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쯤에는: 그냥 어머님 생각 (소꼬리 배추국 끓이다)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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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쯤에는: 그냥 어머님 생각 (소꼬리 배추국 끓이다)

소꼬리 배추국

며칠 전에는 소꼬리 배추국을 끓였습니다. 나막김치를 담그고 배추가 남아서 소꼬리를 사서 끓였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소꼬리는 얼마나 비쌌지, 사골을 사고 끓여야 맛이 나겠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래서 사골곰탕 국물을 4불주고 사서 맛을 냈습니다.

일단 소꼬리 끓여서 지저분한 것 버리고 물 집어넣고 배추를 넣고 파도 넣고 4시간 끓였습니다. 저녁에 두 시간 아침에 일어나 두 시간.

얼마나 맛있게 끓이겠다고 이 고생인지, 어제 저녁에는 꼬리가 덜 익어서 국물과 배추만 먹었습니다. 열심히 끓이고 못 먹는 것이 억울해서.

아침에는 일어나 아주 끓였더니 쫄아서 물을 더 넣고 끓이고 제일 큰 꼬리를 소금에 찍어서 먹었습니다. 보상심리라고 할까?

얼마나 맛있게 먹겠다고

이런 심리가 있고 맛있게 끓이고 싶은 열정도 있습니다. 하여간 아침에 국물을 맛보니 참 괜찮네요...역시 내 몸 안에는 장금이 피가 흐르고 있다고 믿고.

장금: 대궐에서 음식하던 나인.

대장금: 이영애는 아니고 장금이들의 대장. 그러면 임금님 전용 요리사

믿거나 말거나 어머니쪽 조상께서 고종황제때 장금이 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외가집 음식이 무지하게 맛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명절 때 외가집 음식은 참 맛있었는데 친가에 가면 별로였다는 기억도 있고.

그런데 친가에서 제사 상 무르고 먹던 비빕밥은 너무 맛있었는데 티각 넣고 나물 넣고 참기름에 비빈 그 비빕밥...돌아가신 어머님이 돌아오셔야 먹을 수 있을텐데.

경상도식 비빕밥이라고 하던데 그런데 어떻게 우리집 밥상 위에 전국 각지에 음식이 있었는지. 친구들도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신기한 반찬들이 많다고 이야기도 하고. 하여간 나는 우리집 장금이 전설을 믿고 있습니다.

내 안에 흐른다고 믿는 장금이의 피 때문에 나는 무모하게 음식에 도전을 합니다. 오로지 믿는 것은 나의 입맛과 유튜브.

일단 만들 음식이 생각나면 유튜브를 보고 고민을 해봅니다. 어떻게 하면 간단하게 순서를 줄일 수 있을까? 필요 없는 재료는 무엇인지 아니면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봅니다.

그냥 어머님 생각

그리고 음식을 하시던 어머님의 기억이 나를 도와줍니다. 어머님이 살아계실 때 내 안에 장금이 피가 흐르던 것을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어머니께 음식을 해드리고 같이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면 얼마나 즐거웠을지...딸이 없으신 어머니가 참 좋아하셨을 텐데.

그리고 남은 국이 아까워 물 넣고 끓이다 태워 먹은 이야기, 조금 남았는데 버리기는 아깝고 먹기에는 부족하고...

살림을 해야 알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했다면 어머님은 공감을 하시면서 얼마나 안타까워 하실지!

세상에서 제일 귀중한 사람, 어머님. 전세계 어떤 사람과도 다른 분입니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 주시고 먹여 주시고 항상 사랑해 주시고 아무 조건 없이...우리는 조건 없는 사랑을 어머님에게 배웁니다.

아버지에게는 이상하지만 조건 있는 사랑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 남자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남자는 강해야 한다.

조건이 없어서

아버지보다는 어머님이 그립죠! 이유는 언제나 항상 어떤 일이 있다고 해도 어머님은 내 편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잘못을 했다고 해도, 앞으로 실수를 또 할 것을 알면서도..

그래서 어머님은 위대합니다. 아무런 조건이 없기에. 모든 위대한 일이나 사람이나 조건이 없습니다. 그래서 위대해 집니다.

사랑을 한다면 아주 조심스럽게 선택해서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겁니다.

일을 한다면 아주 조심스럽게 선택해서 조건 없이 일을 하는 겁니다.

삶을 살아 간다면 삶은 선택이 아니네요 모든 조건을 그냥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리고 그냥 사는 겁니다. 조건 따지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