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ant to be

in #kr7 years ago (edited)

평화가 찾아왔다. 닥터에게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답장이 오기 시작했다.
온 우주의 기운을 담아서 염원을 하면 하나님께서 들어주시나?

닥터가 7월 8월에는 시간이 없고 9월 10월에야 시간이 생긴다고 했는데 난 그냥 거의 포기를 하고 그럼 그 때까지 나 잊어버리지 말라고 하고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버리고 닥터가 이쁘다고 했던 블라우스를 입고 찍은 사진을 보냈다. 데이트 했을 때 옷가게에 같이 들어가서 닥터가 이쁘니까 입어보라고 했는데 그 때는 청개구리처럼 치마만 샀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닥터에게 연락이 안 올 때 데이트 했던 곳을 돌아다니면서 추억에 잠기며 블라우스가 아직 있으면 꼭 사야겠다는 마음에 옷가게에 가서 샀다.

닥터의 대답은 그럼 9월 10월에 와 주는거야? 그리고 You look amazing in the top하고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냈다.
바쁠 시간인데 답장을 보내줘서 참 고마웠다. 새벽 5시에도 짧게 보내주고 오전 10시에도 보내주고. Grey's Anatomy를 보기 잘 했다. 그가 얼마나 지쳐있을지 상상이 간다. 에피소드 1도 못 넘길만큼 정말 의학 드라마는 끔찍하다. 주인공 Meredith가 첫 수술에 들어가서 왜 사람들이 마약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수술하니까 엄청 high해진다고 했던 대사를 듣고 이런 미친년이 있나 정나미가 떨어졌다. 사람 내장을 보고 high가 되는건 초싸이코 아닌가?

7월 8월이 지나가는게 너무 까마득하게 느껴졌지만, 그의 귀여운 답장에 왠지 자신이 생겼다. 9월에 내가 해외연수를 갈 수 있으면 가는 김에 보는거고, 못 가면 그냥 내 돈으로 그를 만나러 가겠다. 그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다. 그를 만나고 목표가 생겨서 주말에 수영도 잘 가고 교회도 가게 되었다. 몸매관리를 열심히 해서 그와 만나게 되면 뜨거운 밤을 보내야지 ㅎㅎㅎ 9월이 올 때까지 앞으로 2달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요새 듣는 노래 중에 Meant to be라는 짧은 컨츄리풍 노래가 있다. Florida Georgia Line이 Bebe Rexha와 같이 부르는 노래인데 내 맘과 정말 똑같다.

I don't mean to be so uptight, but my heart's been hurt a couple times
By a couple guys that didn't treat me right
I ain't gon' lie, ain't gonna lie
'Cause I'm tired of the fake love, show me what you're made of
Boy, make me believe

내가 닥터와의 관계에서 초조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이상한 남자들로부터 겪은 트라우마가 많아서인 것 같다. 그래서 솔직히 닥터도 쓰레기라면 하나님께서는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믿고 싶다. 착하게 살면 좋은 일이 있을거라는 사실을 믿고 싶다. 닥터도 착하게 살아온 것 같은데 그래서 날 만난게 아닐까? ㅎㅎㅎ 그가 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우린 정말 따뜻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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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동안 별 탈없길 바라요~

송이님은 섬세한남자같군요.
흘려말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기억하시다니!!

내가 닥터분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ㅋ.ㅋ

매일매일 연재하는 소설 같은 당신의글..
갈수록 흥미롭습니다 :>