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소녀화장시대'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22&aid=0003183619
오늘 본 기사의 제목이다.
색조화장을 일상적으로 하는 학생이 전체의 약 1/3가량 되며,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 수업시간에 화장을 해서 선생님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래의 표는 학생들의 화장 사용 행태를 나타내고 있는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화장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수치에 따르면 중학생부터는 대다수의 학생이 화장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출처 : 기사 원문)
내가 학교에 다닐 때도 화장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학교 선생님들은 벌점을 주거나 혼을 내는 등 화장을 권장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이 투덜대면서 했던 얘기는 '자기도 예쁘려고 화장하면서 우리만 못하게 한다'였다. 선생님들은 당연하게 화장을 하는데 단지 나이가 작다는 이유로, 학생이라는 이유로 화장을 하지 말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학생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른들이 볼 때 예쁜 모습에 맞추라는 것처럼 들릴 뿐이다.
개인적으로 나도 학생들이 될 수 있으면 화장을 늦게 시작했으면 좋겠다. 한 번 나빠진 피부를 회복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나오는 학생들의 지나친 색조화장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무조건 하지 말라고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화장을 하게 된 데는 어른들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어른은 꼭 화장을 해야 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화장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남들 다 바른다는 비비크림조차 바르지 않고 다녔다. 나는 화장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공대라 여학생이 많지 않았고, 열심히 꾸미고 다니는 친구들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화장을 하지 않는 게 그닥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20살이 되었다고 해서 어른이 됐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어른'이라는 게 꼭 나이만으로 규정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어른이라면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있고, 여러 가지 사회적인 압박을 받기 마련이다. 20살 대학생 시절의 나는 어른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지금은 그 때에 비해 많이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사회에서 어른들을 만나는 일도 많아졌다. 평소에는 아직도 늘 쌩얼로 다니지만 어른(나이가 많은 어른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나와 비슷하게 사회에서 어른이 되어 버린 존재를 뜻함)을 만날 때면 왠지 모르게 화장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을 느낀다. 친구를 만날 때는 늘 하던대로 추리하게 입고 쌩얼로 나가도 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이 있는 모임을 나갈 때는 옷도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고 화장도 해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화장이 단순히 예뻐기지 위한 도구였다면 화장을 하지 않았을 순간들이 여럿 있다. 솔직히 요즘은 화장기술이 늘어서 화장을 한 얼굴이 쌩얼보다 예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할 때가 되었다. 그렇지만 예전에는 화장을 잘 못했기 때문에 쌩얼이 더 나을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화장을 했던 이유는 '나는 이 자리에 맞게 격식을 차리고 나왔다'는 사실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격식과 예의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안에 반드시 화장이 들어가야 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의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화장을 하지 않고 나가면 '덜 신경쓰고 나온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꽤 있는 것 같다. 그렇다보니 사회에 나오는 대다수의 어른(특히 여자)들이 화장을 하게 된 게 아닐까? 그러다보니 (여자)어른은 밖에 나가려면 당연히 화장을 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다시 학생들의 화장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학생들이 화장을 하는 이유 중 큰 부분은 '날마다 화장하는 어른'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좋아하는 예쁜 연예인을 따라하려고 화장을 하는 것이라면 굳이 날마다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1/3정도의 학생이 날마다 화장을 한다고 한다. 화장을 일상으로 여기는 어른을 보았기 때문에 화장이라는 행위를 당연스럽게 여기는 것이다. 호기심에 해 본 화장이 일상화되는 가장 큰 원인은 어른에게 있다.
어른이 화장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근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분명 퇴근을 하고 왔는데 '풀메이크업'상태였기 때문이다. 너는 회사를 가는데 풀메이크업을 하고 가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는 이건 풀메이크업이 아니라고 했다.(...;;) 회사에 일을 하러 가는 건데 화장을 저리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자 약간은 답답했다. 본인이 좋아서 한 것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주변의 무언의 압박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사회가 화장을 좀 그만 권했으면 좋겠다.
사회로 나가는 당연한 관문처럼 화장을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모지상주의는 비판할 때는 '사회에 나오는 여자는 당연히 화장을 해야 한다는 기대'도 함께 버렸으면 좋겠다.
화장이 '기본적인 예의'가 아닌 사회가 되면 정말 좋겠어요 ㅠㅠ 저는 화장을 잘 못하기도 하고 화장이 은연중에 강요당하는 분위기가 스트레스에요 완전!
완전 같은 의견입니다ㅠㅠ
예전에 일했던 곳에서 '화장 하고 와야지. 화장은 최소한의 예의 아냐?' 같은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땐 어려서 아, 사회에선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화가 납니다ㅎㅎㅎ
남자라서 말하기가 조금 조심스럽지만, '화장은 여자의 특권이다'라며 365일
풀메이크업을 고집하는 여성분들도 있죠. 왜 그것이 특권인지 도저히 모르겠지만,
그런 분들도 존재하는 만큼 복잡한 문제인 것 같아요.
@tangerine
본문 내용에 공감합니다. 가끔 화장하는 것이 상당히 귀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여러모로 생각해볼게 많네요.
저도 동의하는 바 입니다. 사회적으로 너무나 강요하는 분위기...
동감합니다. 그만큼 이 사회에서 얼굴이 중요한 가치라서 그렇겠죠.
이런글에 추천이 없는게 아쉽네요. 추천합니다. 그리고 좋은글 고맙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정말 공감합니다. 화장을 할수록 피부가 나빠지는데, 나빠지는 피부를 화장으로 감추려는 무한루프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외모지상주의 미디어 매체도 큰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른은 무언의 압박을 받으며, 어린 소녀들은 예쁘기만 하면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고 살게되는 것 같네요...
@tangerine님의 당당한 글 잘 보고 갑니다! 추천 및 리스팀 안할 수 없군요.
화장을 많이 하는 사람 사이에서 이른바 '생얼 미인'이 또 각광받고, 그러면 그 사람들을 닮는 화장법이 또 유행하고, 그러다가 그에 대한 반동으로 다른 것이 또..... 일진일퇴하는 거대한 순환 같기도 합니다.
화장하는 문화를 화장시켜 버리는 것도...
저는 괜찮은 생각 같은데요.
@tangerine님 생각에 한 표 입니다. ^^
아파트 단지 나갈때 와이프가 중학교 고등학교 아이들 지나가면 얘기합니다.
" 재들은 아무것도 안바르는게 제일 예쁜나인데"...
프로페셔널한 상황에서는 저도 화장을 하고 가려고 해요. 이 나이에도 잘 하는 편은 아니예요. 하지만 반대로...청초하게, 수수한 복장에 성격까지 꾸밈이 없는 분들과 만날 때면 이것저것 레이어를 입힌 얼굴이 부끄러워 진 경험이 있어요. 꾸민것보다 누군가에서 풍겨나오는 매력이 더 좋아요.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것도 있겠죠? 좋은글 고맙습니다.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화장하는 거나 안하는거나 큰 차이 없는 것 같던데, 차이 많이 나나요? 남자라 잘 몰라서 여쭈어 봅니다..
화장 전후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같은 방인데 어질럽혀진 것과 정리된 것 정도의 차이랄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