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만기가 없는 옵션'

in #kr7 years ago (edited)

오늘은 가상화폐의 가격 pricing을 어떻게 봐야할지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어제는 비트코인이 달러 기준으로 전고점을 돌파했습니다. 10년 뒤 비트코인이 5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 또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를 믿고 비트코인에 장기투자하는 사람이라면, 단기적인 가격 등락에 아랑곳없이 계속 홀딩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문기사 등을 통해 가상화폐에 대해 귀동냥만 해온 사람이라면, 도대체 왜 비트코인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어떤 내재가치가 있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품기 마련입니다.

이 문제를 옵션(Option)이라는 파생금융상품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를 통해 접근해보겠습니다. 옵션은 선물, 스왑과 함께 3개 파생상품 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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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제 옵선에 대해 설명해야겠네요.
옵션은 기초자산이 정해져 있어서,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의해 가격이 크게 바뀝니다.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지수옵션이 대표적이며, 우리나라 거래소에는 코스피200지수옵션이 거래됩니다. 옵션의 가격을 프리미엄이라고 부릅니다.

콜 옵션을 사게 되면 기초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됩니다. 이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이라면 상당히 어려운 얘기일 수 있는데, 아파트 분양권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수 있습니다. 아파트 분양권이 일종의 콜옵션 거래물이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분양권의 경우, 해당 아파트가 기초자산입니다. 분양가 6억원짜리의 신규 아파트 분양권을 프리미엄 5천만원을 주고 구입한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이 사람이 분양권(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잔금을 다 치르고 아파트를 완전히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콜옵션 행사는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때 이뤄집니다. 분양권 프리미엄을 5천만원에 샀으므로, 이 사람은 아파트 시세가 최소한 6억5천만원 이상 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분양권을 행사합니다. 도중에 분양권 프리미엄이 5천만만원을 웃돌게 되면, 분양권을 행사하지 않고, 중간에 팔아서 차익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옵션 프리미엄은 5가지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그 중 하나가 기초자산의 가격입니다. 위에서 말한 분양권의 사례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옵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이 잔존만기 입니다. 옵션에는 만기가 있어서 이 기간이 모두 지나가면 옵션이 소멸되고 맙니다. 분양권의 경우, 도중에 분양권을 되팔지도 않고, 그렇다고 정식계약을 맺어서 잔금을 치러 아파트를 분양받지 않는다면, 이 분양권은 소멸되고 맙니다. (물론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옵션 매수자들은 만기가 다가올수록 초조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옵션가격은 만기가 다가올수록 시간가치가 줄어들어서 가격하락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아파트 분양권은 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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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는 어떨까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옵션의 기초자산에 해당하는 것이 가상화폐에는 딱히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왜 가상화폐의 가격을 옵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처럼 평가해보려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가상화폐의 가격이 옵션처럼 높은 변동성을 보일 뿐 아니라, 높은 가격수준으로 인해 일반적인 가치평가모형으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몇시간 사이에 20~30%씩 오르는 일이 허다하고, 반대로 그만큼 속절없이 떨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옵션투자도 이런 양상을 보이고, 매수자가 몇십 배,몇백 배 수익을 내는 경우도 몇 년에 한번씩 생깁니다.

그렇다면, 가상화폐에서 옵션의 기초자산과 같은 것을 찾을 수는 없을까요? 저는 가상화폐가 추구하는 가치와 세상이 가상화폐의 기초자산(underlying asset)에 비유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존의 중앙집권화되고 기득권화된 금융시스템에 내재된 비효율과 과다한 거래비용을 제거하고, 분권화되고 혁신적인 결제나 송금시스템, 이와 연계된 다양한 비즈니스모델 등을 추구하는 것이 가상화폐의 가격 상승의 동력이 되는 기초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초자산의 가치를 계량화하려면 많은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겠죠. 먼저 각 나라의 연간 해외송금/결제 규모와 거래비용을 정확히 따져봐야 합니다. 가상화폐를 이용할 경우 거래비용이 매년 얼마나 절감되는지를 계산하고, 매년 절감액을 적정 이자율로 할인(discount)도 해야 합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해외송금 규모는 2014년 현재 5,834억 달러 규모입니다. 세계 해외송금 수수료율이 평균 7.68%(2015년 2분기 현재) 라고 합니다. 가상화폐 송금비용 등으로 이것 저것 빼고 7%만 절감된다고 따져도 연간 408억 달러가 세이브됩니다.

이 시간 현재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528억 달러입니다. 전체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을 비트코인의 두배로 잡으면 대략 1,100억 달러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할인할 것도 없이 2~3년이면 가상화폐 시총이 모두 커버되네요. 엄청납니다. 제가 계산을 잘못했나요?

스마트 컨트랙트와 새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가치 창출규모는 아예 정확한 추산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가상화폐가 추구하는 세상은 아직 요원합니다. 주변에서 가상화폐로 결제하는 매장을 보기 힘듭니다. 이더리움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흐르고, 가상화폐 앞에 놓인 장애물이 하나 둘씩 정리가 되어나가면, 가상화폐가 추구하는 가치의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네트웍크 사용자가 확대될 때마다 기초자산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가상화폐의 가격도 올라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과세방침 발표나, 은행권의 공격적 대응, 비트코인의 세그윗처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불안한 일이 생기면 가격은 출렁일테고요.

가상화폐는 만기라는 것이 따로 없어 계속 보유하더라도 소멸되지 않기 때문에, ‘만기가 없는 옵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콜 옵션을 매수하면 이 옵션의 기초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가상화폐라는 옵션을 매수한 사람은 가상화폐가 추구하는 가치를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이며, 가상화폐가 추구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만기가 없는 옵션’으로서의 가상화폐, 이 가상화폐가 추구하는 세상의 실현이 가까워지는 날이 가상화폐 보유자들이 대박 옵션을 행사하는 날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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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에 투자하는사람으로써는 상당히 마음에 드는글입니다. 만기가없는 옵션이라..
비트코인은 거대한 거스를 수 없는 파도와도 같군요..그 파도에 제 몸을 맡겨볼랍니다..ㅎㅎ

코멘트 감사합니다. 저는 배움에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까지 공부를 하는입장에서 배움에 끝이어딜까를 가끔 생각합니다.. 특히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라는 것이 제 개념속에 들어오고나서 더 배울께 많아졌습니다. 스톤코인님을 통해 가상화폐에대해 더 배우면 합니다:)

아주 인상적인 표현입니다. 좋은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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