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쑤리꿍입니다.
주말을 마무리하면서 간만에 글로 인사 올리네요.
다들 힘든 한 주가 아니셨을까 생각해봅니다.
오늘 제가 쓰는 글은 단순한 위로나 격려는 아닐 것 같습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이제는 본인의 스탠스를 더 확고히 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씁니다.
베르세르크를 아시나요?
제가 젊은 시절부터 아주 좋아하는 만화입니다.
암호화폐와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을테지만,
오늘은 여기서부터 얘기를 풀어나가볼까 합니다.
- 베르세르크
일본작가 미우라 켄타로의 장편만화입니다. 작가의 인생을 걸다시피 한 걸작 중의 걸작이죠.
어린 시절은 뭣 모르고 그냥 괴물들과 싸우나보다 하면서 작화에 감탄하면서 재밌게 봤었지만,
그 감탄은 몇 번이고 다시 보면서 중심주제에 대한 감동으로 바뀌었습니다.
"과연 인간은 운명에 대항할 수 있는가?"
수십년에 걸쳐 진행된 스토리인만큼 단순하게 내용을 설명하긴 힘들지만 (모든 걸 떠나서라도 만화를 사랑하신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태생부터 사생아로, 기구한 운명을 거쳐 자라온 주인공 가츠
는
매의 단
이라는 용병으로 생활하면서 인간다움을 갖추게 됩니다. 하지만, 단장 그리피스
가 현실세계를 초월한 신
이라고 할 만한 존재가 되는 과정에서 희생양이 되고, 대부분의 동료를 잃고 낙인이 찍힌 채로 사도
라고 불리는 다른 세계의 존재들에게 쫓기게 되는 스토리입니다. 당연히 인간은 신을 이길 수 없습니다.
스토리는 어찌보면 아주 단순합니다. 이길수 없는 운명
에 끝없이 저항하며 싸워나가는 것이죠.
결말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저도 아주 궁금하네요.
- 명대사
이 작품에 명대사라고 할 만한 부분은 정말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인정하는 부분은 위의 장면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는거야"
(원문 - 逃げ出した先に楽園なんてありゃしねのさ )
이 만화의 세계관에서는 비단 주인공 뿐 아니라 많은 도시들이 사도에 의해 농락당하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한 소녀가 여기에서 도망치기 위해 주인공 가츠의 여정에 함께 하고 싶다고 할 때, 주인공은 위의 대사를 날립니다.
서론이 또 길어졌는지도 모르겠네요.
비단 이번 하락장 뿐 아니라, 수많은 하락장에서 소위 개미
라고 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유독 심한 이번 폭락장은 지난 연말 신규유입된 수가 많아서 그런지 그 규모가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거래량의 추이와, 해외와의 시세차이 그 외 많은 지표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 시장에 들어오게 되었을까요?
국민청원처럼, 단순히 행복한 꿈
을 꾸기 위해서인가요?
일개 개인투자자지만, 우연한 기회로 지난 몇 달간 많은 사람들을 상담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정말 갖가지 사연들로 가득하더군요.
하지만 대다수에게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현실에서의 경제적 만족도가 낮다.
투자지식 및 경험이 전무하거나 이미 주식 등에서 잘 모르고 투자했다가 손실을 크게 본 경험이 있다.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의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비투자자에 비해서는 겉핧기 정도르는 더 아는 것 같습니다만)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하거나, 심지어 레버리지 투자를 한다.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단기간내의 고수익을 바라며 약간의 출렁임에도 심히 불안해한다.
어떤가요? 이미 시장에서 탈출하거나 극도의 불안감에 빠져있는 분들이 이 글을 얼마나 읽으실지 이젠 관심조차 없어서 읽을 기회가 줄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난 해 말부터 유입되고 또 썰물처럼 빠져나가거나 고점에서 물린 상태로 삶의 의욕을 많이 잃으신 분들, 그리고 그 와중에 손이 머리보다 빠르게 움직여서 계속해서 추가 손실을 보신 분들, 위에 나열한 공통점의 일부 또는 전부에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니 암호화폐니 블록체인이니... 다 좋죠. 좋은데, 그런 미래보다도 어제와 오늘 내일에 살고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의 공부, 직장에서의 일과 가정에서의 사랑, 많은 소소한 인간관계, 먹는 즐거움과 달콤한 잠을 통한 휴식, 우리의 일상은 이러한 소소한 것들로 채워져있고, 돈을 가진 다음에 누리고 싶은 것들도 결국 이러한 일상의 연장에 있습니다.
그런데 살기가 너무 팍팍하죠. 최저임금을 상승시키느니, 각종 복지혜택을 늘리느니 하지만, 그래서 삶의 큰 변화를 느끼시나요? 여전히 힘든 사람은 힘이 들죠. 부동산 집값을 잡는다는데, 오히려 강남집값은 오르고 힘들게 모은 돈으로 소소하게나마 집을 사보려 해도 대출규제만 더 심해졌죠. 냉정하게 생각해봐도 서민을 탈출할 방법은 보이질 않고, 부자들이 조금이라도 가난해지는 것 같지는 않은데, 본인들은 점점 더 힘들어만 집니다. YOLO를 외치며 잠깐의 달콤함에 취해봐도 남는 건 빈 잔고 뿐이죠.
