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 후기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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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일동안 준비했던 공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일단은 "휴~ 끝났다!!!" 한번 외치고.





'보이지 않는 도시들' 공연 스케치 영상




레버리


이번 공연을 앞두고 새롭게 연습한 곡은 드뷔시의 레버리였다. 유튭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곡이 너무 좋았고 작업과도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 초반 2분만 연습했는데도 한달 반이나 걸렸다. 왼손 스케일이 넓은 부분은 아무리 연습해도 틀리고 또 틀렸다. 전문 피아니스트는 강약을 섬세하게 조절하며 고급스런 갬성을 담아내려고 애쓸테지만, 나같은 사람은 악보에 표기된 음을 눌러야 할 때 누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 이상을 바랄 순 없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워낙 곡 자체가 굉장해서 연습할 때마다 스스로 감동했다.(내 연주가 아니라 곡에ㅋㅋ) 내가 연주한 레버리를 피아노 선생님들에게 들려주면 어떨까? 이렇게 무식하게 연주할 수 있냐며.. 엄청 혼날 듯 싶다.




공연의 자격


"왜 전문 피아니스트를 섭외해서 연주하지 않으십니까?" 라는 질문을 언젠가 사석에서 받은 적이 있다. 그러면 작품 퀄리티가 더 높아지지 않느냐는 우회적 크리틱이다. 나는 두 가지 버젼의 대답이 준비되어 있다. 그 중 그럴싸하고 있어보이는 대답은, "작품의 물리적 완성도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외적 퀄리티는 제가 작업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요소 중 일부일 뿐입니다. 피아니스트를 섭외하면 물론 저보다 더 좋은 연주를 하겠죠. 저는 영상에서 국가폭력을 주제로 다뤘습니다. 부족한 실력에도 직접 연주를 수행하는 것은, 창작자이면서 동시에 소심한 액티비스트이고자 하는 제 정체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관객 앞에서 직접 연주를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라고. 다듬고 다듬은 오피셜한 버젼이다.


하지만 사석에서 나는 두 번째 버젼의 대답을 했다. 꾸미지 않고 속마음을 다이렉트로 내보인다. 소주를 두 병 이상 마셨을 때 나오는 대답은 이렇다. "그냥 피아노 치는게 좋아서!" ... 끝. 작업의 의미를 캐묻는 공격적인 질문에 '단지 좋아서' 라고 대답하는 것은 왠지 아마추어같아 보인다. 하지만 내 진심이다. 이어서 속내를 더 꺼낸다. "내가 돋보이고 싶어서!...아니 피아니스트 섭외해서 연주하게 하면.. 죽 써서 남 주는 꼴... 아씌.. 퀄리티고 뭐고 내가 무조건 무대에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ㅋㅋㅋㅋ...그리고 누군가를 섭외하려고 해도 그건 뭐 공짜인가? 섭외도 다 돈이야...ㅋㅋㅋㅋ..아니 돈만 문제가 아니야. 막 남이랑 시간 맞추고.. 연락하고.. 그게 상당히 귀찮거덩... 걍 내가 하는게 젤 편하고 좋아."


생각은 항상 바뀐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돌아다니면서 대여섯 개의 공연을 봤다. 악기 앞에서 평생을 할애한 내공이 느껴지는 뮤지션들을 보면 갑자기 숙연해진다. 아니 저들과 내가 같은 무대에 서는게 말이 될까? 이거 엄청난 실례가 아닐까? 아무리 영상과 함께라지만, 그래도 저들이 내 연주를 듣는다고 하면 정말 식은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창피한데. 라는 마음에 괜시리 뜨끔뜨끔했다. 음. 아니야 아니야. 모두 괜한 컴플렉스가 아닐까? 당당해지자. 쫄지 말고. 내가 무슨 피아노 콩쿨 나가는 것은 아니잖아? 솔직히 말해. 나는 내 공연에 무한한 자부심이 있어. 꽤 자신이 있다고. 맞아! 이제 공연 자격을 스스로 묻지는 말자.




