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팀잇 칼럼 #2 ]
정치·사회 분야 비평
연세대 <수시 최저학력기준 폐지>
그 의의와 향후 대입 지형의 변화 예측
- 수능과 결별한 수시 전형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
written by @sunnynight
연대,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발표
어제(2018년 4월 1일) 연세대학교는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이다. 4월 1일 만우절을 기념한 깜짝 이벤트가 아니다. 다만 바로 올해부터 적용하는 것은 아니고, 현재 고등학교 2학년생이 대입 시험을 치르는 2020학년도부터 시행한다. 그래봤자 2년도 채 안남은 것이기에 지금 당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연세대는 우리나라에서 최상위권 대학 중 하나다. 극상위권 대학을 대표하는 학교 중 하나가 수시 전형에서 수능을 배제해버리겠다고 공표한 이상, 여타 대학들에게 반향이 없을 수는 없다. 조심스레 추측해보건대 아마 연세대 방식을 따라하는 대학들이 적지는 않을 듯하다.
수능 최저 폐지의 의의와 향후 대입 준비 방법론
만약 연세대처럼 수시에서 수능 점수를 요구하지 않는 현상이 어느 정도 보편화된다고 전제했을 때, 현행 대입 제도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 학력 기준 폐지>가 갖는 의의 및 의미는 대략 4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다.
변화 예측 1
첫째, 정시가 소폭 확장될 수 있다. 실제로 연세대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한다고 발표함과 동시에, 2020학년도에 정시모집 인원을 125명 추가하겠다고 공언했다. 125명이 추가된다면 연세대 2020학년도의 정시모집 총 인원은 1136명으로서, 해당 학년도의 전체 대입 모집인원 중 33.1%(약 1/3)를 정시로 충원하는 셈이다. **이처럼 수시에서 수능의 역할이 무색해지면, 역으로 수능 점수를 중시하는 정시의 모집 규모가 얼마간 확충될 가능성이 있다. **
변화 예측 2
둘째, 학생들 사이에서도 속칭 수시‘파’(派)와 정시‘파’가 예전보다 더욱 확연히 나뉠 공산도 크다. 이 경우 수시를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예전보다 수능 공부를 확실히 덜할 테고, 반대로 수시를 포기한 채 과감히 정시에만 집중하는 학생들도 많아질 테다. 특히 수능 공부에 대한 부담 자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수시파들이 완전히 학생부 교과나 학생부 종합전형에 요구되는 사항들에만 집중해서 대비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는 수시파에게 조금 더 유리한 제도다.
변화 예측 3
셋째, 그렇잖아도 중요했던 자기소개서는 이제 수능 최저 학력 폐지 시대가 되면 그 중요성의 정도가 예전과는 비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말하자면 합격 여부를 결정짓는 제1차 치명 요소로 봐도 무방하다. 교육부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학교생활기록부에 소위 학생의 ‘흠과 극단적인 자랑’들을 쓰는 일에 대해 인색했다. 그리고 그러한 흠결거리 및 극단적인 자랑거리들을 쓰지 못하도록 여러 금기사항들을 계속 법제화하면서 제재 강도를 높여왔다. 결국 대학별 대입 심사위원 입장에서 학생들 간의 학생부는 변별력이 약하다. 물론 기재사항 중 내신 점수 및 등급·석차가 변별력 요소로 활용되기는 하지만, 주로 학종 전형보다는 학생부 교과 전형에서 그 정도가 심할 뿐 학생부 종합에서 내신은 합격을 가름하는 절대 요소가 아닌 지 오래다. 이런 와중에 형식적인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간에 차이를 만드는 요소로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마저 폐지된다? 그렇다면 결국 합격의 1차 관문에서 학생들 간에 차별성을 꾀할 수 있는 요소로서 자소서는 더욱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면, 앞으로는 자기소개서가 아주 빼어나지 않은 이상 합격하기는 더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변화 예측 4
넷째, 이제는 상위권 대학일수록 면접시험을 치르는 곳이 많아질 것이다. 중하위권 대학이라 하더라도 예전에는 면접시험을 아예 요구하지 않았던 곳들이 요식 행위 방식으로라도 그를 새로이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사라진 마당에 학생부와 자소서처럼 오로지 ‘서류’만 믿고 학생을 선발하기에는 대학 측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서류’들에 적힌 사항들처럼 이 학생이 실제로도 역량이 있는 존재인지 알아보기 위해 면접을 시행하는 것은 어찌 보면 논리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결국 면접시험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얼마나 까다로워질지는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학생들 입장에서 면접 준비에 신경을 써야 할 일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면접시험 난이도가 높든 낮든, 제시문 기반 면접 형식이든 인·적성 면접 형식이든, 대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지간에 수능 최저기준에 갈음할만한 ‘합격 판단 지표’로서 면접시험을 도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부와 자소서가 합격을 결정짓는 1차 심사라면, 면접은 2차 관문으로서 일종의 ‘합격이란 그림의 마지막 퍼즐’이다.
개선될 것인가, 뒤틀릴 것인가
여하튼 이번 연세대의 발표로 인해 향후 교육계는 크게 변혁할 공산이 크다. 수능 최저 기준을 폐지하겠다는 대학이 아직은 비록 연세대 하나뿐이지만, 고려대를 위시한 다른 대학들까지 이와 유사한 입시 계획안을 하나둘씩 내놓기 시작한다면 현행 대입 제도의 수시 전형은 그 모양새가 다시 한 번 크게 바뀔 것이다. 그것이 좋은 쪽으로 개선되는 것인지, 안 좋은 방향으로 크게 뒤틀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모쪼록 전자(前者)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 연세대 서울캠퍼스 입학처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