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종류를 보면 지적 유희를 만족시켜주는 작품이 대부분인 것 같다. 판타지나 무협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현실성이 없어서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은 딱 봐도 현실성이 없는 책인데, 왜 읽기 시작했을까? 그것은 작가에 대한 믿음때문이었다.
중학교 시절이었을 것 같다. '개미'를 읽고 났을 때의 그 충격. 그리고 무려 그로부터 15년 지나서 군에서 다시 읽은 그의 책들. 타나토노트, 아버지들의 아버지 등 과학도 출신답게 사물에 대한 관찰을 기반으로 정말 현실성 있으면서도 새로운 상상력,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주는 그의 이야기 전개방식. 게다가 부록처럼 그의 책에서 계속 등장하는 백과사전적인 재미있는 사실들. 이런 그의 글의 특징이 드디어 영적세계에까지 나아갔는지 싶어 군에서 제대한 이후 우연히 서점에 들렀을 때 곧바로 사두었던 책이 이 책이다. 물론 이 책과 함께 사둔 다른 책들 중 아직도 읽지 않은 책들이 있긴 한데, 소설형식이라 그런지 이 책은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오랫만의 휴일을 하루 종일 집에서 보내는 게 재미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책을 읽고 났을 때의 그 뿌듯한 느낌은 다른 활동으로 보낸 시간보다 훨씬 값지게 느껴진다.
아직 책을 다 못 읽었다. 알고보니 총 6권으로 되어 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건 4권까지였다. 그 당시에 다 출간이 안되었던 상태였었다. 그리고 추후 2권씩 묶은 양장본이 나와서 오늘 그 3권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요즘 워낙 택배가 빠르니 금방 도착할 것이다. 아마도 방학기간이라 내가 오히려 학생들보다 독서를 더 많이 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난 미리 만들어 두어야 할 수업자료들이 많으니 아마 그렇진 못할 것 같다. 게다가 체력에도 한계가 있고. 오늘도 낮에 2시간 가량 자느라 보낸 것 같다. 그렇게 자고나니 눈이 아프지가 않은 게 좋은 것 같다.
이 책은 모든 영혼이 기본적으로 윤회를 반복한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힌두교 세계관과 그를 차용한 불교의 세계관에서 나타나는 윤회를 기반으로 인간사에서 윤회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성숙한 영혼들은 천사의 세계로 가서 인간을 보살피는 역할을 하는데, 이게 '천사들의 제국'이란 책 내용인 것 같다. 난 읽어보지 않았으니 패스하고, 그 천사들이 이제 승진을 거듭하다 최후에는 신 후보생이 되어 소위 신이 되는 사관학교에 들어가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에 또 재미있는 전제가 더해진다. 신 사관학교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1호 지구이며, 마치 평행이론처럼주인공과 같은 기수의 신 후보생들이 창조하고 역사를 전개해 나갈 18호 지구의 모든 일들을 신 후보생들이 각자의 종족을 맡아, 이 종족은 토템의 상징이 되는 동물들의 이름을 따 쥐족, 독수리족, 사자족 등으로 부르는데, 그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서 멸종한 종족의 후보생들은 올림포스 신들이 주관하는 그 신 사관학교에서 더 이상 윤회를 반복하지 않은 또 다른 존재로 영원히 살게 된다. 주인공이 맡은 부족은 돌고래족이다.
그 18호 지구의 역사를 신 후보생들이 마치 게임을 하듯 만들어가는 과정이 마치 세계사의 흐름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을 준다. 작가는 만약 신이라면 인간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을까라는 관점에서 스스로 신의 관점에서 한 번 이야기를 그려 본 것 같다. 그런게 상상력이 아닐까?
아직 소설을 끝까지 읽지는 못했으나 주인공 미카엘 팽송이 존재에 대한 자각을 해나가면서 '신'은 인간의 상상대로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가며 존재할 수 있는 그런 대상이라는 제우스 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제우스 신 또한 자신이 알지 못하는 더 높은 천상 세계의 신의 존재, 그리고 자신의 존재이유에 대해 여전히 궁금증에 쌓여 있고, 18기 신후보생들 중 하나가 18호 지구의 역사를 일구어나가는 과정에서 최종 신 후보자로 남게 되면 그 궁극의 신과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까지 전개한 게 4권의 내용이다.
이 책은 여러가지 인문학적 통찰과 함께 역사를 다루고도 있는, 그리고 인간 심리의 본질을 다루고도 있는 책이라 그냥 소설책과는 무언가 다르다. 나만 해도 책에 밑줄까지 쳐가면서 처음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중심으로 한 신화이야기에 푹 빠졌다가, 지구상의 다양한 생명체의 특징이 보여주는 인간 세계에 대한 통찰이나 자연세계의 법칙 속에 담겨 있는 신비. 이런 것들을 계속 즐기면서 읽을 수 있기에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면서도 동시에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뭔가 어찌 보면 더 종교적인 책에 가까운 것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의 책인 것 같다.
이제 마지막 5~6권을 양장본으로 받아 읽고, 아마도 이런 책은 몇 번씩 더 읽어보면서 매번 새로운 느낌으로 또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여하튼 나의 주말은 오늘도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소개주신 부분만 읽어도
스케일이 참 어마무시하네요
확실히 믿고 읽으실만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네~ 작가의 엄청난 학습량이 절로 느껴지는 책이죠~ ㅋ
굉장히 독특한 내용이네요. 꽤 길긴 하지만 읽어보고 싶네요.
영어로는 어떻게 쓰여져 있나 궁금하긴 합니다~ ㅋ
중학생때 베르나르의 소설에 빠졌었는데, 저는 타나토노트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네요.
타나토노트도 정말 재미있었는데, 전 끝까지 못 읽었었어요~ 다시 읽어봐야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