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고쳐쓰기] 02. 흐릿하게 시작하는게 바로 영어다

in #kr7 years ago

연어입니다. 이제 두 번째 강의군요. 하루라도 빨리 실전 내용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여러분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리기 위해 조금만 더 개론적인 내용을 얘기해 볼까 합니다. 오늘은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영어 완벽증'에 대한 부담을 떨쳐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네요. 아, '영어 완벽증'이 뭐냐구요? 입을 열자마자 완벽하게 full sentence로 줄줄 뱉어내야 한다는 압박감 말이죠. 머릿 속이 이런 스트레스로 가득한 상태에서 급한 마음에 문장을 만들어 보려하니 주어까지 말하고 나서는 바로 입이 얼어버리는 겁니다.

I... I... 음...

이렇게 맨날' I' 까지만 읊다가 끝나고 말건가요? 헌데 이 부분에서 우리는 '이노무셰키' 선생의 근대식 영어 교육을 받아온 일본인과 한국인에겐 공통적인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주어 다음에 매우 상세한 동사를 뽑아 쓰는 습관'

말입니다. '상세한 동사'란 난이도도 높거니와 자주 쓰이지 않는, 매우 특정한 상황을 설명할 때 적합한 단어를 의미합니다. 영어 입문 때부터 배워왔던 쉽고 간단한 '기본 동사'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죠. 왜일까요? 안타깝게도 여기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기본 동사를 뽑아 쓰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배우지 않아서인가요? 물론 그렇겠지요. 여러분은 go, come, get, take, put, set, ask, play.. 등등의 기본 동사를 적시적소에 맘껏 뽑아 쓸 수 있으신가요? 절대 그렇지 못 할 겁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영어 고쳐쓰기'의 핵심을 딱 하나 꼽아보라고 하면, 바로 기본 동사와 전치사를 자신있게 뽑아쓰는데 있습니다. 그게 가능하려면 일단 이유를 알아야겠죠? 왜 우리는 영미권 어린이들도 거침없이 써대는 기본동사를 제대로 써먹어 보지 못하는 걸까요? 상세한 이유는 다음번 글에 설명하도록 하고.. 일단 오늘의 주제인 '흐릿하게 시작하는게 바로 영어다' 라는 명제에 적합한 설명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상세한 동사'보다 '기본 동사'가 더 중요한 이유는 당연히 더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더 많이 쓴다는 얘기는

(1) 더 쉽고
(2) 더 범용적이기 때문

입니다. 이런 저런 내용에 한정되지 않고 넓고 다양한 의미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노무셰키' 선생의 방식을 따른다면, 의미와 해석이 다양할수록 단어장에 뜻 설명이 주렁주렁 붙기 시작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노무셰키' 선생님 사전에는 go나 come의 뜻이 수 십가지는 족히 될겁니다. 그리고 그걸 다 외우라고 하지요. 뭐, 까라면 깐다고 했으니까 다 외웠다고 칩시다. 여기서부터는 또 역방향 성립이 어려워집니다. 가장 대표적인 단어가 get입니다.

get이 들어가 있는 문장을 한국어로 해석하라고 하면 거침없이 해낼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을 설명하고자 영어로 문장을 만들 때 확신을 갖고 get을 집어 넣을 수 있으신가요? 불가능합니다. get이 설명하고 있는 20~30가지의 해석 중 거꾸로 get을 뽑아들 수 있는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하다는 것이죠. 왜냐고요? 여러분, get이 대체 무슨 뜻을 지닌 동사인가요? go는 '가다', come은 '오다'라고 하던데.. get은 무엇인가요? 대답이 어려우시죠? 네.. 바로 '모호한'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모호하기 때문에 여러 뜻을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런 모호한 단어를 어떻게 영어 원어민들은 껌씹듯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걸까요? 바로 그 모호함을 명확하게 정의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영어에 대한 조금은 원론적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영어라는 언어체계를 궁예의 '관심법'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면 매우 신기한 규칙을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모호한 개념부터 시작해서 세부적으로 그려나간다는 것이죠. 비유하자면 밤길이나 빗길에 운전을 하는 것같은 상황이 펼쳐집니다.

앞에 뭔가 흐릿한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존재 확인)
뭔가 보아하니 어떤 남자입니다. (He)
그런데 그 남자가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do)
뭘 하고 있나 좀 더 살펴보니 걷고 있습니다. (walk)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도 없이 혼자였군요. (alone)

자, 이렇게 흐릿한 형체에서 세부적인 설명을 나열해 가면,

He do walk alone.

이란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헌데 지난 번 강의에 얘기한 것처럼 'do'는 거의 모든 문장에 들어가고, 또 뒤에 설명되는 조금 더 구체적인 동사가 있으니 생략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부정문을 만들거나(don't), 의문문을 만들거나 (Do~ ), 강조를 하려고 할 때 (do) 바로 살려낼 수 있습니다. 흔적만 남기고 사라지는 것이죠. 그리고 영어에서 또 다른 원칙.. 나, 너, 여럿을 포함한 경우가 아니면 -s, -es를 붙여 구분한다는 규칙이 있으니 이걸 적용하면 조금은 더 실제 사용하는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He walks alone.

