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님의 글을 만나 반가운 마음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종교와 과학 간의 논쟁이라고 봐도 무방할런지요. 제게도 그 어렵던 갈등에 어느 정도 실마리를 발견했던 것은 인류의 인지발달 이론에 기댄 해석이었습니다. 고등종교의 출현 이전까지 대다수 인류가 도달한 인지 수준은 마술적(혹은 주술적) 사고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고등 종교의 출현은 2500~2000년 전 쯤에 당시로선 획기적인 새로운 인지수준으로 도약한 인류의 스승들 덕에 인류는 신화적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합니다. 물론 그분들의 뜻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수많은 성직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았었구요. 여튼 그 인지 수준은 과학과 검증으로 대표되는 합리적 사고가 나타난 17세기 쯤 한 단계 더 올라서게 됩니다. 20세기에 들어 의지처를 잃어 버리고 치닫던 합리는 그것에 대한 반성으로 방황하는 포스트모던의 시기를 겪고 21세기 들어 드디어 인류는 그것들을 통합하고 점프하는, 그래서 과거의 인류에겐 인간이 신이되는 초월적 인지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동시에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는 단세포 생물에서 세포분열을 거쳐 태아가 되고 대단히 미숙한 채로 세상에 나옵니다.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선 대체적으로 자아가 형성되고 발달하면서 마술적, 신화적, 그리고 미숙하나마 합리적 사고 수준까지는 청소년기를 마치면서 진전을 하는 것같습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이마저도 어려운 경우도 있고 혹은 개인에 따라 여러 영향 아래 마술적이든 신화적이든 거기에 머물러 있는 분도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가 있건 각자의 내면에는 발달의 과정과 역사가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사안에 따라 매우 합리적, 심지어 초월적이던 분도 어느 순간, 마술적인 사고에 사로잡히거나 퇴행하는 것을 볼수 있습니다.
지금 적은 내용에 부족한 점은 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때문입니다. 다만 어느 정도 공감을 하신다면 상대와의 인지수준의 부조화 가운데서 소통하는 것,쉽지 않아 보입니다. 해서 대개는 말문을 닫게됩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고등종교의 출현 이전과 이후라... 하긴 지금보면 야만의 산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종교 역시도 세계를 어떻게 기승전결의 틀로 설명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원시 종교에 비하면 한참 위였겠군요. 획기적인 인지 수준이라...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 세계관은 실은 철학자나 고대 종교의 발명품에 불과한 경우도 분명 많을테니. 그걸 넘어 모더니즘으로, 다시 포스트모던으로 그리고 초월적 인지 수준으로 간다... 매우 흥미로운 글입니다(제가 쓴 스팀잇 시리즈에는 스팀잇이 그 역할을 상당 부분 해낼 수도 있다고 보는 견해가 적혀있습니다).
아마 인간의 발달이라는게 모두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디 저 태평양 섬에는 비행기는 고사하고 화물신앙 같은 신화가 횡행하고... 그런 걸 보면 인류의 발전이란 소수의 사람들이 인지 능력을 확 올리면서 되는 게 아닐까 싶군요.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오래 전 시대에 머물러 자신이 믿는 것만을 보며 사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 제가 장문으로 그 사람을 비판하고 댓글을 달자, 이 경제 동호회에서 이름 석자 남기고 싶어 그 분란을 만들었느냐고 하시던데, 정말 순수하게 못해서였죠. 어줍잖은 지적 허세에 헛 똑똑인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대단히 고통스러웠네요. 왜 그냥 남의 의견인데 그랬을까. 그 순도 100퍼센트의 무지가 싫었을지요?
여하간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뭘 느꼈는가 적고 싶지만 그건 나중에 올려보겠습니다. 고생한 걸 나름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