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리틀 포레스트-스포유

in #kr7 years ago

아주심기를 준비하고 있는 거 아닐까?

사업을 했다. 그리고

실패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날, 혜원은 집으로 돌아왔다.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잤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냥, 졸렸다.

몇 달인가를 밀렸던 잠을 한꺼번에 잤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죽은 것처럼 잠들고 싶었다.

그래도
눈은 떠졌다.

배가 고팠다.
눈을 뜨니 배가 고팠다.
요리를 해먹었다.

혜원은 요리가 취미였고
나는 요리사가 직업이었다.

즐겁다.
요리를 하면서 얼마만에 즐겁다는 감정을 느낀 것일까
기억도 나지 않았다.

점심에 뭘 먹을지 저녁에 뭘 먹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을 때가 언제였을까
혜원처럼, 나는 매 끼니가 기다려졌다.

리틀 포레스트.
혜원의 리틀 포레스트는 그녀의 집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나의 리틀 포레스트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나의 리틀 포레스트 역시 나의 집이었다.

리틀 포레스트.
그것은 단순히 내가 쉴 수 있는 장소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나의 가족.
그리고 나의 친구들.
나의 소중한 사람들.
리틀 포레스트는 그들이 있는 곳이다.

온기가 있는 생명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야.
혜원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강아지들, 고양이들과 뒹굴며 놀았다.

녀석들을 그냥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온기가 내 몸에 스며드는 것처럼
따스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보니
녀석들이랑 놀아준 적이
한 번도 없었구나.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혜원은 1년이 넘게 그녀의 리틀 포레스트에서 머물렀지만
나는 세 번의 계절을 넘기고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겨울에 심은 양파는 봄에 심은 양파보다 몇배나 달고 단단하다.

봄이 오고 나는 나의 리틀 포레스트를 떠났다.
어쩌면 또 다시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그곳으로 다시 돌아올 지도 모른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이제는 예전처럼 절망적인 생각을 하진 않을 것 같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겨울을 보낸 나는
몇 배나 단단해져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나와 함께 아주심기를 도와줄 소중한 사람들이
여전히 그곳에 있어줄 테니까

.
.
.

저희 집은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처럼 완전 시골은 아니지만
일산의 외곽에 있는 단독주택이어서 반 정도는 시골의 모습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밭도 있고, 강아지들도 있고, 닭도 있지요.
이 영화를 보면서 여러모로 예전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감정이입이 많이 됐습니다.
그래서 리뷰도 거의 제 이야기를 쓰게 됐네요ㅎㅎㅎ
리틀 포레스트는 지금 시대를 사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열정페이, 번아웃, 워라벨, 88만원 세대, 노오력... 등등등
너무나도 많은 부정적인 단어로 표현되는 세대.
그런 분들에게 소소한 힐링이 될 수 있는 영화가 이 영화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저만의 리틀 포레스트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리틀 포레스트가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내가 힘들 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참 든든하고 행복해지더라구요.
영화속의 이 대사처럼 말이죠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 곳의 흙 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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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

저도 이거 되게 감명깊게 봤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어릴적 약간 촌(?)애서 자랐기때문에 공감이 많이 되더라구요ㅜㅜㅜㅜ 무엇보다 계절별 영상미가 좋았어요! 시간되면 한 번 더 보려고해요 ㅎㅎㅎ
torax님도 더욱 단단해 지셨으면 좋겠어요! 잘 하실거에요!

저도 한 번 더 보려구요ㅎㅎ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난생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두 번 보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포스팅 제대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 단단해 질게요! @yunji 님도 화이팅이요!

원래 볼 생각이 없었는데 글을 보니 봐야겠다 싶네요!!! 리뷰 감사해요~~

이런 댓글을 달아주셔서 제가 더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오 글을 읽고 나니 이 영화 보고 싶네요.

@sunny1124 님도 좋아하실 것 같은 영화네요^^ 강추입니다!ㅎㅎ

결국 문소리 등장안함에 아쉬웠음ㅜㅜ

등장 안하는게 더 감동적일거 같아서 일부러 그런 것 같아요ㅎㅎ 넘 아쉬워 마세요ㅠㅠㅋㅋ

여자친구랑 봤는데...피곤했는지 옆에서 졸더라구요 살짝 따분한 느낌들때면 웃긴포인트가 중간중간 있어서 좋았음...ㅎㅎ 처음엔 완전 먹방인줄

전 사실 먹방 자체만으로도 힐링 되더라구요^^;; 아니 이 재밌는 영화를 졸면서 보다니ㅠㅠ 다시 데려가서 보여주세요!ㅋㅋㅋ

beautiful farmer i love her 🙂

She`s not a farmer. her name is Taeri Kim. She is a Korean actor and this picture is snapshot of Korean movie calls 'Little forest'. Thank you for your comment! :)

😀 just kidding and i just look at pictures cause i dont understand your write, by they way I love korean movie and i love actress like ji hyun jun, son ye jin and many other, the last movie I wacht "fabricat city"

It is true Korean language is so difficult to translate. I`m glad you love Korean movie and i follow you.

스포유라 그러셔서 일단 사진만 빠르게^^
영화보고 다시 읽겠습니다. :)

영화 잔잔하면서도 재미있어요^^ 저는 강추합니다!ㅎㅎ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한주 수고하세요

영상이 풋풋한느낌이예요

네~ 영상도 영화의 분위기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리뷰에서는 말 안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좋았죠. 넘치지 않는 연기! 특히 류준열 씨 연기력은 정말ㄷㄷㄷ... 다른 작품에서는 잘 못느꼈는데 이번에 류준열이라는 배우가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오더라구요. 다음에 류준열 씨 연기에 대해서도 한 번 포스팅 해보고 싶네요.
좋은 하루 보내시구요!

감상평이 간략한게 오히려 더 와 닿네요.
딱 지금의 내 상태인데...

그러시면 이 영화가 조그마한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미지가 평범한 영화인가 싶기도 했었는데, 보신분들의 평이 좋아서 관심이 가네요. 맘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

맘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말이 진짜 맞는 것 같네요^^

시골집 내려가고 싶게 만드는 글이네요.
시골 특유의 푸근함과 여유가 그립습니다ㅎㅎ

참 그곳에서는 시간이 넉넉했었는데 말이죠... 왜 이곳에서는 시간이 이다지도 빠르게만 가는 건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