그래서 도망쳐서 여기로 들어오신 건 아닌가요? 미래의 기술이니 뭐니 사실 난 잘 모르겠고, 주변에 들리는 얘기는 온통 비트코인이니 이더리움이니 일년에 몇 배가 올랐으며, 억소리나는 수익을 주변에서 실제로 보기도 했고. 기술도 이해도 필요없고, 그저 존버
하면 돈을 번다.
물론 그 전설적인 이야기들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매 거래마다 은행과 거래소에서는 수수료를 떼어가면서 이득을 챙깁니다. 주요 코인들의 지분은 소수가 거의 독점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10억을 벌면 다른 한 사람이 10억을 잃는 것이 아니라 수백명이 수백만원씩, 수천만원씩 잃는 것입니다. 작년 한 해가 주식도 코인도 엄청난 호황이었지만, 번 사람 못지않게 잃은 사람도 상당합니다.
준비도 안 된 사람들이 도망
쳐서 도착한 이 곳에서 혹시 낙원만을 기대하셨다면, 이젠 눈을 뜨고 다시 한 번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서 낙원을 발견하셨나요. 도망치는 것을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저는, 지금 여기에서 도망치면 낙원은 없어도 당신들의 일상
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아무리 팍팍해도, 그 곳에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고 하다못해 편히 누울 자리 하나는 있을 것입니다.
눈감고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
은 없습니다. 온통 공포와 환희만 도사리고 있고, 결국 모든 걸 잃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투기입니다. 투기가 만들어낸 것이 거품입니다.
많은 지인들이 묻습니다. 왜 코인하지 말라고 하면서 너는 하느냐고? 하락장이 찾아오면 안 하길 잘했다고 합니다.
제 친동생조차도 그만뒀습니다. 제가 잘 했다고 토닥여줬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낙원
을 찾은 적도 도망
쳐서 온 적도 없고, 그래서 도망
가지도 않습니다.
자산의 1-2%정도로 투자를 시작했고, 좀 더 멀리 보고 있고, 그래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기다립니다.
그렇기에 전혀 불안하지도 그렇다고 무조건 대박이 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조용히 제 투자금이 제로가 되거나 혹은 미래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글은 도망치다시피 이 세계에 도착한, 지금도 불안에 떨고 계시는 많은 개미
들을 위해서 씁니다.
여기에서 때론 달콤한 꿀도 있고, 때로는 가시도 있지만, 아마도 그 너머에 그저 낙원이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스탠스를 바로 잡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시는 것을 고려하십시오.
그리고 건강한 마음으로 자신을 정비하고 건전한 투자자
의 모습으로 다시 오셔도 절대 늦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단 몇 일이라도 잠다운 잠을 자고 맛있는 것을 맛있게 먹으면서 지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마지막으로 하락장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시장을 보고있는 견해를 덧붙이겠습니다.
ps1. 신규유입은 당초 20일로 잡았지만, 딜레이될 것으로 보았고, 실제로 30일로 미뤄진 이후에 실질적으로는 본격유입은 좀 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결국 신규자본은 반드시 유입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s2. 뉴스 하나하나에 귀기울이지 마십시오. 뉴스는 재료일 뿐입니다. 이 시장을 통째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각 국가와 큰 돈을 쥐고 있는 거대세력들입니다. 그들이 이 시장에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잘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ps3. 우리나라 정부의 움직임은 결국은 하나의 길로 갈 것입니다. 확신하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한국에 묶인 돈만 300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그리고 신규자금은 유입이 될 예정입니다. 현 정권이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결국 결핍되어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재정압박과 야당의 압박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 과연 이 시장을 정부는 어떤 눈으로 쳐다볼까요? 그 또한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저도 내일의 시세 모레의 시세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전고점을 뚫을 정도의 상승세까지는 아직 꽤나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시장은 오버슈팅이 될 정도로 과열되지 않도록 인위적인 움직임을 계속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트레이더 혹은 단타매매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나, 급전까지 땡겨 쓴 일반 개미들에게는 한동안 힘든 기간이 될 것입니다.
내일부터 당장 시세가 폭등하고 계속 오르기만 한다면 아마 이 글을 안 썼을 것입니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가야할 시점으로 생각되기에,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기를 바라며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말 잘 마무리 하시고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by 쑤리꿍.
https://steemit.com/@ssurikung
텔레그램 공부방
투기한사람은 맘고생이심할테고 투자한사람은 덜할것이라봅니다
땡글에서 부터 주시는 글 잘보고있습니다.
스팀잇에서도 많은 활동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