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널 만난건 작년 7월의 어느 더운 여름 늦은 오후쯤 이었던가?
여느때처럼 리우랑 느릿느릿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지.
한무리의 사람들이 공원 한쪽에서 웅성거리며 뭔가를 보고있기에 호기심에 끌려 가보았을 때...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경계태세로 으르렁 거리며 잔뜩 웅크리고 있었던 너.
풀숲에 갈색 머리털만 드러낸채 가까이 갈라치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대서 누구도 옆에 갈 수 없었어.
좀 두렵기도 했지만 상황이 심상치않아 보여서 쉽게 자리를 뜰 수가 없었어.
물론 리우가 한몫 했지.
쉬크한 리우가 웬일로 너에게 먼저 다가갔고 그런 리우한테 너도 곁을 내주었고, 그 다음엔 나에게도 경계심을 풀었고...
조금씩 마음을 연 너는 나무수풀 밖으로 천천히 나와줬어.
그땐 정말 신기하더라.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느낌?ㅎ
그런데 절둑거리며 걸어나오는 너의 모습에 난 놀랐어. 온몸은 더러운 갈색털로 뒤덮혀 눈도 잘 보이지 않았고
어디를 다친건지 다리를 절고있었어.
너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난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병원에 가기 위해 널 안았는데 믿기지 않을만큼 가벼워서 또 한번 놀랬어. 몸집은 리우랑 비슷한것 같은데...
날은 어둑해지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
빗물과 땀과 눈물이 뒤섞여 내 몰골은 아마 말이 아니었을거야. 병원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직원분이 많이 놀랐던 기억이나. 여기저기 이상이 있는지 진찰을 하면서 그때서야 널 자세히 볼 수 있었어.
오른쪽 눈은 피멍이 들어서 붉은색으로 충혈되어 있었고
다리 여러곳이 털과 가죽이 벗겨져 살이 드러나 있었고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어.
온몸에 진드기 투성이인건 어쩜 당연해보였어.
혹시나 하고 검사했지만 인식칩은 없었지.
널 치료하고 집으로 데려왔고 그때부터 너의 혹시나 나타날 가족을 찾기위해 백방으로 수소문을 했단다.
인터넷 유기견 싸이트를 뒤지고 너의 사진이 들어간 전단지를 샌책로와 아파트 단지에 붙이고..
하지만 어딘가에 있을 그 분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우린 점점 포기했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넌 우리 가족이 되어갔어.
한달간 열심히 치료하고 영양식을 한 덕에 너는 하루가 다르게 미모ㅋ를 되찾아갔고 미용까지 하고났을 땐 완전 딴 강아지가 되어 있었어ㅎ
그렇다고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야.
너에 대해 아는게 아무것도 없었어.
나이는 몇살인지, 이름은 뭔지,,?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의사선생님 말로는 1살 정도로 추정된다 하셨지.
그래서 우린 너를 만난 날을 너의 생일로 정했어ㅋ
이름은 기린.
팔다리가 길쭉하고 눈망울이 넘 예뻐서 그냥 그렇게 정했어.
게다가 더 큰 문제에 봉착했어.
넌 너가 끌리는 곳 아무데나 끙도 하고 쉬도 하고...
그게 침대든 소파든 전혀 게의치 않았지ㅠㅠ
소심함 때문인지 작은 소리만 나도 누군가 심지어 가족도 움직이기만 하면 마구 짖어댔어. 밤이든 낮이든.
당근 아래 위층에서 컴플레인을 하기 시작했지.
빨래는 두배로 많아졌고 내손은 쉴틈이 없었어.
흥분한 널 진정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과 효과있다는 훈렷법을 찾아보고,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 펫까페도 자주 가고, 아침 저녁으로 같이 산책하고...
쓰다보니 나도 많은걸 했네ㅎ
그래서 널 입양한걸 후회했냐고?
물론 힘든 날도 있었지. 별 도움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널 야단친적도 있었고ㅋ
하지만 아빠도 나도 한번도 후회한적은 없어.
왜냐?
너가 우리에게 온 후로 힘들었던 기억보다 행복한 날이 훨씬 많기 때문이지.
또 한 가지, 리우에게도 좋은 친구가 생겼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고.
둘이 가끔 싸우기는 하지만 이정도면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해. 둘이 성격이 잘 맞는달까?ㅋ
곰처럼 무덤덤한 리우랑 곰살맞게 애교 많은 기린이랑~
그럼 문제가 다 해결 되었나?
기린이 훈련이 다 완성되었나?
그건 아니야ㅋ
지금은 80퍼 정도? 그 정도만도 만족스러워. 그리고 점점 더 좋아지고 있으니까.
고맙다 기린아. 그날 그렇게 운명처럼 우리에게 와줘서.
그리고 이렇게 우리 가족이 되줘서^^~
기린아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 아직도 기억속에서 지우기는 힘들겠지만
너를 사랑하는 진짜 가족을 만난것을 축하해.
정말 그건 하늘의 뜻이 아닌이상 이루어질 수 없더라구.
너도 힘들겠지만 가족들 사랑 많이 받으면서
아프지 말고 지금처럼 건강하게 자라다오~
감사해욤ㅎ
울 기린이 정말 밝아지고 좋아졌어요~^^
기린아!!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게 생겼구나~
티없이 맑은 너에게도 힘들고 무서웠던 일들이 있었다니...
너를 만나서 행복해 하는 가족을 만나서 정말이지 다행이란다.
나빴던 기억들을 잘 극복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사람도 동물도 사랑을 많이 받으면 예뻐나봐요ㅎ
기린이가 점점 더 예뻐지고 있어요^^~
이름처럼 진짜 길쭉길쭉한데요^^
기린아 엄마아빠 말씀 잘 들어라.
ㅎㅎ감사요^^
아이고.. 이쁜얼굴이 웃음이 가득한걸보니 기린이도 행복한것같아요 ^^ 마음이 정말 따뜻한분이시네요 ^^
기린이 표정이 많이 밝아졌어요ㅎ
애교쟁이에요^^~
아궁 기린이랑 진짜 연이 닿을려고 그랬나봐요. 처음에 만났을땐 글로만 읽어도 맘이 아프네요 ㅜㅠ
기린이 덕분에 온가족이 더 행복해졌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