이미지 트레이닝


효과가 있었다. 거의 안 틀리고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 (이것만으로도 스스로 대견..ㅠㅠ) 공연장과 최대한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 연습했다. 빔프로젝터로 영상을 쏘고, 디지털 피아노는 휴대용 지지대 위로 올려서 연주하고, 엠프로 연결해서 최대한 울리는 사운드를 만들고, 공연 당일의 의상을 입고 연습해보고, 에어컨을 틀어서 공연장의 온도까지 계산.(아니 이건 사실 그냥 더워서 틈 ㅋㅋㅋ) 한 가지. '관객'을 시뮬레이션할 수는 없지 않은가. 누가 날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긴장감의 핵심인데. 그래서 극장 관객 이미지를 검색해서 모니터에 띄어놓고 일부러 쳐다보면서 연습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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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것. 놀랍게도 공연 현장이 이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아 도움이 되었다.




피아노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뮬레이션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결정적인 것을 놓쳤다. 바로 피아노! (하.. 참 바보같았다) 주최측에서 어쿠스틱 피아노가 준비되어있지 않다고 한다면 무조건 내 피아노를 들고 가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나같은 쪼렙은 붓을 매우 가려야만 한다. 키보드 건반을 눌러보고 리허설때 사실 멘붕이 왔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딜 가도 '밴드용' 혹은 '반주용'으로 적합한 키보드가 준비되어 있을 확률이 99%니까. '연주용' 디지털피아노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75만원짜리 싸구려 디지털피아노지만 이제 번거롭더라도 내 악기를 가지고 가자. 이제 5~6번의 공연 경험이 생기니까 겨우 이 당연한 사실을 겨우 깨닫게 되었다. 애써 멘탈을 가다듬고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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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왼쪽), 공연 후 관객과 인사(오른쪽)




관객 반응


사실 공연이 끝나도 관객이 '솔직히' 어떻게 보았는지 알 길이 없는 경우가 많다. 관객과의 대화를 한다고 하지만 GV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질문들이 오가는 자리이니까. 마음 같아서는 공연 후에 관객들을 다 감금시키고 거짓말탐지기를 작동시켜서 솔직 감상평을 털어놓은 사람만 퇴장시키는 퍼포먼스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제천에서도 공연이 끝나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가려는데, 한 여성분과 어색하게 눈이 마주쳤다. 그냥 지나가려는데 그 분이 정말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냈다. "공연.. 정말 잘 봤습니다." 뭐랄까. 이렇게 입발린 상찬이 아닌, 진심이 담긴 표정과 말투로 칭찬을 들었을 때는 당장 하늘을 날고 싶은 기분이다. (물론 공연이 별로였던 사람은 말없이 유유히 빠져나갔겠지만ㅋㅋ) 공연 할 때마다 이런 감사한 경험들이 꼭 생기는데, 그들은 내가 하고 있는 작업에 확신을 주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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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만들어준 플래카드 ㅋㅋㅋㅋ HOT 이후에 처음 만들어보셨다고. 작업실에 펼쳐놓았다.




플래카드


아 빵터졌다. @roundyround님과 @zenzen25님이 플래카드 만들어서 제천으로 오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그냥 빈말인줄 알았다. 그런데 대박ㅋㅋㅋㅋ 정말 서울에서 제천까지 오셨고!(이것도 놀랐는데), 플래카드까지 직접 만들어오셨다. 심지어 사이즈도 엄청 크다ㅋㅋㅋ 이건 진짜 가보로 간직해야겠다. 이런거 받아본 사람 대한민국에 연예인 제외하고 진짜 몇 명 없을 것이다ㅋㅋㅋㅋㅋㅋㅋ 아 볼수록 오지다. 이 정도 템을 보유한 사람이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 팬 있는 아티스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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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플래카드 대박입니다 ㅎㅎ

그쵸? ㅎㅎ 엄청난 선물을 받았습니다 ㅎㅎㅎ

플랜카드에서 애정이 느껴지네요 ^^

네 열정과 애정이.. 진정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이 겁나 오지네요...허허

오지고 지리고 정말 쩝니다...ㅎㅎㅎㅎ

고생 많으셨습니다. Reverie는 제 경우 최근에 발레 바 동작 연습할 때 씁니다. 동영상 보다가 중간에 반사적으로 팔을 늘리면서 뻗는 동작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 (...)

