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보니 닥터에게 답장이 왔다.
어제 저녁 자기 전에 새로 산 로즈쿼츠반지를 가슴에 꼭 대고 기도를 하고 잤다. 답장이 또 안오면 정말 잊어버리려고 했다. 하나님께서 더 좋은 사람을 예비해 주셨겠지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답장이 와버렸다. 그것도 아주 싱거운.
휴대폰을 병실 어딘가에 잊어버렸단다. 아직 새 휴대폰을 못샀단다. 이걸 믿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새 휴대폰을 못 샀는데 어떻게 만남 어플엔 접속을 한 기록이 있는걸까? 당장 내 앞에 있다면 직접 물어보고 싶지만 페북으로 이런 질문을 한다면 그냥 날 미친여자라고 생각하고 도망가겠지.
답장을 바로 하지 않고 침대에서 일어나 산책하면서 내 마음을 확인했다. 어떻게 하고 싶니?
산책을 하며 음악을 듣다가 You are the reason이라는 노래에 삘을 받고 말았다. Calum Scott라는 섹시한 영국남자의 목소리에 상한 마음이 힐링이 된 느낌을 받았다.
그래! 미국으로 가는 단기연수기획서를 잘 쓰는거야! 목적지는 텍사스는 아니고 참가하고 싶은 HR 컨퍼러스가 열리는 라스베가스랑 회사의 오피스가 있는 시카고이지만 (텍사스에 갈 건수를 생각해 봤지만 기획서가 통과할 것 같지 않았다...) 닥터가 나에게 생각이 있다면 일본은 못 와도 주말에 라스베가스나 시카고에 오라고 하면 오겠지.
기획서를 쓰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20대 때는 정말 많은 도전을 했었다. 인턴십 장학프로그램 회사등등 지원서나 연구기획서를 써 본 적이 많았다. 그 때는 정말 열심히 했고, 남자친구가 있어도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몰두하는 집중력이 굉장히 좋았다. 하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가족과의 트러블로 힘을 써버린 탓인지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것이 많이 꺼려졌다. 그리고 지금 다니는 회사 때문에 몸이 많이 안 좋아지면서 몸을 많이 사리게 되었다. 솔직히 닥터가 아니었다면 난 기획서를 쓰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코노미석으로 미국에 간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시차도 정말 싫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을 다 넘어설 수 있는 닥터라는 이유가 있다.
나도 알고 있다. 그가 연하남과 같이 정말 쓰레기같은 남자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지금 내 안에서는 믿고 싶다. Trust me I'm a Doc이라는 티셔츠를 입었던 남자를. 그리고 믿어야지 나도 기획서같은 걸 쓰고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하니. 산책 도중에 닥터에게 답장을 보냈다.
친추를 보낸게 로봇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오늘은 회사에 갔어. 너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길이가 비대칭인 원피스를 입고. (이 남자가 데이트 했을 때 길이가 양쪽에 안 맞는 옷이 싫다는 이상한 소리를 한 걸 기억하는 센스를 보여줬다)
그리고 비대칭 원피스를 입은 내가 많이 이쁘게 나온 셀카를 보냈다.
정말 0.001%정도의 확률이겠지만 이 남자에게 나도 특별한 존재였으면. 오늘도 자기 전에 답장이 오도록 반지를 꼭 잡고 기도를 해야지.
"그리고 비대칭 원피스를 입은 내가 많이 이쁘게 나온 셀카를 보냈다."
저도 셀카를 받고 싶은걸요!!?
박효신이 부른 'Can't Take My Eyes Off You' 입니다.
얼른 이 노래를 송이님이 찾는 듬직한 남자가 불러주기를...
보팅업!
He said I look very pretty in the dress! ^^ 항상 긍정적인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