서 아이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정말 막막했다"고 말했다.
일하면서 지낼 수 있는 시설을 찾아보다 검색을 통해 알게 된 민간 미혼모 상담센터와 통화할 수 있었다. 상담사는 일하면서 아기가 백일 때까지는 공동생활 시설에서 머물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시설이 자리가 나지 않아 2~3개월 대기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해당시설은 인터넷 상에서도 미혼모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었다.
또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시설이 열악하다는 미혼모들의 말에 직접 시설을 둘러보고 싶었다. 그래서 경기도에 있는 시설에 방문을 의뢰했다. 시설 측은 "미혼모들이 생활하는 개인적인 공간"이라며 "입소 상담만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다른 시설 측에도 취재를 요청했지만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말할 뿐 연락은 오지 않았다. 미혼모 시설의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잘 알려진 민간시설은 2~3개월 대기...종교활동 강요 받아
미혼모 체험해보니 "벼랑 끝에 내몰린 것 같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미혼모 A씨는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는 미혼모 보호시설의 생활을 회상하며 "방에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핀 곳에 아기랑 같이 지냈다"며 "벽지를 바꿔달라고 해도 바꿔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또한 "분유와 기저기 수급이 잘 이뤄지지 않았고, 영양가가 없는 부실한 식사가 나오는 곳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혼모 B씨는 "미혼모 시설에서는 외부활동을 하기 힘들었고, 시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했다"며 "수용시설에 가까웠다"고 고백했다. 특히 종교에서 운영하는 시설의 경우에는 자신의 종교와 상관없이 예배 등 종교활동을 강요받기도 했다.
양육하는 미혼모들조차도 "당시 내 발 뻗을 곳 하나 없는데,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 지 막막했다"며 "아이를 낳기 전에도 낳고 난 후에도 미혼모들은 고민의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혼모들의 신생아 유기 사건에 안타까워하며 "정말 누구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끝까지 가다 보면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며 "아이들을 버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혼자서 아이를 낳겠다고 말하고, 기록을 남기는 일에 불안함을 느꼈다. 또한 몇 군데의 과정을 거치며 시설에 입소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설의 생활 이후에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말문이 막혔다. 비정규직의 20대 미혼모가 돼보니 신생아 유기 여대생의 겪었을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 위해선 혼자서도 낳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제도가 무엇보다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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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및 기사 :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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