그나저나 카드는 감동적이네요 :)

엇 그렇군요. 님... 언젠가 저와 콜라보!? ㅋㅋㅋㅋ 상상만 해도 즐겁네요 ㅋㅋ

ㅋㅋㅋㅋㅋ 머리 속으로 '공연 잘 하셨나요?'를 되네이고 댓글로 적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플랫카드 보고 ㅋㅋㅋㅋ 기분 좋아진 오쟁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정말 좋으셨겠어요!ㅎㅎ

네 정말 뿌듯했습니다. 이 맛에 작업하나봅니다 크크크~~~

정말 멋지십니다!
글 읽으면서 많은 걸 배우고, 공감하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브리님의 포스팅 꾸준히 열독해서 영어능력자가 된 다음에 해외로 진출해보겠습니다..

플래카드까지 챙겨오시고..ㅋㅋ
멋진 공연이었다고 동글이님 통해서 봤습니다. 헤어스타일 깜놀했어요..ㅎㅎ

여름에 이 스타일이 의외로 굉장히 편하더군요 대충 휙~ 옆으로 넘기기만 하면 끝이어서.. ㅎㅎㅎ

즐거운 스팀잇 생활하시나요?
무더위야 가라!!!!

대단해요~ 잘 하실줄 알았어요.^^
시간이 좀더 길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머리 스타일도 멋지고
플래카드 도 넘 멋있어요.^^

급하게 만든 스케치영상이라 시간이 좀 짧았습니다. 나중에 제대로 편집해서 올리고 싶은 마음에요. 나중에 풀버젼으로 올리겠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진심어린 표정과 말로 잘 봤다고 하면 하늘을 날아갈거 같죠^^

네.. 그동안의 고생이 날아가는 순간이었어요..!!

레버리, 대단하시네요!

끝까지는 못 칩니다. 딱 2분까지만..ㅎㅎ

이 글 넘 좋아요! 나중에 어디서라도 다시 연주해주세요. 아무도 모르게 보고 갈래요 ㅋㅋ

네 언젠가는 뭐 또 하지 않겠습니까? 나루님 오신다하면 벌벌 떨게 분명하니 몰래 오십시오...ㅎㅎㅎ

스케치 영상만 봐도 최고에요 오쟁님!! 항상 응원하고 있는거 아시죠~ :D

네 항상 요기서 힘 듬뿍 받고 있습니다~~!

크크 으아 오쟁님의 공연을 영상 스케치로 살짝 볼 수 있어서 영광이네요! ㅠㅠ 사실, 감독이 직접 작업한 영상과 함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는 거 너무너무너무x99999 멋진 일이거든요. ㅠㅠㅠ 연주자를 섭외해 공연을 하는 것이야말로 일차원적인 발상이라 생각해요. 그러기에 오쟁님의 퍼포먼스는 아주 높은 차원의 감성과 디테일한 노력을 순간적으로 폭발시키는 대단한 작업이라 생각해요... ㅠ ㅎㅎㅎㅎ

((갑자기 저 우회적인 질문을 읽으니 저도 이런 말을 막 해버리고 싶네요 ㅠㅠ))

이렇게 후기까지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오 감독님!! :))
잠시 피로는 싹 잊으시고 맘껏 즐기셔요-!!!!!!

오 ㅎㅎㅎ 이리 장문으로 제 맘을 알아주시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ㅎㅎㅎ!! 그럼 앞으로 제인님 의견만 믿고 계속 이 형식으로 밀고 나가겠습니다ㅎㅎ 감사감사 x99999!

크크크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
p.s. 다음에 풀버전 동영상도 부탁드립니두아!!!!!!!!!

스케치영상을 보니 제대로 멋지게 완성하셨네요. 더운 여름에 땀흘리며 연습한 보람이 있었을듯 하네요. 거기에 스팀이언의 플래카드 까지 대박!!!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 스팀은 하락하고 있지만 스티미언의 응원 덕에 제 에너지는 떡상했습니다 ㅎㅎ

Hello @thelump, thank you for sharing this creative work! We just stopped by to say that you've been upvoted by the @creativecrypto magazine. The Creative Crypto is all about art on the blockchain and learning from creatives like you. Looking forward to crossing paths again soon. Steem on!

무사히 잘 끝났나보네요!ㅎㅎ
더 뻗어나가기를!!

네 끝났네요! 벌써 옛날 일이 되어버린것 같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