이렇게 말이죠. 비록 세 단어의 짧은 문장이지만, 흐릿한 스케치로 시작해서 조금씩 세부적인 내용을 그려간다는 것을 충분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영어에 서툴다고 해도 주어를 만드는데 어려움은 없겠죠. 그렇다면 문제는 동사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에겐 목표가 생겼습니다. 최대한 빨리 동사란 스케치를 그려내는 것이죠. 여기엔 기본 동사가 최적의 카드입니다. 제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go, come, get, take, put, set, ask, play 등등.. 약 10~20여 개의 기본 동사가 각각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한 방에 이해만 할 수 있다면, 주어와 기본 동사로 최소한의 스케치를 마무리 하는 것쯤은 껌을 씹는 것보다 쉽다는 것을 말입니다. 영어에서 말이 트이기 시작하는건 바로 이 때부터입니다.

어제 첫 강의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연어의 영어는 배우면 배울수록 외워야 할 지식을 늘려가는게 아니라 되려 외워야 했던 것들을 버려가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어려운 동사를 써야만 했던 이유는 기본 동사를 쓰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본 동사를 쓰지 못했던 이유는 그 뜻만 해도 수 십가지가 되었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습니다. 기본 동사의 뜻이 수 십 가지가 되었던 이유는 바로 '이노무셰키' 선생의 엉터리 해석 때문이었습니다.

영어 원어민이 어릴 때부터 습득하는 것이 기본 동사입니다. 기본 동사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데 특별히 어려운 동사를 쓸 필요가 있을까요? 제 미국 친구는 '가장 쉬운 단어로 가장 짧게 표현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영어를 잘하는지 판별하는 척도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굳게 믿습니다.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고 쉽고 기초적인 단어로 문장을 만들어 낼 줄 아는 것이 진짜 영어이고 진짜 실력입니다. 진짜 베테랑 셰프라면 그 비싼 송로버섯 따위는 쓰지 않고 오이, 당근, 양파 만으로도 맛을 우려낼 줄 알겁니다.

기본 동사는 모호함을 많이 내포한 동사입니다. 하지만 각각 강력하고 확고한 핵심적인 개념이 담겨있습니다. 영어를 잘 쓰는 사람들은 이것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단어라도 소소한 행동부터 형이상학적인 내용까지 설명하는데 자유자재인 것입니다. 그리고 해석의 범주가 매우 넓은 기본 동사를 더 뚜렷하게 색칠해 주는 도우미가 있으니 바로 전치사나 부사들인 것입니다. on, off, to, for, in, up, down.. 등등 기본 동사에 붙어다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각각의 의미와 용도를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기본동사 + 전치사' 또는 '기본동사 + 부사'의 형태를 '숙어'라는 또 하나의 괴물로 만들어 익혀야 했습니다. 이젠 그럴 필요도 없겠네요. 이제부터 '숙어'로 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오늘 강의의 핵심은 무엇이었나요? 영어란 언어는 가벼운 스케치로 시작해서 점점 상세한 색칠을 해나가는 언어라는 것이었습니다. 헌데 '가벼운 스케치'란 것은 그저 아무 뜻도 없고 개념도 없는 것이 아닙니다. 모호해 보이지만 강력한 핵심이 있는 것이죠. 그 중심에 '기본 동사'란 것이 있습니다. 쉽고도 강력한 뜻을 내포한 것이죠. 이 기본 동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될 때 진짜 영어는 시작됩니다. 왜냐고요? 원어민들은 말이나 글이나 기본 동사를 무진장 많이 쓰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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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 뒤에 어떤 전치사가 짝꿍인지 몰라서 못쓰는 말이 너무 많아요 ;ㅁ; 공감하고 갑니다.....

쉽게 이해되네요 ㅎㅎㅎ 링크걸어서 와이프님도 한번 읽어보라고 해야겟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연어님^^

Dont 보다 do not 이 더 강하게 들리는건 느낌인가요?

get 과 전치사 관사 참 어려운거 같습니다^^
나이들어서 이민가신 교포분들도 헷갈려 하시더라고요
좋은 글 리스팀 하고 자주 보겠습니다

오 연어님!
이런 멋진 영어포스팅이라니, 저 정말 오래되어서 기억은 정확한 책 제목은 아니지만 딱 이글과 맞는 영어책 제목이였어요. 원어민들은 10가지의 단어로 대화한다? 흐리멍텅한 기억이지만 이런 제목이였는데 .. 그 책을 보고는 머리가 띵~해졌었는데 이 포스팅도 그렇네요 ㅎㅎㅎ 앞으로의 포스팅도 기대됩니다 :)

이해가 팍팍돼요~ㅎㅎ

진짜 동사 하나가 수십가지 뜻이 있으니... 해석할 때 어느 뜻으로 쓰이나 알아내는 것만도 머리가 지끈거렸어요...
핵심을 알면 이렇게 이해가 되는 것을... 머리 속의 안개가 걷히는 느낌입니다...
좋은 강의 감사합니다^^

동사 얘기 했으니 이제 전치사 부사 얘기도 궁금해지네요 ㅎ

요즘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와중에 좋은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자주 오겠습니다!

아.. 영어 다시 해야되는데 말이죠 ㅜ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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